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정당 해산 및 의원직 전원 상실 결정을 내렸다. (▷ 관련기사 : <[속보]헌재, 재판관 8대1로 통진당 해산과 의원직 전원 상실 결정>)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졌다”며 “진보정치 15년의 결실을 독재정권에 빼앗겼다”고 질타했다.

▲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정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말문을 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해산 결정 직후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다.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법재판소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자주 민주 평등의 강령 아래 노동자 농민 민중의 정당은 금지되고 말았다. 말할 자유, 모일 자유를 송두리째 부정당한 암흑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저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진보정치 15년의 결실, 진보당을 독재정권에 빼앗겼다. 오늘 저는 패배했다”며 “역사의 후퇴를 막지 못한 죄, 저에게 책임을 물어주십시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늘 정권은 진보당을 해산시켰고 저희의 손발을 묶을 것”이라면서도 “저희 마음속에 키워온 진보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 오늘 정권은 자주, 민주, 통일의 강령을 금지시켰지만 고단한 민중과 갈라져 아픈 한반도의 사랑마저 금지시킬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종북몰이로 지탱해 온 낡은 분단체제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진보당과 국민 여러분이 함께 나눴던 진보정치의 꿈은 더욱 커져갈 것이라 확신한다”며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잊지 말아 주십시오. 민주주의와 진보를 위한 열망은 짓누를수록 더욱 넓게 퍼져나간다는 역사의 법칙을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전했다.

이어, “저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의견의 차이를 넘어 진보당 해산을 막는 데 나서주신 각계 인사들과 진보정치를 응원하고 아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저희의 잘못도 책임도 꿈도 사랑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반드시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나라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변호인단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재 자신에 대한 사망선고”

앞서 통합진보당 변호인단도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의 해산 결정 직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사망선고”라고 밝혔다.

이덕우 변호사는 “참담한 심정을 이루 말할 길이 없다. 오늘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이자 헌법재판소 자신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민주주의는 정치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과 관용을 생명으로 한다. 우리 사회의 주류적 입장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정치적 공론장에서 추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포기”라고 혹평했다.

이덕우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정말로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 양심에 따라 심판했는지 의심스럽다. 저희는 헌법재판소가 중심추를 잡아 우리 사회를 굳건히 지탱해주기를 바랐으나 헛된 꿈이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이어, “문명국가의 정당해산 기준을 외면한 채 국가가 나서서 반대파를 제거하는 길을 선택했다. 대한민국은 진보적인 정당, 비판 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후진국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마치 코너에 몰린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듯이 오늘 결정한 것”이라며 “오늘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공안검사들의 공소장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논쟁과 논의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편견과 지배세력의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기술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화 변호사는 “1958년 조봉암 진보당 당수가 사형판결을 당했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난 이후 2011년 대법원은 진보당 당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냈다”며 “역사는 오늘의 이 결정을 명백한 오판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위헌 결정에 가담한 재판관들의 비겁함도 똑똑히 기록할 것으로 저는 확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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