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법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에 야권과 시민사회는 이에 대응하는 ‘대안적 법안’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23일 오전 10시,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유승희·최민희·최원식·이개호 의원실과 언론시민사회단체가 공동주최한 <통합방송법의 바람직한 입법 방향> 공청회에서는 지상파, 지역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 미래부, 시청자단체, 학계, 언론노조, 공공성 TF 등 각계 인사들이 나와 정부 법안의 한계를 지적하고 보완점을 제안했다.

▲ 23일 오전 10시,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유승희·최민희·최원식·이개호 의원실과 언론시민사회단체가 공동주최한 <통합방송법의 바람직한 입법 방향>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이날 공청회에서는 아쉬운 소리만 나왔다. 어느 쪽도 ‘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규제완화 및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미래부의 <유료방송 규체체계 정비법안>(<통합방송법>)은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민원해결을 위한 법”이라는 평까지 나왔으나, 정작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불만을 내비쳤다.

방송 공공성 회복에 주력한 시민사회의 법안에도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및 종사자 대표가 포함된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유료방송업계에서는 ‘규제완화의 특혜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료방송업계 역시 엄격한 사전 사후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계속된 규제 완화, 과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을까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과거 통합방송법이 만들어지고 미디어법이 개정되면서 일관되게 ‘규제 완화’라는 지향점을 가져왔는데 그 이후 초래된 결과를 봐야 한다”며 “규제완화를 했는데도 방송사업자는 점점 어려워지고 공적역할은 축소됐다. (당초 법안의) 의도나 성과가 달성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점검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통해서 단지 매출규모, 지표상의 성장만을 목적으로 법 개정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단체 매비우스의 노영란 사무국장은 “시청자는 미래부가 주관하는 방송을 따로 보고, 방통위가 주관하는 방송을 따로 보는 게 아닌데 방송법안은 서로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규제완화를 해 오는 과정에서 늘 시청자 권익, 복지 증진 등을 전제로 왔지만 과연 그게 제대로 돼 왔나”라며 “시청자 권익을 목표로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시청자를 그저 비용 부담 주체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의무 편성, 방송발전기금 납부 유예 등 여러 가지 특혜를 받고 있는 종편에 대한 ‘정비’는 나와 있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공영방송도 일부만 의무 편성되고 있는 상황인데 종편의 지위는 대체 뭔가”며 “(편성비율이 지켜지지 않아) 보도채널이라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는 종편채널의 정비는 왜 담겨 있지 않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곤 언론노조 부위원장 역시 “종편은 의무전송 대상이며 15~19번대 황금채널을 차지하고 있으며 방송발전기금 납부도 유예해 주고 있다. 100m 레이스를 한다면 종편만 30m 지점에서 출발하게 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주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미래부와 방통위는 ‘창조’라는 두 글자에 매몰돼서 방송통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어느 시기가 되더라도 뉴미디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성과 건강성을 담보해내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료방송은 ‘유료’와 ‘방송’ 중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나

이날 공청회에서는 미래부의 <통합방송법>이 결국 각종 유료방송 사업자의 민원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방성철 한국방송협회 기획본부장은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가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사실 지상파 입장에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광고총량제 하나 푸는 것도 이제 겨우 방통위 보고를 마쳤다”며 “규제 완화는 유료방송 위주였다고 본다. 저희는 규제 하나풀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종편은 아주 쉽게 되고…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유료방송업계의 입장은 달랐다. 한국케이블협회를 대표해 나온 임성원 CJ헬로비전 팀장은 “유료방송이라는 말을 짚고 넘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저희는 ‘유료’이기 때문에 정책 혜택을 못 받는 부분도 있고, 동시에 ‘방송’이라서 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저희가 갈 방향이 유료냐 방송이냐에 대해 정립을 좀 해 주시면 그 철학적 기반 아래서는 논란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IPTV연합회 정원조 정책협력부장은 “IPTV 사업자들은 약관 신고를 반드시 의무로 있어 ‘사전규제’를 강력히 받는다. 이용자 차별금지 등 약관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요금을 청구하는 것이 금지돼 ‘사후규제’도 받고 있다. 재허가 시에는 관련 규정이 준수되는지 여부도 검토 받고 있다”며 지상파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의견을 반박했다.

하지만 어느 방송사든 방송법 1조가 규정하고 있는 공영성과 공공성 증진이라는 목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방송사 허가 받을 때 공영성을 확보하겠다고 해서 허가 받은 것이 아닌가. 운영해 보니 힘드니까 (당초 목표를) 포기하고 재원부터 챙겨달라고 하는 것인가. 방송이 하겠다고 밝힌 공영성 가치를 먼저 지키고 나서 상업적인 지원을 주장해야 한다”며 “방송법 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익성, 공영성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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