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KBS를 상대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권혁부 KBS 이사의 이른바 ‘KBS 허니문’ 발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KBS 경영에 대한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가 정권 친화적인 보도를 요구한 것은 정권으로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했을 뿐 아니라 보도, 인사권, 방송 편성에 관여하는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 서갑원 민주당 의원 ⓒ여의도통신

이날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KBS 이사회 의사록에 있는 권혁부 이사와 정연주 전 사장이 나눈 발언을 공개하며, "권 이사는 부당한 보도간섭으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하고,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발언을 일삼았다"며 이사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서갑원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권 이사는 지난 3월 13일 제 574차 임사이사회에서 "KBS는 허니문이 없는가? 정권이 출범하면…"이란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혁부 이사 "KBS는 허니문이 없는가?"

당시 권 이사는 정연주 전 사장을 향해 "정권이 출범하면 대개 관행상 언론기관이나 야당이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데 그렇게 인색하지 않는다는 속에서 허니문이라는 얘기도 하고 밀월기간이라고도 얘기한다"며 "권력이 이성적으로 작동하는 전제라면 크게 걱정 안 해도 되지만 문제는 권력의 속성이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히 이성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의 형태를, 감정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덧붙였다.

이에 정 전 사장은 "이사회에서 과연 이런 문제가 제기되어 논의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보도본부의 기자, 데스크, 팀장, 팀장회의를 다 거쳐 나가는 자율적인 보도 관행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다고 느껴진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 권혁부 KBS 이사

권 이사는 KBS 이사회를 보도한 <뉴스9> 리포트와 관련해 "이 뉴스를 보고 내가 경악을 해서 취재과정을 알아봤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20일 제579차 임시이사회에서 이사회 관련 리포트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통상적인 KBS 취재와 취사선택과 편집방향을 결정하는 것과 상당히, 아주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라며 "보도담당 부사장과 보도본부장을 우선 오늘 이 자리에 참석시켜서 문제를 규명하고 책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갑원 의원은 이사회 의사록에 나타난 권 이사의 발언들이 △보도 제작 자율성, 방송편성 독립성 침해 △권언유착 조장 △집행기관의 인사권 침해 △KBS 경영의 자율성 침해라고 비난했다.

"권 이사 발언은 월권…공영방송 독립성 침해"

권혁부 이사의 이같은 발언은 방송법 제 4장 한국방송공사 제 49조(이사회의 기능)에 의거한 이사회의 기능 범주인 '경영' 범위를 넘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사회 기능으로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 △방송의 기본운영 계획 △예산 자금 계획 △예비비의 사용 및 예산의 이월 △결산 △경영평가 및 공표 △사장 감사의 임명제청 및 부사장 임명동의 △지역방송국의 설치 및 폐지 △기본재산의 취득 및 처분 △장기차입금의 차입 및 사채의 발행과 그 상환계획 △손익금의 처리 △다른 기업체에 대한 출자 △정관의 변경 등이 있다.

이사회 기능 중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이 있지만 이를 계기로 보도 제작과 방송편성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나아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게 중론이다.

KBS 내부 관계자 "공영방송 이사로서 해야 할 발언 아냐"

▲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지난 6월17일 오후 KBS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신관 5층 이사실 앞에서 부당한 보도간섭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자 권혁부 이사는 "이게 뭣하는 짓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정은

실명을 밝히기 꺼려한 한 KBS 내부 관계자는 "KBS 이사회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고 의결기관"이라며 "권 이사의 발언 중 '정권과 허니문을 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은 정치적인 부분으로 정부와의 관계를 지적하는 것은 이사로서 해야 할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는 다양한 계층의 입장을 아우르기 때문에 기능상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지만 공영방송 이사라면 외부 입장을 반영할 때 KBS가 가지고 있는 방향, 즉 독립성과 공공성을 수호할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이사회는 KBS 편성에 중립적 자세를 취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권 이사 발언에 대한 학계와 언론계의 비난도 거세다.

