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KBS의 보도와 인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나자 제작거부와 파업을 주도했던 조일수 전 기자협회장이 감봉 3개월 징계를 최종 통보받았다.

KBS(사장 조대현)는 지난 16일 특별인사위원회를 열어 지난 5월 청와대 보도개입에 맞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제작거부에 동참했던 조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재심 결과, 회사는 제작거부에 돌입해 파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조일수 전 기자협회장에 감봉 3개월의 징계를 확정했다. 홍진표 전 PD협회장은 감봉 1개월, 김경원 현 경영협회장과 유지철 현 아나운서협회장은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 밖에 제작거부에 동참했던 보도국 부장단 15명에 대해서도 ‘견책’ 처분을 내렸다.

▲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KBS 기자들의 만남이 끝난 후, 조일수 KBS기자협회장과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KBS의 징계 수위는 1심에 비해 낮아졌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맞물려 청와대가 길환영 전 사장을 통해 인사와 보도에 개입해왔고 그로 인해 KBS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심대하게 침해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징계가 과하다는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노조)는 18일 곧바로 성명을 내어 “길환영 전 사장의 퇴진을 부정하는 조대현 사장의 이율배반 행태”라며 “막가파식 부당징계를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새노조는 지난 5월의 제작거부와 파업에 대해 “최고의결기구인 KBS이사회가 길환영 전 사장을 해임하는 결정으로 정당성이 확보된 싸움”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대현 사장이 기자협회장과 PD협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길 전 사장 퇴진투쟁의 정당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자, 자신의 존재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대현 현 사장은 길 전 사장의 해임 이후, 공모를 통해 KBS 사장직에 올랐다.

KBS새노조는 또한 “길환영 전 사장이 뉴스에 간섭하고, 심야토론 등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폭로와 증언들이 제작거부의 원인이 됐던 것”이라며 “귀책사유는 길 전 사장이 제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을 징계하는 것은 KBS 전체 구성원들을 능멸하는 짓”이라며 즉각적인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KBS 내 4대 직능단체(경영협회·기술인협회·기자협회·PD협회)는 그에 앞서 공동성명을 내어 “조일수·홍진표 두 협회장은 KBS 전체 구성원들의 열망을 받아들여 실천한 사람들”이라며 “상을 줘도 시원찮을 판에 징계가 웬말이냐”고 따졌다. 이어, “다른 징계자들 또한 <방송법>이 명시한 공정성과 독립성 사수를 위해 희생한 공영방송인들”이라면서 “이번 징계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 연임해보겠다는 조대현 사장의 꼼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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