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예능 <K팝스타>가 벌써 시즌4를 맞이했지만, 이번 시즌에도 박진영의 심사평은 듣고 보기 불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양현석이나 유희열의 심사평은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만, 박진영은 좋고 싫음이 너무나 명확해서 감정 기복을 심사평에 다 드러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양현석이나 유희열도 어떤 부분에서는 박진영처럼 지나친 칭찬을 하기도 하지만, 그 빈도가 높지 않고, 시청자가 느끼는 공감도와 어느 정도 비슷했기에 지금까지 크게 문제가 될 요소가 없었다.

이와 달리 박진영은 감정 기복이 심한 듯 보인다. 싫으면 인상을 찌푸리고, 자신이 끌어 쓸 수 있는 지식을 동원해 참가자의 마음을 불편하게도 한다. 물론 그의 지식은 뛰어나지만, 그 지식이 편파적이고 고지식한 편이라 공감을 못 살 때가 많다.

박진영의 심사평은 좋고 싫음이 명확하다며 그 점을 장점이라 할 수도 있지만, 돌려놓고 말하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심사평을 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지난 심사평에서 문제가 됐던 해외 모 가수의 그루브 지적을 두고 음악 평론가들이 한목소리로 그의 심사평을 문제 삼았던 것은, 바로 자기 위주의 편파적인 지식을 사실인 양 자랑했기 때문이다. 명확히 그루브가 있는 가수를 두고, 그루브가 없다는 망언을 한 것도 문제였거니와 ‘자기가 생각하는 게 옳다’는 식의 말투가 평론가들의 반발을 산 이유다.

박진영은 <K팝스타> 4시즌 동안 자신이 빠져 있는 소울 감성과 그루브에 빠져, 입맛에 맞는 참가자에게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특색 있는 음색의 참가자와 뛰어난 그루브를 보인 참가자에겐 시쳇말로 소변이라도 지릴 것처럼 오르가슴 심사평을 해왔다.

특히, 시즌4 참가자 이진아가 나왔을 때 그 증상은 심각했다. 지난 회에서도 이진아의 도입부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감동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무대에도 그는 이진아의 노래가 끝나자, 감동과 절망이 뒤섞인 듯한 모습으로 평을 시작했다.

“저 음악 관둘게요. 아 진짜, 나 음악 못하겠어요”라고 말하며, “진짜 숨고 싶다. 어디로. 가사에 대해 기대를 하다가, 한 글자도 못 들었어요. 정신을 잃어 가지고요”라며 칭찬을 시작했다.

이어 “처음에 전주 피아노 라인을 칠 때 그냥 의식을 잃었어요”, “그 다음에 세게 치면 몸이 깜짝 놀라는 거예요. (감동하며) 이런 음악을 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뭔지 모르겠어요. 이 음악의 장르가! 쓰는 화성은 R&B나 소울과 거리가 먼 화성인데, 그 밑으로 말도 못하는 끈적거리는 그루브가 흘러요. 몸이 아직도 힘들어요”라며 과도한 칭찬의 끝을 보였다.

이진아의 음악은 호불호가 있는 음색과 노래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시청자에게도 호불호가 나뉘는 그녀의 노래를 자신이 빠졌다고 하여 마치 엄청나게 좋다는 식으로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팝스타>는 심사위원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자신들이 뽑는 이를 시청자에게 설득시키려 애를 쓴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유희열은 어떤 점이 좋았다는 것을 최대한 시청자가 알아듣기 쉽게 풀이해서 설명하려 애를 쓰고 있고, 양현석은 지식보다는 감에 의존한 심사를 하기에 애초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으나, 박진영은 자기 지식을 계속해서 주입하려 든다는 점에서 공감을 잃고 있다.

박진영의 계속되는 음악적 오르가슴 심사평이 눈에 거슬리는 것은 그가 심사위원이라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은 중간자적인 입장의 평을 해야 하고, 평소 자신의 개성을 조금은 누그러트려 보여줘야 하는 자리임에도 그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 지식 설파와 심사평을 해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진아의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은 음악을 모르는 것일까? 이진아의 ‘마음대로’가 물론 어느 정도 듣기 좋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미치도록 좋은 것은 아니었기에 누군가는 과도한 칭찬이라 말하고 불편해 하는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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