김서중 교수 "'허니문'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이사회를 선임하는 것은 경영을 책임지는 의미를 부여한 것인데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보도 내용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정권과 언론의 밀월관계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다. 권 이사가 정권과의 밀월관계를 생각했다면 KBS 이사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 이사는 정당 대표로 선출된 이사인지, 국민을 위해 공영방송 이사로 있는 것인지 모르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라이트계 학자들 "바쁘다" "잘 모른다" "할말 없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KBS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들이 반언론적 작태를 통해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전위대에 섰다는 게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이는 언론인들에 대한 기만"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이것은 '월권'으로, 정 전 사장을 퇴진시키는 과정에서도 KBS 이사회의 본모습이 드러났듯이 정권이 이사회와 조율하면서 역할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들은 사퇴하는 것이 옳고, 나아가 이사회도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법' 제 4조에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①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②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③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그 성명을 방송시간내에 매일 1회 이상 공표하여야 하며,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한편, <미디어스>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소속 언론 학자들에도 권 이사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으나, "수업 준비 때문에 바쁘다" "권 이사 발언 내용을 잘 모른다"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다음은 서갑원 의원이 공개한 권혁부 KBS 이사의 주요 발언이다.

① “KBS는 허니문이 없는가” <2008.3.13 제574차 임시이사회 中>
- 보도․제작 자율성, 방송편성 독립성 침해
- 권력 눈치보기 및 권언유착 조장

권혁부 이사 : 이사회 끝나기 전에 제가 몇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사장님! 가볍게 들어주십시오. 저는 걱정이 좀 돼서 여쭤보려고 하는 것인데, KBS는 허니문이 없는가? 정권이 출범하면….

사장 : 뭐가 없느냐고요?

정권이 출범하면 대개 관행상 언론기관이나 야당이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데에 그렇게 인색하지 하지 않는다는 속에서 허니문이라는 얘기도 하고 밀월기간이라고도 얘기하는데, 제가 우리 핵심 프로그램인 ‘9시뉴스’를 보면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이 하는 일에 대해 다소 걱정이 되는 부분들이 눈에 띄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사장 : 이거 기록에 다 남는 겁니까? 의사록에 다 남는 발언이십니까? (중략)

권혁부 이사 : 내가 이사회에서 얘기를 좀 하겠다는 것이죠.

이춘발 이사 : 아, 그럼 하는 것이고요.

권혁부 이사 : 제가 걱정하는 대목은 이렇습니다. 권력이 이성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런 전제라면 제가 걱정을 크게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문제는 권력의 속성이 그렇지 않다는 데에 있는 것이죠.

여기 이런 자료도 하나 보내주셨던데, 여기에 봐도 우리 방송환경이나 KBS가 맞아야 할 변화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불가측한 부분들이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 조직 이익이나 우리 역할에 어떤 변화가 올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지금 걱정하는 시점에서 공연히 이성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의 행태를, 감정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냐?

보는 이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각료인선을 발표한 19일 이후 12일까지 제가 죽 뉴스를 보면서, 지나가는 것들이니까 일감이 ‘조금 문제가 있겠구나!’ 해서 제가 자료들을 다 모아서 제 나름대로 분석을 해본 바로는, 정권을 조지는 게 질이나 빈도수 면에서 조금 지나치다. 그런 생각을 좀 했구요.

예를 들면, 27일에 각료들 청문회를 했는데 과거 우리 경험으로는 그런 정도면 몇 개를 엎어서 리포트 하나로 처리해도 될 일을 무려 6건으로 나눠서 개별적으로 디테일하게 다룬 것은, 그렇게 다룰 수는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원치 않는 반작용을 불러올 여지가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런 것은 세심하게 우리가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고요.

박미석씨의 경우는 논문만 4번을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그렇게 되풀이해서 지적할 만한 사항인가 하는 점에서 빈도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한승수 총리는 10번을 지적했어요. 총리 내정에서부터 출범까지.

사장 : 이사님! 제가 한 가지 좀 드리고 싶은데요. 물론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사님들이 자유롭게 말씀하실 수 있는데 우선, 이사회에서 과연 이런 문제가 제기되어서 논의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고요. 그 다음에, 지금 말씀하시는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 그것은 가치판단과 특히 보도본부의 기자, 데스크, 팀장, 팀장회의 그것을 다 거쳐서 나가는 자율적인 보도 관행에 대한 침해의 소지도 있다고 느껴지고요. 그래서 이런 지금 이사님께서 제기하신 문제가 과연 이사회에서, 더구나 의사록에 남는 이사회에서 구체적으로 거기까지 이야기를 제기하시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제가 조금 의문이 듭니다.

