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의 송년여행을 계획했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 제주도까지 가는 일정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제주에서 마라도까지 짧은 바닷길이 열리지 않았다. 다른 때라면 날짜를 바꿔서라도 다시 시도할 만했지만 연말이라 그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는지 제작진은 제주도 여행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급히 수정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포의 원팔이를 제주도까지 가져온 것이었다.

아니 원팔이를 이용해 마라도행 배가 출발하는 모슬포항까지 가는 것까지는 계획대로 잘 되는 것으로 보였다. 원팔이가 다시 등장한 이유는 이렇다. 1년 전 시즌3 첫 촬영에서 인기투표 꼴찌를 한 김주혁은 당시 1년 후에는 자기 뒤에 열 명을 세우겠다는 호언장담을 했던 것. 그리고 마침내 그 1년이 바로 제주도 촬영날이었다. 김주혁의 장담 혹은 바람대로 10명은 채우지 못했지만 그래도 중간정도의 인기로 원팔이 짐칸 탑승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간 시민들의 인기투표에서 정준영이 하위권을 차지한 것은 의외였다. 그래서 1년 만에 다시 한 인기투표 결과 원팔이 뒷자리에 타야 했던 멤버는 정준영, 김준호, 김종민이었다. 1박2일 시즌3 1년 동안 맏형 김주혁은 부단히 노력을 했으며, 그 결과 순위를 떠나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굴욕적인 기억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쨌든 모슬포항에서 악천후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1박2일은 마라도에서 하려고 준비했던 보따리를 인근 제주바다에서 풀어야 했다. 특히 해변가에서 펼쳐진 제주해녀 올림픽3종경기에서는 유감없이 몸개그의 향연이 펼쳐져 분량을 뽑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손바닥밀치기에서 앞구르기를 보인 데프콘의 몸개그였다. 압도적으로 우승할 거라 예상했던 데프콘이지만 김주혁과 준결승전에서 졌고, 그 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는 몸개그를 선보였다. 보통은 뒤로 밀려나 입수하는 장면을 예상했지만 정반대로 앞으로 구르는 사고(?)에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날 최고의 장면은 데프콘의 몸개그가 아니었다. 지난번 개콘수지에게 당했던 유호진PD가 다시 이날의 씬스틸러로 재등장했다. 예정된 마라도를 가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 당장 숙박할 장소를 찾아야 했고, 제작진은 그 상황에 순발력을 발휘해서 멤버들에게 직접 숙박할 장소를 구하도록 했다. 물론 그냥은 아니고 낚시잡지를 펼쳐서 그 페이지에 나오는 물고기 한 마리당 5천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복불복이고 보통은 멤버들이 곤란해지는 것이 예능이지만, 그 결과를 미리 알 순 없는 일이었다.

제작진은 게스트하우스를 예상하고 벌인 일이지만 만일 멸치떼라도 나온다면 1박2일 사상 최초로 호텔행도 가능한 진짜 도박이었다. 그리고 비록 호텔까지는 아니었지만 멤버들은 이 내기에서 생각보다 많은 돈을 땄고, 그보다도 유호진 PD를 또 한 번 속일 수 있었다. 차태현이 펼친 페이지에 자리돔떼가 있었던 것이 우선 컸다. 멤버들은 차마 호텔에는 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10만 원에 합의를 해주었다. 그렇지만 그 장면에서 화들짝 놀라는 유호진 PD의 모습은 뭔가 이 복불복의 불안한 복선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박2일 시즌3 행운의 아이콘이자 슈퍼막내 정준영의 차례에서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준영을 비롯한 멤버들은 선택한 페이지를 보자 환호를 질렀고, 심지어 차태현은 그때까지 번 돈이 필요 없다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불안해진 유PD는 4분의 1 페이지만 보여 달라고 하자 정준영 역시 순순히 따랐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함정이었다는 것을 유호진 PD를 비롯해 모두가 몰랐던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결국 5만원에 합의를 하고 넘겨받은 잡지에는 물고기떼는 고사하고 낚시에 걸린 물고기 한 마리도 없는 맹탕이었다. 정준영의 너스레와 그에 맞장구를 쳐준 멤버들의 케미에 유호진PD가 완벽하게 낚인 것에 불과했다. 지금까지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몰카는 제작진의 주도하에 벌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장난기가 창의적으로 발전하는 1박2일 시즌3 멤버들의 케미 앞에 1박2일 제작진의 리더 유호진 PD는 자꾸만 속고 있다. 신입 때부터 단단히 속고 시작한 유호진 PD의 수난은 그치지 않고 있으며, 이제는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한다. 1박2일의 또 다른 재미로 발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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