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좋지 못한 팀은 강등이라는 낯선 처지에 놓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담아 "해체"라는 쉬운 결정을 해버립니다.

똑같이 대입해볼까요? 지지도와 행정능력이 떨어졌다 평가받는 지자체장이 있습니다. 여론조사가 악화됩니다. 선거 기간도 아닌데 그 지자체장을 물러나게 하는 것 역시 아주 쉽고 간단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실질적인 적용은 쉽지 않지만, 소환투표제와 같은 제도가 있죠.-

▲ 경남FC의 창단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구단주가 너무 쉽게 발언한 구단해체.
해체라는 말은 아주 쉽습니다. 구단주의 권한을 극대화시킨 상징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적이 대표적인 척도로 작용하는 프로리그에서, 하위권보다 더 무거운 이름인 "강등". 어찌 보면 해체라는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찾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구단의 후원구조와 세금의 투입 등에 대한 경제적 논리와, 성적이라는 결과만으로 주민 개개인의 열망이 모여진 "시민구단"의 해체를 말한다는 것은 그리 정의롭게 보이진 않습니다.

또 다른 한곳에서는 지역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로 인해 구단 사정이 어려워진 경우도 있는데요. 이들의 경우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의 월급 지급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임금체불이라는 용어가 프로스포츠와 연결되는 현실 속에서 역시나 구단의 위치는 애매합니다. 축구단을 만들 때의 주도적인 인물들이 떠난 자리, 당시 구단주와 행정책임자가 없는 상황에서, 현실의 책임자들에겐 그 "책임"만 무겁게 남겨졌고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 가장 새롭고 멋진 축구전용구장 ​숭의아레나의 결과에는 인천의 힘겨움이 있습니다.
인기도 없고 관심도 없는, 그런 이유에서 세금만 축내는 골칫덩어리와 같은 취급을 받는 시민구단들. 시민들로부터 시작된 구단이지만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해체나 예산 축소와 같은 이름에도 영향을 받는 처지. 그런 가운데 점점 커져가는 우리 "K리그"의 위기와 지역 축구계의 아쉬움들.

직접적으로 연결 지점을 찾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직접 닿아있는 이 모든 문제들은 지금 우리 축구, 특히 "시민구단"에게 그 여부를 건 무거운 주제로 살아있습니다.

월드컵의 뜨거움과 그 결과물로 생긴 구단이라는 이름 뒤에는 그만큼 우리가 축구로 열광했던 순간이 있습니다. 유럽축구를 보며 느낀 부러움, 또 그들의 축구 문화에 대한 열정을 우리 안에 담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습니다. 시민들, 주주라는 이름의 축구단을 구성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그런 고마움과 탄탄함이 살아있었습니다.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와 지자체 행정수장들의 노력도 있었죠.​

해체라는 말은 쉽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이유, 바로 그 모든 것들이 모아진 구단이 바로 "시민구단"이기 때문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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