권혁부 이사 : 제가 그런 점을 살펴봤습니다. 살폈는데, 이사의 역할에 KBS의 공정성에 관해서 얘기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사장 : 그 공정성 이야기도 여러 가지 입장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저는 너무 디테일하게 이야기가 들어가고 또 그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물론 이사님들의 기능과 역할이 있습니다만 편성의 독립문제, 보도․제작의 자율권과 독립의 문제에 대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생깁니다. 그래서 적절성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고민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권혁부 이사 : 그런 문제에 관해서는 제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검토를 거쳐서 이 조직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이사가 할 수 있는 지적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말씀을 드리니까, 제가 디테일을 얘기하는 것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 사실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빈도가 조금 우리가 고려해볼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이고요.

그 다음에, 우리가 흔히 여야가 있고 상대가 있을 때 양적 균형을 가지고 공정성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런 수단을 통해서 여야를 보면, 예를 들면 ‘민주당 공천 배제기준을 놓고 갈등’ 그 뒤에다 ‘한나라당 공천갈등 폭풍전야’ 이런 식으로 기사를 붙인다는 것이죠. 양적인 균형입니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보면 분명히 어디 한 군데가 불이익을 보는, 그렇게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들을……. (중략)

이춘발 이사 : 제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습니다. 이 정도로 그냥 정리하시죠. 지금 권 이사가 몇 가지 얘기를 이사로서 방송에서 KBS가 처한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신중하게 잘 처리해주면 좋겠다는 보편적인 얘기 정도로 하고. 또 사장님 말씀도 있었고, 사장님 말씀하신 부분에도 일리가 있고 또 이 부분이 상당히 논쟁이 벌어지고 상당히 파급될 수 있는 영향이 큽니다. 이사회에서 사실 이런 논의를 하면 안됩니다. 논의가 아니고 얘기하고 끝내야 합니다. 그리고 아까 권 이사가 얘기한 부분에서 나중에 속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대단히 문제되는 발언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 부분은 나중에 조정하는 것으로 하고.

권혁부 이사 : 뭐가 문제가 되죠, 발언이?

이춘발 이사 : 내가 지적을 해드릴께요. 권 이사가 뭐라고 했느냐 하면, “권력이 이성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치적인 얘기예요. 그럼 새로 생긴 정권이 반이성적인 정권이라는 얘기에요? 그러니까 그것은 오해 살 만하니까…….

권혁부 이사 : 내 얘기는 그것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는 배제하는 것이 낫다는 뜻입니다.

이춘발 이사 : 그러니까 그런 얘기는, 주석이 달린 얘기는 하면 안되죠, 이사가. 새 정권을 가지고 정부를 놓고서 ‘비이성적인’ 그런 얘기를 합니까?

권혁부 이사 : 내가 비이성적이라는 게 아니라 그런…….

이춘발 이사 : 권력이 이성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감정적으로 하지 마라. 이 얘기를 한 것 아닙니까?

권혁부 이사 : 그렇게 할 수 있는 요소는 배제하라는 취지로 얘기를 드렸습니다. (중략)

권혁부 이사 : KBS 뉴스가 공정한지에 관한 얘기를 이사회에서 못한다는 얘기에요?

내가 말을 매듭짓겠습니다. 제가 말씀을 드린 취지는 KBS 조직 이익에 혹시 그런 것들이 나쁘게 작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지를 살펴서 뉴스 제작에 감안해 달라는 취지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②“정치팀장한테, 후배들한테 전화하고 그랬는데”
- 보도제작자 자율성, 독립성 침해 (2008.4.10 제576차 임시이사회)

권혁부 이사 : (중략)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정치팀장한테, 일부러 후배들한테 본의 아닌 전화도 하고 그랬는데 우선 크게 ‘예측조사가 부정확했다.’ 이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총선이 최근 한 세 번 다 예측이 빗나간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고요. (중략)

