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개최한 심판 운영 설명회인 '토크 어바웃 레프리 2'를 통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 일어난 오심과 그에 따른 심판 징계 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연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시즌 열린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2부 리그) 총 410경기 가운데 28경기에서 오심이 발생, 33차례의 배정 정지 징계가 내려졌으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5차례의 배정 정지 징계가 페널티킥 오심에 따른 것이었다.

심판위원회의 지난 시즌 판정 정확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심판들의 오프사이드 판정 정확도는 94.7%로 높은 편이었지만, 페널티킥 판정의 정확도는 75.6%에 불과했다. 4차례 페널티킥 판정 가운데 한 차례는 오심이었던 셈이다.

이운택 심판위원장은 "페널티지역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전체적으로 냉정함이 부족했다"면서 "심판의 자신감 결여가 원인인 듯하다. 이번 동계 훈련에서 교육을 통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K리그 전체 판정 정확도는 88.2%로 86.8%였던 2013시즌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2013-2014시즌 판정 정확도는 95%다.

▲ 심판 징계현황 첫 공개 (연합뉴스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연맹은 올해 두 차례 개최한 심판 설명회를 내년부터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연맹이 이번에 K리그의 오심과 그에 따른 징계현황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연맹 관계자는 "심판 징계 현황을 공개한 것은 앞으로 투명하게 심판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연맹이 K리그의 오심과 그에 따른 징계 현황을 공개한 배경에는 이재명 성남FC 구단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 연맹이 공개한 자료에는 이 구단주가 페널티킥 판정 오심 문제를 제기한 경기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10월 열린 성남과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주심은 후반 9분에는 성남에, 36분에는 울산에 페널티킥을 줬는데 이 과정에서 나온 심판의 푸싱 파울 판정이 모두 오심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해당 심판은 3경기 배정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물론 다른 오심 사례도 소개가 됐지만 결국 언론이 관심을 갖게 되는 사례는 결국 성남의 사례로 집중될 것이라는 점에서, 연맹의 이번 자료 공개는 다분히 성남을 의식한 제스처로 보인다.

▲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5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개최한 상벌위원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보기에 따라서는 성남 이재명 구단주에 대한 화해의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이 구단주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성남은 올 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한 팀이지만 2부 리그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미래”라며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현실이 됐을까. 바로 잘못된 경기 운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17일 부산전(2-4 패), 9월 20일 제주전(1-1 무), 10월 26일 울산전(3-4 패)을 예로 들며 오심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 언론은 이 구단주의 이 같은 언급이 연맹 경기 규칙 제3장 36조 5항(심판 판정에 대해 공식 인터뷰나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는 경로를 통한 언급을 금지한다)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K리그의 근간을 흔드는 상식 밖의 언사라고 비판했다.

연맹 역시 지난 1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같은 규정을 근거로 이 구단주에 대해 징계 논의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이 구단주는 기자회견을 열고 "절대 말하면 안 된다? 그런 것은 없다. 어떻게 심판 판정에 대해 언급을 안 할 수 있나.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프로축구 심판 판정에 대해 언론 외에는 언급하면 안 된다'고 확정을 지은 것 같다"며 "기자가 기사를 써야지 왜 공격을 하는가. 또 왜 나에게 사과를 하라고 하는가? (기자가) 축구 연맹인가. 왜 사과를 요구하는가. (언론은) 지적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연맹과 일부 언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연맹은 지난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열린 상벌위원회를 통해 “이재명 구단주가 SNS를 통해 K리그 명예 훼손 논란을 일으킨 성남FC에 경고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당시 조남돈 상벌위원장은 이 구단주에 대한 징계에 대해 “상벌규정 제17조 기타 위반사항 프로축구 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위반했다”며 “이 구단주가 상벌위에 자진 출석해 진솔하게 앞으로 프로축구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시민구단으로서 어려운 여건에도 그동안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경고 처분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연맹의 기세에 비한다면 징계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의 징계였고, 그 배경 설명도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 지난 5일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 회의 장면. <<연합뉴스DB>>
연맹 상벌규정 8조 징계 유형에 따르면 임직원(선수, 코칭스태프 제외한 모든 구단 관계자)에 대한 징계는 해당 구단으로 부과하게 돼 있으며 구단에 대한 징계는 경고·제재금·제3지역 홈경기 개최·무관중 홈경기 개최·승점 감점·하부리그 강등 구단 권리행사 제한 등의 순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연맹의 성남 구단에 대한 징계는 가장 가벼운 징계에 해당되는 셈이었다.

연맹 입장에서는 논란을 빨리 매듭짓기 위한 고육책이었고, 성남 구단과 이 구단주에 나름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이 구단주는 상벌위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단순 경고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다. 재심 청구는 물론이고 법정 투쟁을 통해서 반드시 연맹의 잘못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연맹의 화해 제스처를 일축해 버린 셈이다.

만약 이 구단주의 입장대로 재심청구와 법정투쟁이 이어질 경우 K리그의 오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K리그는 추가적인 이미지 실추를 피할 수 없다.

결국 연맹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해 온 심판들의 오심과 징계 문제를 이번에 전면 공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이 구단주에게 ‘앞으로 잘할 테니 논란을 여기서 끝내자’는 타협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연맹이 이 구단주에게 ‘백기항복’을 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한 제스처다.

이 구단주 스스로도 이 논란을 오래 끌고 갈 경우 구단이나 K리그에 미칠 악영향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장이 연맹의 은근한 화해 메시지를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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