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확실히 여자프로농구가 재미있다. 1,2라운드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분명 지난 1,2라운드는 저조한 경기력으로 점수도 나지 않고 심지어 프로경기인가 싶은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3라운드 들어 부상으로 빠져 있던 핵심선수들이 차츰 복귀하면서 여자프로농구 본연의 활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와 함께 1,2라운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하위팀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대 KB스타즈의 경기 역시 그랬다. 현재 리그 3위인 KB스타즈는 1,2라운드 동안 2위 신한은행에게 모두 졌다. 그래서 이번 3라운드 매치에서의 승리가 매우 절실했다. 그러나 여전히 KB스타즈 전력의 반 이상이라는 변연하가 부상 중이었고 센터 김수연은 무릎수술로 시즌 아웃된 상태. 거기다가 가드 심성영도 부상으로 재활이 길어지고 있어 어느 구단보다 주전들의 피로도가 높다.

결국 지난 18일에는 5위 하나외환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아 뼈아픈 1패를 안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매치에서 진다면 팀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을 수 있는 위기 속에서 원정에 나섰다. 신한은행도 상황이 나쁜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팀 공격과 수비의 핵이었던 외국인선수 브릴랜드가 이틀 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부상으로 4주 결장의 진단을 받은 것. 대체선수를 구하고는 있지만 당장 KB스타즈와의 경기는 외국인선수 크리스마스로 4쿼터를 버텨야 했다. 그나마 용병 이상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김단비가 건재하다는 것이 위안이자 복안이었다.

▲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B국민은행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과 청주 KB 스타즈의 경기에서 신한은행 김단비(오른쪽)가 양팀 선수들의 몸싸움을 뚫고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쿼터는 KB스타즈가 앞서 갔다. 브릴랜드가 없는 신한은행의 골밑을 유린한 KB스타즈의 비키 바흐가 존재감이 커보였다. 그러나 도무지 쉴 새 없이 경기에 나섰던 KB스타즈 주전들의 쌓인 피로 탓인지 2쿼터부터 신한은행에게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1쿼터에 24점을 올리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2쿼터에 12점, 3쿼터에 14점 등 대단히 저조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4쿼터에서는 양상이 정반대가 되었다. 아무래도 이틀 전 경기를 치른 신한은행 선수들의 체력이 문제였고, 이날 31득점이나 올리며 맹활약했던 크리스마스조차 발이 무겁고, 슛 정확도도 떨어졌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의 해결사 김단비가 문제였다. 4쿼터 막판 김단비는 중요한 순간에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특기인 레이업슛마저 실패하면서 승리를 KB스타즈에 양보해야 했다.

반면 KB스타즈의 4쿼터는 지난 2,3쿼터와 너무도 달랐다. 일단 득점면에서 신한은행을 압도했다. 그 선봉에는 지난 시즌 신한은행에서 뛰었던 스트릭렌이 섰다. 스트릭렌을 비롯해 KB스타즈는 팀 색깔을 유감없이 살려낸 3점슛을 앞세워 지친 신한은행 선수들의 무거운 발을 묶어버렸다. 또한 신한은행에 김단비가 있다면 KB스타즈에는 강아정이 있었다. 리바운드에서 신한은행에 41 대 25로 뒤진 KB스타즈였지만 강아정은 그 중 8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분전했고, 승리의 주역이 됐다.

▲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B국민은행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과 청주 KB 스타즈의 경기(WKBL 제공)
KB스타즈는 분명 3점슛이 강한 팀이다. 팀성적은 3위일지라도 언제나 3점슛에서는 1위를 달리는 팀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양궁농구로 불리기도 한다. 3점슛하면 떠오르는 변연하가 빠진 상태에서도 이 특성은 줄곧 유지해왔으며, 이 3점슛의 성공여부가 곧바로 승부와 연결되는 팀이다. 심지어 리바운드 숫자에서 16개나 뒤졌는데도 경기를 이겼다는 믿지 못할 결과 역시 묘수는 이 3점슛에서 찾을 수 있다. KB스타즈는 주전들이 돌아가며 3점슛 9개를 성공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김단비가 3개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1개 성공하는 데 그쳤다.

비록 리바운드에서는 패배를 해도 당연한 숫자로 밀렸지만 3점슛에서 두 배의 성공을 보인 것이 힘겨운 역전의 비결이 되고만 것이다. 거기다가 올 시즌 내내 저조한 모습을 보이던 스트릭렌이 친정집을 향해 비수를 꽂는 맹활약을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로써 KB스타즈는 4위 삼성과의 격차를 벌이면서 2위 신한은행과의 승차는 2게임으로 줄였다.

그러나 KB스타즈로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경기였다. 경기 도중 다시 부상선수가 나온 것이다. 그것도 부상으로 몇 게임 결장 후 첫 등장에서의 심각한 부상이었다. 더군다나 3점슛 1개와 2점슛 2개를 성공시키며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던 중의 부상이었고, 이 선수는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다 다시 돌아온지라 안타까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KB스타즈는 부상선수가 많아 다시 선수운용이 큰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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