“<미생> 장그래가 언제 파견 기간 연장해달라고 했나. 정사원 시켜달라고 했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걸 정부만 모르고 있다.”

민주노총 사상 첫 직선제 투표로 당선된 한상균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박근혜 정부의 종합대책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한 당선자는 “정부는 장그래를 죽이는 법으로 ‘장그래를 살리겠다’고 연출하고 있다“며 ”장그래를 진짜로 살리기 위해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강화할 것이고 <장그래살리기국민운동본부>(가)를 통해 국민들과 함께할 것이다. 총파업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직선제 당선자 제8기 한상균 신임 집행부가 30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5년 정세전망과 투쟁계획을 밝혔다. 자신을 ‘변방의 해고자’ 출신이라고 소개한 한상균 당선자는 “민주노총 19년 만에 첫 직선제에서 언론에서 말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이 땅의 힘들고 고통 받는 국민들 마음이 모아진 의미”라며 당선을 “조합원들의 승리”라고 규정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과 자본의 폭주에 제동을 거는 출발점에 섰다”고 포부를 밝혔다.

▲ 민주노총 직선제 당선자 제8기 한상균 신임 집행부가 30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5년 정세전망과 투쟁계획을 밝혔다. 이영주 사무총장 당선자와 한상균 위원장 당선자, 최종진 수석부위원장 당선자의 모습(좌에서 우)ⓒ미디어스
그렇지만 한상균 당선자의 앞날이 녹록치 많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이야기하는 <장그래법>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정규직 노동을 후퇴시키는 시도 또한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이 같은 거리감을 좁히는 것은 8기 집행부가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또한 ‘총파업이 가능한가’라는 의구심 또한 여전하다.

한상균 당선자는 이와 관련해 “각 가정마다 비정규직이 없는 가정이 없다”며 “정리해고로부터 자유로운 가정 또한 없다. 그 같은 보편적 정서들이 이번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균 당선자는 “민주노총 혼자 싸우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국민들이 도와줘야 가능하다. 그리고 이번 직선제에서 조합원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선거에 개입하고 당락을 좌우했던 것을 확인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한 “박근혜 정권의 양극화라는 실정(失政)에서 그 같은 힘이 나온 것”이라면서 “이것이 오히려 민주노총이 싸울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진솔하게 다가간다면 국민들 또한 ‘민주노총이 이를 해결할 조직’으로 인정해주고 힘을 보태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제8기 집행부가 <장그래살리기국민운동본부>(가)를 제시한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한상균 당선자는 “국민들과의 공감대를 넓혀가기 위한 제안”이라며 “1월 중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 (사회)전체적으로 제안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그래를 살리기 위해서 누구와의 대화도 열려있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의 양보나 들러리를 전제로 하는 노사정 틀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총파업의 가능한가라는 의구심’에 대해서도 한상균 당선자는 “비정규직 기간 연장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이 같은 악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미 총파업은 시작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고공농성 볼 때마다 가슴 미어져”

한상균 당선자는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저는 26명의 노동자를 가슴에 묻은 상주”라며 “두 동지(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들이 6년 만에 처음 간 곳이 굴뚝이다. 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토로했다. 한 당선자는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에 반대해 77일간의 옥쇄파업으로 3년간 구속됐다가 2012년 만기출소했다. 그 후, 같은 해 11월에는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를 내걸고 송전탑 고공농성 투쟁을 벌인 바 있다.

한상균 당선자는 “쌍용차 사태는 한국사회 정리해고의 상징이기도 한 만큼 2015년에는 (노동자들의)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민주노총도 그 중심으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당선자는 “민주노총에는 쌍용차와 같은 힘든 사업장이 한 둘이 아니다. 고공농성을 하거나 굶거나 오체투지를 하는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8기 집행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80만 조합원은 이번 직선제 선거를 통해 총파업투쟁을 선택했다”며 “총파업 투쟁은 이미 시작됐다. 공무원연금 개악과 노사정위원회를 앞세운 노동법 개악에 맞서 즉각 투쟁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 투쟁은 노동자들만의 투쟁을 넘어 박근혜 정권에 맞선 모든 투쟁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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