‘남 을’ 이것을 ‘탑동 을’로 읽고 더 심각한 문제는 후보자 이름을 전부 엉뚱하게 불러요. 내가 보기에는 그것이 모니터를 보고 하다보니까 빚어진 실수로 보이는데,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죠. 우리가 어떻게 했든 간에. 그래서 내가 답답해서 전화를 드렸는데 전반적으로.... (중략)


③“인사계획은 갖고 계십니까”
- 집행기관의 인사권, 보도제작자의 자율성 침해 (2008.4.10 제576차 임시이사회)

권혁부 이사 : (중략) 4월 1일이 대부분 정기인사가 있는 시즌 비슷하게 되어 있는데, 인사계획은 갖고 계십니까? 왜냐하면 사내후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일이 잘 안 잡히는 것 같고 그래서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여쭤봅니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중략)… 그러니까 전체적인 기획의도, 짜임새 전체가 잘못되었어요. 오히려 SBS 혼자 한 그 방송을 KBS, MBC가 풀로 했는데도 못 쫓아갔어요. 보다가 채널을 계속 돌려버렸습니다. 관심지역에 관한 이런 부분은 기획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쪼개서 어떻게 기획해서 만들어놓느냐 하는 것인데 그 얘기는 결국 아이디어도 못 냈고 집중력도 떨어졌고 또 거기에 출연한 기자는 도대체 훈련이 안 되었어요. 여자, 남자 다 똑같아요. 그것은 정말 방송을 앞으로 못 시킵니다. 과거에는 저희가 방송하다가 방송을 한 번 못하면 보도본부장이 내려와서 “방송하지 마!” 1년 동안 방송 못한 기자들 천지였습니다, 그 당시에. 그런데 이것이 세계적인 이벤트의 총선이고 공영방송인 KBS가 더구나 얼마나 안팎으로 질타를 당하고 있는 입장입니까?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요.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고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보면서, 백서는 나오려면 한참 시간이 걸리니까 제가 다음 주에 기능적인 측면에 관한 부분 또 기획적인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만 사장님이 지금 말씀하신 대로 그냥 “인정합니다”가 아니고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하는 부분도 별도로 연구해주십시오.

사장 : 아까 권혁부 이사님께서 인사계획을 물으시고 또 여러 가지 책임제기가 많았는데요. 인사에 대해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평팀원들 인사도 총선 때문에 미루어진 부분이 있고요. 사내에 인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루머가 있다는 것은 압니다만 공식적인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요.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디지털만 점검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후략)


④“뉴스를 보고 내가 취재과정을 알아봤는데”
- 보도제작자 자율성, 독립성 침해 (2008.5.20 제579차 임시이사회)

권혁부 이사 : 제가 이사회 자리에서 신정아 건과 관련해서 동국대가 예일대를 상대로 5000만불 소송한 것을, 만 하루가 지난 다음에 리포트 처리한 문제를 이사회장에서 문제로 제기했었는데 그것은 사소한 일이지만 조직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에 관해서 극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였다고 내가 말씀드린 바 있는데, 15일 ‘9시뉴스’ 전반부에 여러분 중에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사회와 관련한 중요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제목은 KBS 이사가 정권교체 이후 사퇴압력 받았다는 것이고 앵커 멘트는 이렇습니다. ‘KBS 이사진 일부가 정연주 사장 사퇴권고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 한 명이 정권교체 이후 사퇴압력을 받아왔다고 주장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무개 기자의 보도다.’ ‘이사진 일부가 정연주 사장 사퇴권고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 이것은 추단이죠. 팩트가 아니라는 얘기죠.

