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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와 결별 않는 '비윤리적 보수' 사회, 아베의 압승과 우리가깝고 멀지만 닮아가는 한국과 일본, 야권의 '안티' 캠페인은 유효한가?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2.15 17:37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돌아왔다.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14일 치러진 제47회 일본 중의원 선거가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양당이 3분의 2를 넘는 의석을 확보하는 결과로 일단락되자 한국 언론은 긴장하는 기색이다. 벌써부터 ‘아베 내각의 우경화’와 ‘한일관계의 경색’을 걱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흔히 한일 양국을 일컬어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양국 사람들이 상대 국가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역사적 이유가 있겠지만, 더 이상 그래야 할 필요가 없게 된 이후에도 우리는 일본 사회의 흐름을 바라보기 보다 우리에게 싫은 모습이 드러나는 흐름에 ‘우려’하고, 우리에게 덜 싫은 모습이 드러나는 흐름에 ‘안도’할 뿐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의 복귀와 그것이 한일관계에 미치게 될 영향으로만 일본 총선 결과를 분석한다면 그것은 한국 사회에도 충분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자료를 방기하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서 일본과 한국의 상황을, 그리고 동아시아 민주주의의 특수성 속에서 일본과 한국의 상황을 유추해본다면 좀 더 의미있는 해석의 거리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일본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제47회 중의원 선거 투·개표가 실시된 14일 일본 도쿄도 자민당 본부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극우정당 성공하기 힘든 일본과 한국?
 
먼저, 이번 선거 결과에서 유의할만한 부분 중 하나는 2년 전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유신회의 위축이라 볼 수 있다. 일본유신회는 당내 분열로 유신회와 차세대당으로 나뉜 데다가 차세대당은 당의 존립을 의심케 하는 참패를 당했다. 오사카시장 출신의 하시모토 도루가 이끄는 유신회는 사실상 왕년의 한국 사회의 자유민주연합이 ‘충청도 지역당’이었듯이 ‘오사카 지역당’의 길을 가게 되었고, 차세대당은 하시모토 도루와 분열한 원조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 최고고문마저 낙선하는 처지가 되었다. 하시모토 도루는 재특회 회장인 사쿠라이 마코토와 논쟁하면서 ‘헤이트스피치’에 대해 “비겁하고 보기 흉하다”고 말하는 등 이미지 쇄신을 꾀했으니 큰 효력은 없었다. 
 
일본의 선거제도는 그래도 한국의 그것에 비하면 군소정당에 대한 문턱이 낮은 편이다. 한국은 선거제도가 양당제에 적합하기 때문에 진보정당은 물론 극우정당도 쉽게 등장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선거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극우정당이 출연하기 어려운 이유는 선거제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란 짐작도 가능해진다. 일본 사회의 경우 불과 몇 년 전 세를 떨쳤던 극우정당이 보수정당의 선전에 밀려 급격하게 세가 축소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보수세력이 극우세력과 결별하지 않은 사회에서, 보수정당이 극우적 드라이브를 걸 경우 극우정당의 입지는 급격하게 축소되는 경향성을 보여준 것이라 해석될 수 있다. 극우적 유권자들의 경우 아베 신조의 자민당의 ‘보통국가’를 지지하는 것이 조금 더 과격한 유신회를 지지하는 것보다 실익이 크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 일본 주요 신문이 제47회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의석의 3분의 2 넘게 차지하며 승리했다는 소식을 15일 1면에 실었다. (연합뉴스)
 
'극우'와 결별하지 않은 '비윤리적 보수'의 사회에서, 우리의 대처방안은?
 
한국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비단 양당제에 유리한 선거제도 뿐만이 아니더라도, 보수정당 블록을 장악한 새누리당이 상당 부분 극우적인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별도의 극우정당이 존립하기가 어렵다. 새누리당의 대다수는 상대방의 정치적 이념을 ‘종북’이라 비판하는 것에 능숙한 수준을 넘어, 그들이 ‘종북 콘서트’라 낙인찍은 행사에 대한 백색테러에도 무관심한 것으로 보인다. 
 
