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예계에서 클라라만큼이나 출신 성분이 불확실한 연예인은 없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당장 클라라의 직업을 명명할 수 있는가. 탤런트나 영화배우라기엔 필모그래피가 얕고, 가수라 주장하면 코웃음이 나온다.

리포터나 DJ도 아니고 통칭해서 예능인이라기엔 딱히 기억에 남는 폭소의 순간도 없었다. 홍서범이나 임창정의 뒤를 잇는 종합 예술인이라 부를까. 그러기엔, 미안한 말이지만 끼와 재능이 턱없이 부족해 뵌다. 그러니 막연하게, 방송인이라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기억에 남는 클라라의 순간은 TV 화면 속이 아닌 뉴스 사진의 헐벗은 모습뿐이니.

클라라의 신곡 ‘귀요미송2’가 네티즌의 화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래 따윈 아예 관심도 없고 데뷔 무대에 등장한 클라라의 충격적인 무대 의상이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25일 방송된 엠넷의 엠카운트다운에서 클라라는 눈에 확 띄는 분홍색 전신 타이즈에 은색 가발을 쓰고 나왔다.

▲ 클라라 ⓒ뉴스1
명색이 클라란데 그 정도야 별반 과감한 것도 아니라 할지 모르겠으나 디테일을 파고 들어가면 그 엽기성에 기함할 수밖에 없다. 돈을 묘사하는 손가락 모양에 눈알만 달린 기괴한 캐릭터가 여기저기 특정 부위에 붙어 시선이 쏠리게 하는 영악한 계산. 노출보다 더 과감한 선정성을 선보였던 것이다.

어느 기자의 질문처럼 ‘왜 아무도 안 말렸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무대 의상은 서인국의 사랑해유 이후 오랜만이라서 먹고 살기 참 힘들다는 걱정을 아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코리아나의 아버지를 가진 그녀가 굳이 ‘먹고 살기 위해’ 이런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고민했다. 도대체 클라라는 왜 이토록 처절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인가.

무엇을 노래했고 무엇을 연기했느냐보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었는가가 더 화제가 되었던 클라라. 그간 클라라가 대한민국 연예계에 새겨왔던 족적은 ‘처절한 자기소개의 점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때 열풍이 불었던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SNS에 미리 알려 대로에서 공개 얼음물 샤워를 하겠노라 선언했을 때 기함부터 하던 네티즌이 많았던 것 또한 그녀의 자기 소개하기가 낳은 부작용이었다. 선행을 자기 홍보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좀 호전적인 표현이지만 클라라의 자기소개를 질색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뜨고 싶어서 환장한 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니 새삼 궁금해지는 것이다. 클라라는 왜 이토록 이름 알리기에 혈안인 것일까. 물론 홍보하기엔 칭찬보다는 비난과 야유가 효과적이긴 하다. 그러니 마케팅이라 하겠지만. 허나 클라라는 상처에 둔감한 기업체가 아닌 사람이 아닌가. 일 가족의 배고픔을 해결해야 할 오싱도 아니고. 인지도와 유명세가 인간의 존엄성 위에 있는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그녀 또한 모르지 않을 것이다. 생계난의 이유가 아니라면 결론은 하나뿐이다. 이 기록은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싶었던 누군가가 모차르트의 재능을 대체할 그 무언가를 갈구하다 남긴 소란이라고.

탤런트와 영화배우 그리고 모델에 예능 또한 가수까지, 홍서범조차 도전하지 못한 영역 구석구석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었던 클라라였다. 화려한 의상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이번 앨범은 클라라의 세 번째 싱글이다. 드라마 또한 조역에서 카메오까지 적잖게 찍었었다. 최근 감독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워킹걸에서는 파격적인 성인용품 업체 CEO를 연기한다.

▲ 영화 '워킹걸' 스틸컷
하지만 그 많은 활동들에서 클라라가 대중에게 무언가를 남겼는가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아니다. 차고 넘치는 화제성을 결과에 환산한다면 지금쯤 클라라는 무슨무슨 느님 소리를 들어야 할 만큼 극찬과 경배를 받아야겠지만 정작 그녀의 결과물은 하나같이 밋밋했다. 발연기도 예술로 만든 장수원처럼. 난리가 난적은 없었지만 딱히 그녀의 직업이라 자랑스레 말할 만한 무엇을 증명한 적도 없다. 톡 까놓고 말해 연기자 클라라는 대중에게 있어 카메오의 개념이지 정식 배우라는 인상을 남기진 못했던 것이다. 벌써 세 번째 싱글인 가수 활동 또한 마찬가지다. 파티걸의 이벤트를 넘어선 전문가의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클라라의 아이러니는 막상 연예 프로그램에 나와도 별다른 인상을 남기진 못한다는 것이다. 양갓집 규수의 반전으로 그녀와 여러모로 비슷한 포지션인 홍진영처럼 미친 친화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가 콘텐츠인 레이디가가와 일견 닮아있지만 콘텐츠의 여왕인 가가의 독창성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귀요미송 또한 그녀가 창출한 콘텐츠가 아니다. 일본에서 뒤늦게 히트 쳤다는 귀요미송에 새삼 묻어가려는 꼼수가 느껴져 더 촌스럽다.

▲ Mnet 가요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 방송 화면
클라라는 모차르트가 아니다. 가인이 아닌 클라라가 날고 긴다는 연예계에서 재능 대신 건넨 게 바로 칭찬과 사랑인 것이다. 대중의 욕받이 무녀를 자처하면서 그녀는 이름을 얻었다. 문득 여성으로서 묵묵히 들어 넘길 수 없는 치부 폭로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 되어선 그럼에도 꿋꿋하게 참아 넘겼던 클라라의 프로의식이 떠오른다. 그 사건으로 받았던 대중의 위로와 동정을 뒤로 하고 꿋꿋이 노이즈마케팅을 시전하러 나선 클라라. 그녀의 처절한 자기소개. 재능 없는 그녀가 이름을 불리기 위한 방법들. 이쯤 되면 노이즈 마케팅도 재능이며 예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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