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이라는 말에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는 논리가 배어 있다. 정부 입장에서 ‘건전한 국민’을 만들기 위해 계도하는 게 공익광고다. 그런데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약자의 소리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이다.” 18일 오후 서울 창전동에 있는 미디액트에서 열린 포럼 <미디어가 공동체를 만났을 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공동체를 만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공존:광고> 시리즈를 기획, 연출한 김형남 감독은 ‘진짜 공익광고’를 만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 <공존:광고> 최저임금 편.

우리가 보는 공익광고는 대개 “착하게 살자”는 내용이지만 정작 ‘착하지 않은’ 현실은 가린다. 산재보험 50주년인 올해 정부는 “산재보험이 산재근로자의 안정적인 치료와 생계보장을 통한 실질적인 보호와, 사업주의 위험 분산을 통한 고도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정부가 만든 ‘공익광고’에는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이 OECD 가입국 중 1위이며,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OECD 평균의 3배 수준이며, 2013년 산재 사망자가 1929명(부상 9만여 명)이며, 최근 5년 동안 정부가 적발한 은폐 건수가 9013건이라는 ‘현실’은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재보험 50년 공익광고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률이 9.83%이고, 비정규직·이주노동자의 통계는 제대로 잡히고 있지도 않는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산업재해 신청 불승인율이 2008년 56.8%에서 매년 높아지는 황당한 통계도 없고, 소송을 통해 산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노동자에게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는 비율이 2012년 72.8%라는 사실도 없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산재보험 50년에 맞춰 낸 논평에서 “재해 발생 정도에 따라 산재보험 요율을 최대 50%까지 감면·인상할 수 있도록 하는 ‘개별실적요율제’는 기업들이 산재사고를 은폐하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해왔다”며 “그 결과 최근 5년간 2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12년 보험료가 전년에 견줘 27억4900만 원이 할인되는 혜택을 받았고, 2014년 3월 현재 73명의 직업병 사망자가 발생한 삼성전자는 ‘무재해 사업장’으로 지정돼 20개월간 약 300억 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2014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5210원, 월급(209시간 기준) 108만 원 수준이다. 올해에 비해 7.1% 인상된 2015년 최저임금도 시급 5580원에 월급 116만 원 정도다. 최저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라지만 재계는 항상 불만이다. 오히려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을 할 수 없다며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기간을 늘리고, ‘중규직’이라는 해괴망측한 것까지 상상하고 추진하는 게 정부다.

공익광고에 ‘공익’은 없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자는 게 아니라 그 반대다. <공존:광고>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김형남 감독과 미디액트는 “광고라는 형식을 통해, SNS에서 자생적으로 퍼지는 콘텐츠”를 고민했다. 4월 기획단계를 거쳐 지금까지 총 2편이 나왔다. 1편은 ‘산업재해 사망률 세계 1위’ 문제를 다뤘고, 2편은 ‘노동을 세일(sale)하는 최저임금’에 관한 내용이다. 곧 공개할 3편은 ‘밀양’ 송전탑 건설을 ‘스릴러’로 구성하고 원자력발전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4편은 1~3편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나온다.

<공존:광고>는 사회적 이슈를 짧은 2분 내외 영상에 녹여내는 ‘공익광고’다. 공동 기획자인 미디액트 김주현 활동가는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상을 극장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무수히 흘러넘치는 유머동영상을 보듯 어디서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캠페인 영상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형남 감독은 “가장 큰 고민은 대중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받을 수 있는가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공존:광고>는 대중에게 닿지 않고 있다. ‘공유’가 쉽기 때문에 광고로 제작했지만 ‘텔레비전’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확보할 수 없는 탓에 ‘입소문’에 의지하는 상황이다. 실제 유튜브에 올라온 산업재해, 최저임금 편은 각각 두 달, 한 달이나 됐지만 조회수는 20일 현재 350여회 안팎이다.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최근 언론이 시도하는 동영상 뉴스와 ‘카드뉴스’ 같은 콘텐츠와 다른 ‘목적’이 있어야 지속가능하다. 김주현 활동가는 “<공존:광고> 제작진은 영화 제작자처럼 오랜 시간 시나리오를 써서, 콘티를 짜고 공들여 제작하는 지금 방식이 아니라, 고객(당사자)가 의뢰를 하면 그에 맞춰 빠르게 캠페인-광고영상을 제작하는 일종의 광고제작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며 고민을 털어놨다.

제작여건도 문제다. 김형남 감독은 “현재 서울시 지원 사업으로 채택돼 제작을 할 수 있는데, 공존광고가 지속적으로 제작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없을 때도 자생적으로 제작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용이 ‘공익’에 대한 비판인지라 제작도 쉽지 않았다. 김주현 활동가는 ‘최저임금’ 편을 촬영할 당시 “장소 섭외를 위해서 촬영의도를 숨기고 촬영을 하거나 대역을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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