오직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만이 "새누리당 내에서 이런 백색테러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차 없이 다 제명을 시켜야 한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 사회의 정치적 환경을 본다면, 하태경의 제안을 따르는 것은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을 늘리는 길이기는커녕 잠식하는 길일 수 있다.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면서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침해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신들의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양 왜곡, 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발언하며 정국을 돌파하려 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그렇기에 윤리적 문제를 별도로, 새누리당은 향후에도 극우와 결별하지 않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인 극우정당의 출현도 그만큼 쉽지는 않은 일이 될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조류와 비교해 봐도 의미심장하다. 유럽 각국에서 극우정당의 힘이 강해지는 데엔 그들 사회에서 기존의 대의정치가 사회문제에 대처할 힘을 잃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미 보수정당이 극우정당과 확고한 결별을 이루었기에 같은 지지기반을 두고 쌍방 간에 차별점을 둔 경쟁이 가능하단 사실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우와 결별한 보수’는 ‘극우’와 경쟁해야 하고, ‘극우와 결별하지 않은 보수’는 ‘극우’를 별동대로 관리하는 것만으로 지지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진다. 
 
   
▲ 15일자 경향신문 10면 기사
 
왜 민주당은 지리멸렬했고 공산당은 약진했는가
 
일본 총선 결과에서 유의해야 할 두 번째 부분은 민주당의 미약한 약진과 공산당 계열의 선전이다. 집권 자민당에 대한 반감이 시민사회 진영에서 조직화되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집권당이었던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의석수를 일부 늘리는 것에 그쳤고 오히려 공산당 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는 민주당이 지리멸렬하고 공산당이 상대적으로 약진했다고 해서 자유주의 정당 지지가 아닌 진보정당 운동이 살 길이라는 단선적인 분석을 하고 말 일이 아니다. 비슷한 처지의 한국 사회에선 일본 민주당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제 진보정당들이 단체로 지리멸렬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상황은 한국의 야권과 진보정당들에게도 줄 시사점이 없지 않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야권이 ‘안티 아베’ 중심의 캠페인으로 나아갔을 땐 아베가 약화되기 보다 투표율이 낮아지는 등 정치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그리 높지 않았던 것도 그 영향일 것이고, 군소정당의 선전은 투표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의 소수정당의 선전이거나, 함께 ‘안티 아베’를 내걸었을 경우 차라리 구호가 선명한 쪽에 표를 던진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유럽 사회에서도 극우정당과 함께 새로운 유형의 좌파정당이 선전을 거두는 조류에 발맞추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공산당 위원장이 제47회 중의원 선거 투·개표가 실시된 14일 일본 도쿄도 당 본부에서 당선이 확실해진 후보의 이름에 장미를 달고 있다. 기존에 중의원 8석을 보유했던 공산당은 이번 선거에서 20석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무의미한 까닭?
 
이를 한국 사회에 적용해본다면 어떻게 될까. 여러 자본주의 국가에서 서민들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위기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현 집권세력의 윤리적 문제나 역사관, 무능 등을 지적하는 것은 수권정당으로 인정받는데 충분한 정치적 공세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되는 것 같다. ‘아베 노믹스’를 확실하게 거꾸러 트리려면 ‘아베 노믹스에 대한 비판’이 아닌 다른 종류의 ‘노믹스’가 필요하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며,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위기에 처하고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선 야권 후보들이 수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그것보다 훨씬 높은 상황을 설명하는 분석이 될 것이다. 
 
또 최근 한국의 야권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중도파’ 논쟁이 생산성을 가지려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야권에선 중도파의 표심을 가져와야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리멸렬하고 공산당은 선전하는 일본의 상황은 ‘강경’과 ‘온건’의 대립을 해체할 것을 요구하는 듯하다. 상황을 분석해본다면 유권자들은 비판을 강경하게 하는 것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것에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이는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유권자들의 요구에도 부합한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중도파’를 잡는다며 경제정책에선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보수에 근접하면서, 이상하게도 대통령을 비판할 거리가 나오면 대단히 강경하게 반응하곤 하는데, 이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바에서 정확하게 반대 방향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들이 늘어도 야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 이 현실을 어찌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제 야권 세력은 일본 총선 결과를 바라보며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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