그 다음에, ‘KBS 이사진 일부의 요구로 오는 20일에 열릴 임시이사회에서는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퇴권고안 채택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우리가 이 안건을 전제로 해서 이사회 소집 안 했잖아요? 소집 요구한 사람들은. 다른 분들이야 뭐라고 얘기하실지 모르지만 소집 요구한 사람들은 이것을 안건으로 안 했어요. 이런 이사회 안건이 통보된 이후에 보도되었는데 안건은 ‘KBS 당면 현안에 관한 논의’ 이렇게 딱 되어 있어요. 이것을 보고 이렇게 추단해서 보도한다는 얘기는 첫째, 사실이 아닌 보도를 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이사회가 사실을 이렇게 하고 있다 하더라도 KBS 보도가 다른 보도기관과 달리 먼저 보도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 다음에, 이 뉴스를 보고 내가 경악을 해서 취재과정을 알아봤는데 이 기사의 취재는 기자협회장이 기사를 써서 보도본부장한테 보도를 요구했고 보도본부장은 문화복지팀장한테 ‘데스크를 봐라’ 데스크를 보라고 했는데 문제는 신태섭 이사 부분만 안고, 그것이 최시중 방통위원장 부분하고 두 갈래로 되어 있는데 문화복지팀장이 ‘두 갈래 다는 못하겠다. 최시중 부분은 우리가 확인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신태섭 이사의 압력 부분을 보도하는 것만 데스크를 했다는 거에요. 그런데 그 취재는 <미디어포커스>에 있는 기자가 했다는 것이죠. 그럼 <미디어포커스>가 소속돼 있는 시사보도팀장도 있고 미디어포커스팀의 데스크도 있어요. 선임팀원이 있다고. 그런데 그것을 문화복지팀장한테 보도본부장이 데스크를 요구한 것 자체가 통상적인 KBS 취재와 취사선택과 편집방향을 결정하는 것과 상당히, 아주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거예요.

그래서 지금 문제를 삼고자 하는 것은, 이사회의 일을 이렇게 보도하는 그 자체가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보도본부장 혼자 결정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에 그렇게 결심이 되어서 나갔다면 그것은 사장이 문책을 요구하면 엄청난 문책을 받을 일입니다. 나는 다른 것을 따지지 않고 이런 이사회의 일들에 관해서 오보를 하고도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것이냐? 그런 점에서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보도담당 부사장과 보도본부장을 우선 오늘 이 자리에 참석시켜서 문제를 규명하고 책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를 합니다.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중략)

권혁부 이사 : 불쾌한 정도가 아니고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중략) KBS 역사상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중략)

권혁부 이사 : 보도된 경위에 대해서 알아보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묻고 그것을 정식의제로 주장하겠습니다. 내가 선배 입장에서, 보도본부장은 안 알아봤어요. 안 알아보고 총괄팀장 이른바 보도국장한테 경위를 파악했어요. 그래서 내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데스크가 이렇게 된 과정까지도 얘기하고, “이것 오보 아니냐?” 입장이 “20일 지나봐야 알죠.” “아니, 이사회 안건이 문서로 통보가 되었는데 문서로 확인하면 되지 이미 보도가 이것이 오보라는 게 드러나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 그리고 내가 “정정보도해라, 선배 입장에서 얘기했다.” 그랬더니 “지나봐야 알죠.” 그 얘기 속에 나는 느낀 게 있어요. 느낀 게. 이것은 느낌이 있는 거예요. (후략)


⑤ “시사․보도 부문 통해 외부비판 자초”(2008.5.21 제580차 정기이사회)
- 보도․제작 자율성, 방송편성 독립성 침해

권혁부 이사 : (중략) KBS가 시사․보도 부문을 통해서 외부로부터 비판을 자초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은 달리 말하면 KBS의 중립성을 훼손했거나 공공성에 적합하지 않았거나 공영성과 적합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런 것들이 보편성과 중립성을 벗어나서 특정 견해에 치우치는 사례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중략)

제가 편파성 문제를 얘기하면서 KBS 프로그램이 좌였느냐, 우였느냐? 편파성을 얘기할 때 그 ‘편파’라는 말이 좌를 봤느냐, 우를 봤느냐? 그런 워딩이 아니라 예를 들면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KBS가 이런 것이 과연 외부로부터 논란을 불러올 편파시비의 대상이 되지 않았나, 그것은 좌우하고 상관없는 의제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김경준이 입국할 때 KBS가 2시간 동안 중계를 했습니다. 범죄인 하나 인도받아서 공항에 들어오는 것을 실황 중계하는 나라는, 그 사람이 망명했다가 아니면 반국가사범이라든지 그런 사람이 잡혀오는 것도 아닌데. 그런 것은 누구의 시각을 벗어나서도 ‘중립적이냐 아니면 양적으로 공정했느냐?’ 그런 얘기는 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하는 BBK사건이 미주알고주알 다 보도가 되었는데 1999년도에 교통사로 죽은 김경준의 바로 밑의 동생 스코트 김의 여권을 가지고 2001년도에 다섯 번 한국에 내왕했습니다. 그것은 검찰이 릴리스 해주었는데도 한 줄도 기사가 안 나왔어요. 그럼 김경준에 대해서, BBK사건에 관해서 공정하게 다루려고 했다면 그 사건은 제가 보기에는 당연히 한 번 보도했어야 될 일인데 보도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한 번도 다루지 않았어요.

