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결정이 나오자마자 TV조선과 채널A는 “통합진보당은 이미 해산된 정당”, “이정희 대표 또한 ‘전’ 대표”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기쁨을 맘껏 표출했다. TV조선은 ‘기각’ 결정을 내린 김이수 재판관에 대해 “기록을 꼼꼼히 보지 않았다”는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19일 오전 10시 법무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청구를 받아들이며,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5명의 의원직도 모두 박탈했다. 박한철 소장을 비롯한 8명이 ‘인용’을 결정했고 김이수 재판관 단 1명만이 ‘기각’ 입장을 밝혔다. 그 순간, 종편은 그야말로 소리내 웃었다.

▲ 12월 19일 TV조선 '뉴스특보' 캡처

TV조선의 천박성은 어디까지…앵커 웃음소리, TV를 통해 노출

TV조선은 <뉴스특보>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선고 이전부터 생중계를 시작했다. 선고 이후, TV조선은 엄성섭 앵커의 진행 아래 차기환 방문진 이사와 이상휘 세명대 석좌교수,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 등을 스튜디오로 불러 통합진보당의 해산 판결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TV조선은 헌법재판소 판결과 관련해 “통합진보당이 실질적 위험으로 본 것”이라며 “정당의 목적도 종북이라고 인정했고, 법 규정은 없었지만 의원들까지 전부 의원직 상실된 것도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앵커와 기자는 “사실 8대1이라는 소문이 있었지 않느냐”, “정부에서는 ‘7대2여도 좋겠다’고 했거든요”라고 말을 주고받았다. 방송을 통해 엄성섭 앵커의 웃음소리가 그대로 노출됐다.

TV조선 엄성섭 앵커는 “정확히 말하면 통합진보당은 없어진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엄 앵커는 “유사한 강령이나 유사한 정당을 만들 수 없고 당명도 사용할 수 없다. 이제 해산은 헌법재판소가 중앙선관위에 전달하면 등록을 취소하는 등 행정절차만 남아있다”며 “통합진보당의 채무를 제외한 재산은 모두 국고로 귀속되며, 받아놓은 보조금 또한 반환해야한다”고 큰 소리로 전했다.

통합진보당의 활동에 대한 단정에는 거침이 없었다. TV조선 엄성섭 앵커는 “법과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활동을 해오다 강제 해산조치까지 당한 것”이라고 명료하게 전했다.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는 비판과 사회적 논란이 남아있었지만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TV조선에서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통합진보당의 해산에 우려해 모인 이들은 모두 “통합진보당 추종단체들”로 단정됐다. 위험한 발언도 이어갔다. 엄 앵커는 “이석기 재판 판결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그 같은 발언은 반대로 ‘영향을 줘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청와대의 반응을 전한 TV조선 기자는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통진당 해산으로 한 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통진당의 활동이 알려진 것보다 더 위험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종북 콘서트’ 발언을 인용했다.

TV조선에서 진행된 ‘전문가’ 대담의 편향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날 대담은 △‘기각’ 결정을 한 김이수 재판관에 대한 공격, △통합진보당을 찍어준 유권자들에 대한 훈계, △대체정당 가능성에 대한 비판,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공격 등으로 맞춰졌다.

MBC 대주주 방문진 차기환 이사, “김이수 재판관 기록 다 봤는지 의심”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는 유일하게 ‘기각’ 입장을 밝힌 김이수 재판관에 대해 “기록을 다 봤는지 의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차 변호사는 “87년 이후 북한이 대남전략이 정당활동을 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다”며 “남파된 간첩이 이야기한 게 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차 변호사는 이어 “민혁당 등 당 건설이 안 되니 기존 당에 침투해서 이를 뒤집는 것으로 민노당이 그렇다. 그런데 김이수 재판관이 기록 자체를 꼼꼼히 읽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자주, 민주, 통일은 좋은 용어이지만 주파사가 이야기하는 용어는 혼란을 가져온다”며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이 사용하는 용어와 동일하거나 흡사하게 보인다고 이야기될 정도로 저간의 의미는 다르다”고 종북몰이에 앞장섰다. 차 변호사는 이어 통합진보당에 표를 준 유권자들을 지목해 “(그 결정이)반헌법적이었거나 거기에 이용됐다는 것을 자성하고 반성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저런 세력과는 선을 끊고 ‘정말’ 합리적인 진보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연, ‘정말 합리적인 진보’가 무엇인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또 다른 패널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은 또한 김이수 재판관을 지목해 “안타깝다”며 “교과서에 나오는 자유민주적 정치체제의 성격이 뭔지, 북한의 사회주의 성격이 뭔지 (인식이)상당히 부족한 상태에서 판결을 내렸다”고 입장을 같이했다.

TV조선은 통합진보당의 ‘유사정당’ 내지 ‘대체정당’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이와 관련해 이상휘 세명대 석좌교수는 독일의 신나치정당인 독일민족민주당에 대한 해산청구 사례를 들어 “아류정당이 만들어졌지만 다시 해산 청구를 하지는 않았다”며 “새로 만든 당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의석도 얼마 없었고 의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엄성섭 앵커는 ‘(그래서) 그냥 놔둬도 되겠다’고 본 것이냐면서 ‘으헤헤헤헤헤헤헤’라고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TV조선은 이랬다. 통합진보당의 대체정당과 관련해 “성공할 것인지는 국민들에게 달려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숙주노릇을 해서 키워준다면 유사정당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제1야당에 대한 경고고 잊지 않았다.

한편, <동아일보> 종편 채널A 또한 같은 시각 “10시 37분 통합진보당이 해산됐기 때문에 이정희 ‘전’ 대표”라고 강조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그러나 한 패널은 8대1 결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과거 노무현 정권 때를 보면 민변 등 민주화 투쟁했던 재판관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분들이 한 분도 없다”며 “공안적 시각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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