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자프로농구가 심상치 않다. 3라운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요즘 1점차 혹은 2점차 승부가 연일 계속되고 있어 지켜보는 팬들을 잠시도 방심하지 못하는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런 가운데 21일 일요일 부천체육관에서 벌어진 홈팀 하나외환과 원정 온 KDB생명의 대결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두 팀은 5위와 6위로 이들의 대결은 흔히 단두대매치로 불린다. 유난히 업셋 경기가 드문 이번 시즌이기에 특히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두 팀 간의 경기에서 패자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승부이면서도 동시에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그 승부의 긴장감을 살리지 못했던 지난 1,2라운드의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우선 양팀의 전력 누수가 모두 메워졌다. 하나외환은 지난 1라운드 바로 KDB와의 경기에서 외국인선수 토마스가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으나 최근 부상에서 회복해 폭주기관차 토마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맹활약을 하고 있으며, 팀의 에이스 김정은도 부상에서 돌아오자마자 3위 KB스타즈를 꺾는 데 수훈을 세웠다.

반면 KDB의 경우는 6경기 결장 만에 미녀가드 이경은이 복귀하는 경기였다. 이번 시즌 이경은이 KDB에 차지하는 무게는 전에 없이 컸다. 이경은의 부상 전후 팀 성적은 더욱 극명하게 이경은의 존재감을 나타낸다. 이경은이 뛴 경기에서는 2승3패였고, 이경은이 발톱 부상으로 빠진 이후 경기에 6연패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경은이 돌아온 경기에서 KDB는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접전 끝에 숙적 하나외환을 꺾고 연패탈출에 성공을 거뒀다.

이경은은 2쿼터가 조금 지난 후부터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전까지는 하나외환의 라이징스타 신지현과 고교시절 자웅을 겨뤘던 KDB의 신인가드 김시온이 아주 잘 해줬다. 12분이라는 짧은 시간 코트를 누비며 4어시스트, 4득점을 올렸다.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에서 신지현을 앞섰다는 평을 들었다. 신지현이 33분을 뛰며 4어시스트와 6득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짧고 굵은 활약이었다.

김시온이 데워놓은 코트에 발을 디딘 이경은은 곧바로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게임을 주도해나갔다. 현재 WKBL에서 가장 화려한 플레이를 자랑하는 것 역시 이경은이다. 그러나 너무 근사한 그림을 그리는 것 때문에 동료와 호흡이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어 턴경은이라는 별명도 얻은 바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날 경기에서 이경은의 플레이는 완벽했다. 27분을 뛰며 4어시스트와 13득점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 이경은(왼쪽) ⓒ연합뉴스
어시스트가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4개의 어시스트가 모두 결정적 장면에서 나왔고, 요즘 KDB의 큰 고민거리인 3점슛도 하나 성공시켜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또한 이경은 특유의 위험하지만 성공하면 더 이상 짜릿할 수 없는 화려한 동작으로 하나외환 골밑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상대팀에는 폭주기관차 토마스가 있었다. 토마스는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개인 최고 득점인 39점을 올리며 활약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을 잃어야 했다.

그러나 하나외환에게도 전날 신한은행의 승리를 이끌었던 김단비의 버저비터 위닝샷 같은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7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볼을 돌리던 하나외환은 코너에서 노마크로 선 김지현에게 볼이 갔다. 패스를 받은 김지현은 망설임 없이 림을 향해 볼을 던졌다. 그러나 역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지현의 3점슛은 림을 맞고 튀었고, 경기는 그렇게 KDB의 승리로 끝나야 했다. 오는 25일 두 팀은 구리에서 재대결을 벌인다.

1쿼터부터 시작된 시소게임은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계속됐다. 그래서였을까. 두 팀의 최종결과는 87 대 85. KDB생명의 2점차 극적인 승리이자 올해 최다 점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논란의 순간도 있었다. 4쿼터 후반, KDB 한채진이 코너에서 3점슛을 쏘는 순간 휘슬이 울렸다. 볼은 그대로 림을 통과했고, 심판은 득점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스크린을 걸던 신정자를 넘어뜨린 강이슬의 파울을 지적했다. 시간상으로 봤을 때 분명 파울이 조금 더 빨랐다. 그러나 어쨌든 농구경기에서는 보기 드문 5점 플레이가 성립됐다. 이를 두고 농구팬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아쉬운 것은 논란의 순간 중계하는 캐스터나 해설자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