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폭행사건에서 ‘민변이 손을 뗐다’고 왜곡보도한 TV조선 <뉴스쇼 판> 심의 과정에서 정부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JTBC가 더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딴죽을 걸었다. TV조선은 민변이 손을 뗐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 과정 없이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17일 TV조선 <뉴스쇼 판>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결과 행정지도 ‘권고’ 제재를 내렸다. TV조선은 지난 9월 23일 세월호 유가족 폭행사건을 전하면서 <민변도 유가족 변호 손 떼>라는 제목으로 “대리기사 폭행에 연루된 세월호 유가족의 변호를 맡았던 민변이 이번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며 “변호를 맡는데 부담을 느낀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민변이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곧바로 사실왜곡 논란을 일으켰다.

▲ TV조선 '뉴스쇼 판' 9월 23일자 보도 캡처
민변차원에서는 당초 해당 사건을 맡을 지 안 맡을지 자체를 결정한 바가 없을 뿐 아니라, 해당 사건을 민변 소속 변호사들도 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TV조선은 김종보 변호사를 민변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로 잘못 기재해 방송을 내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TV조선, “사실확인 거쳐…JTBC가 먼저 기사 써”

의견진술을 한 TV조선 안석호 보도본부 사회부 차장은 “민변이 손을 떼기로 했는지에 대해 확인 절차를 거쳤다”며 “민변이 확인을 거부해 유가족 대변인을 통해 ‘초기에 민변이 (세월호)변호를 맡아주다가 민변이 아닌 개별적으로 선임하게 됐다’고 들었다. 그 근거로 기사를 썼다”고 해명했다. 안 차장은 이어, “JTBC도 같은 결론을 내려 하루 먼저 기사를 쓰기도 했다”고 타사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TV조선 안석호 차장은 박주민 변호사 관련 자막 오보에 대해서는 “명백한 실수”라며 “방송 전에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이날 방송심의소위에서는 TV조선이 해당 기사를 내보내게 된 경위가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TV조선 안석호 차장은 “유가족 대변인이 ‘처음에는 경황이 없어서 민변 사람들이 도와줬지만, 사건 당사자들이 사건을 개별적으로 선임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폭행사건이 벌어졌을 당시의 상황은 ‘경황이 없어서 민변이 도와줬지만’이다. 결국, TV조선 취재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민변이 손을 뗐다’는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야당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은 “그러면 그렇게(취재한 대로) 설명을 해야지 않느냐”며 “그런데 뉴스는 민변이 손을 뗐고 앵커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민변이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해석을 붙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TV조선 안석호 차장은 “(해당)기사를 쓴 이유 중 하나가 민변이 손을 떼면 안 되는데 뗀 것으로 확인이 됐기 때문에 쓴 것이고 그러다보니 앵커 멘트가 그렇게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TV조선의 해당 보도는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작성한 셈이다.

정부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 “TV조선보다 JTBC가 더 단정 보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방송심의소위에서는 TV조선 <뉴스쇼 판> 심의과정에서 JTBC가 더 단정적으로 ‘민변이 손을 뗐다’고 보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민변이 대리기사 폭행사건에서 슬금슬금 빠지는 인상을 줘서 이런 보도를 기획하게 된 것 같다”며 “그 부분에 대해 (민변이)빠졌다 안 빠졌다 명확히 밝힌 상황은 아니다. 또, ‘도덕성이 의심받게 되니 부담을 가진다’라는 등의 멘트 정도는 객관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함 심의위원은 이어,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제가 보기에 TV조선보다 오히려 JTBC가 하루 전(9월 22일) 나온 게 더 단정적으로 얘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JTBC는 리포트 끝에 한 단락을 붙인 것이라면 TV조선은 개별 리포트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그렇지만 “JTBC는 ‘민변이 빠지기로 했다’는 멘트가 더 단정적으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심의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사회적 평가면에서 본다면 (TV조선 보도가)그렇게 틀린 건 아니다”라고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 김성묵 소위원장과 고대석 심의위원 또한 입장을 같이 했다. 반면, 야당 추천 박신서 심의위원은 “TV조선 보도에서 민변에 대한 평가는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이름이 잘못 기재된 부분 또한 정정하지 않았다”고 ‘권고’ 제재를 주장했다. 결국, TV조선 <뉴스쇼 판>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가 제14조(객관성), 제17조(오보정정) 위반으로 다수결에 따라 ‘권고’ 제재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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