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 같은 연예계 사고가 화제가 됐다. 건강과 활력의 고유명사 이미지였던 방송인 김구라가 건강 이상으로 입원하게 됐다는 변고였다. 이날 김구라의 고정 프로그램인 ‘세바퀴’는 주인 없이 남은 멤버로 진행해야 했다. 그 좋아하는 일도 마다하게 한 김구라의 병명은 다름 아닌 ‘공황장애’였다.

공황장애는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갑작스레 찾아드는 극심한 불안증을 동반한다. 불식간에 찾아드는 불안함이 공포에 맞먹는 이 증상을 경험한 이들에게 그것은 죽음의 공포와 가까운 것이라고 하니 얼마나 고통스러운 증상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공황장애는 단순히 마음의 불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육체의 상해마저 동반한다. 심장 박동은 터질 것 같이 뛰고 제대로 호흡조차 하지 못해 생사를 오고가는 극단적 패닉에 이르는 것이다.

▲ 방송인 김구라 ⓒ뉴스1
시청자에게 김구라는 건강의 표상이었다. 독설가 캐릭터로 굳건한 그였기에 모진 소리도 많이 하고 역으로 원망도 듣는 만큼 그걸 버티어내려면 정신 건강 또한 남다르겠지 싶었다. 그랬던 김구라가 극심한 불안 증세로 입원 권유를 받았다는 소식은 충격적이기 짝이 없다.

만인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에게 참 아이러니한 병명이지만 이 공황장애는 이제 고질병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적잖은 스타의 고충으로 자리잡혔다. 정신질환이라면 쉬쉬하는 풍조에서 용기를 내어 밝힌 김태원, 이경규의 고백 덕분에 같은 증상에 힘겨워하는 이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었다.

김구라 또한 마음의 병을 개의치 않게 공개하고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는 연예인 중 하나였다. 그는 몇 달 전 세바퀴에서 공황장애를 인식했던 첫날을 회고했다. “어느 날 갑자기 비행기 안에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기분을 느꼈다. 며칠 뒤 또 그러더라. 바로 송 박사님을 만났다. 이런 경우 빨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

공황장애가 불안이 상해가 되는 병이라면, 도대체 무엇이 그 활력 넘치던 김구라를 ‘죽음에 가까운 공포의 불안’을 느끼게 했을까 싶다. 그리고 최근 방송에서 그가 되뇌었던 사건, 사고에 잇따른 우환을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잠정 휴식 이후 무사 복귀에 대한 부담감, 그 자신의 문제가 아닌 가족의 실수가 야기한 감당할 수 없는 단위의 수십억 대 채무, 가장 김구라의 숨 막히는 책임감. 이 모든 것들이 김구라의 불안을 재촉하지 않았을까.

과거의 그릇된 발언 이후 적잖은 기간을 자숙하며 보냈던 김구라는 그가 가진 독자적인 포지션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으나 그랬기 때문에 더 간절했을 그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수에 가까운 조급한 모습으로 비난을 초래하기도 했었다. 모진 말을 해도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지 않았던 김구라 특유의 세련된 여유가 조급증 앞에 묵살됐던 것이다. 태연하려 했으나 사방에서 옥죄여 오는 가치 평가와 그 자신도 느꼈을 다운그레이드가 메트로놈처럼 그의 맘을 압박했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쓰러움이 앞선다.

그의 공황장애 입원 사실과 더불어 원인을 파헤치던 몇 일간지는 그 이유를 ‘아내의 빚보증에 따른 채무 때문’으로 결론 내렸다. 올해 내내 김구라는 틈만 나면 아내가 만든 부채 얘기를 개그 소재로 삼아 모질다는 말도 들었는데, 언젠가 진지한 얼굴로 고백한 ‘아내를 험담하는 이유’ 앞에서 우리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채무의 수준이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의 단위였던 것이다. 추정 금액만도 수십억 원대. 막말로 좋게좋게 번 돈도 아니고 모질고 아프게 살아서 벌어들인 그 절박한 피와 땀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꼴이니. 속이 뒤집어지다 못해 문드러질 일인 것이다.

눈 감고 넘어갈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아내와 그럼에도 더불어 살기 위해 택한 방법이 치부를 까발리는 것이었다. 상처를 반창고로 덮어두고 곪아 터질 때까지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공표하여 농담거리로 만들어 욕하며 웃다가 잊어버리는. 그것이 그만의 사랑이고 또한 용서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김구라가 떠든 험담만큼이나 아내를 사랑한 셈이니 애석할 따름이다.

독한 입담과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김구라지만 가족에겐 워낙 따뜻한 남자였다. 가장의 책임감이 남달랐던 그의 사랑은 그가 감추려 해도 완전히 숨길 수 없이 시청자에게 들통 나곤 했던 진심이다. 유달리 경제관념이 투철했던 것도 숨 막힐 만큼 잇따른 출연의 조금함을 보였던 것도 가정을 지키려 했던 그의 간절한 발버둥이었을 것이다.

판단 착오가 부른 빚보증이 불러일으킨 어마어마한 채무 액수에 그토록 다급하게 방송하고 동동거리며 어떻게든 빚을 갚아보려 애쓰던 김구라였다. 태연하게 해당 사실을 개그 소재로 삼았던 그지만 잠식해버린 불안은 그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으리라.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판정을 받은 김구라. 급기야 쓰러지게 된 까닭을 언론은 최근 받은 ‘재산 가압류 통보’ 때문이라 추측한다. 아내의 빚보증이 다시금 문제가 되어 재산 가압류 통보를 받은 것이다.

독일 영화 제목처럼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에 잠 못 이루는 공포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불안이 곧 병이 되는 증세인 공황장애의 고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한평생 가정을 지키려다 그 책임감이 곧 불안이 되어버린 김구라의 아픔이 이 땅의 무수한 가장의 어깨 같아 또한 먹먹하다. 이 아픔과 불안 또한 농담의 소재로 만들 그라는 것을 잘 알기에.

‘한평생 처자식 밥그릇에 청춘 걸고 새끼들 사진 보며 한 푼이라도 더 벌고.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 마.’- PSY 아버지

드라마와 예능 연예계 핫이슈 모든 문화에 대한 어설픈 리뷰 http://doctorcal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