제가 일례를 들어서 두 가지 예를 들었는데 KBS 보도가 이제는 KBS 시사물들이 과연 그런 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 나는 여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이것을 꼭 좌에서 봤느냐, 우에서 봤느냐, 논란의 여지는 있을지 모르지만 보편적 기준과 가치관으로 보면 쓸데없는 부분에,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에 의제를 설정해서 그 의제를 지나치게 키워간 측면들도 많았습니다. 이런 것은 제가 보기에 좌 편향, 우 편향을 떠나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일탈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지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적을 하고자 합니다.


⑥“이사회 일로 9시뉴스 탄다는 게…”(2008.6.5 제583차 정기이사회)
- 보도․제작 자율성, 방송편성 독립성 침해

(중략) 권혁부 이사 : 이사회가 한 일을 가지고 ‘9시뉴스’ 전파를 탄다는 것이 그만한 뉴스밸류가 있는 것입니까“ ‘9시뉴스’에 다루는 정보가 도대체 몇 가지나 됩니까? 그리고 내외에서 일어나는 정보가치를 놓고 밸류를 해서 취사선택을 한다면 그것이 과연 나갈 가치가 있었습니까? 더구나 내가 지금 섭섭하게 생각하고 진솔하게 우리가 대화를 좀 해보자는 취지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KBS 역사상 없었고 방송사상 역사가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이사회에서 한 일을, 그것도 사장은 보도본부를 내세워서 ”오보가 아니라고 한다.“고 하신다면 사장의 견해를 내놓아야죠.

사장님 사퇴요구 결의안 안건으로 채택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 방송을 보도할 때는 이사회 이사들한테 이미 문건으로 다음 이사회 때 어떤 것을 안건으로 한다는 것을 다 송부한 상태입니다. 그것조차 근본적으로 확인 안 하고, 내가 후배기자들 들이대고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들도 사실 공개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그 보도가 경위가 어떻고 당위가 어떻고 그런 문제에 관한 자기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 두 번씩이나 회의를 하면서, 내가 먼저도 “좀 진솔하게 합시다.” 이것을 사장님 입장에서 “저는 솔직히 잘 몰랐다. 보도본부가 어떤 경위에서인지 냈는데, 이것은 좀 이사회한테 부끄러운 것 아니냐, 이사회가 과연 그렇게 ‘9시뉴스’를 타서 사측이 공격을 할 만한, 비난할 만한, 비판할 만한 일들을 했느냐? 그렇게 꾸짖었다. 재발방지 하겠다.” 그런 정도면 이사들이 납득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사장님이 계속 그렇게 몰고 가신다면,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면 우리는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중략)

권혁부 이사 : 아니, 이것을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이사회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게 말도 안된다는 식의 얘기를, ‘이사회 새끼들은 개새끼다.’라고 방송해도 말을 안 합니까?

⑦“수신료 문제는 대통령한테 보고해야 할 사항”
- KBS 경영의 자율성 침해 (2007.7.9 제558차 정기이사회)

권혁부 이사 : (수신료 인상) 공개추진 의사의 선후를 놓고 지금 저하고는 의견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제가 여쭤보고 싶었던 서너 가지를 질문 드리고 나서 그 부분에 관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이것은 국민 부담이 지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추진과정은 대통령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사안입니다. 그래서 수신료 추진의사를 대통령한테 어떤 경로로 전달했는지, 전달했다면 그 경로를 말씀해 주시고 시기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후략)

사장 : 꼭 국회 문광위 같습니다. 대통령과의 관계를 물으셨는데 그 부분은…….

권혁부 이사 : 관계가 아니고 제 얘기는, 이 정도는 대통령한테 참모들이 보고해야 할 사항으로 판단합니다. (중략)

사장 : 개인적으로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이 문제를 가지고 대통령한테 이 내용을 전달한 적 없습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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