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 진행을 맡았던 것 때문일까? <미디어스>를 비평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떤 매체를 비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데, 이렇게 쉽게 맡기는 걸까? 비평을 하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그럴듯한 통계라도 하나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비평에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비평 잘못하면 얼마나 쪽팔리는 일인데… 솔직히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참 모질지도 못한 성격때문인지 알았다고 말해버렸다. 못한다는 변명을 하기에는 전화를 받았을 당시 너무 바쁘기도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자세히 뜯어보자는 마음으로 미디어스에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언론계 단신·동향’ 창에 “검찰 KBS 이사회 방해 수사착수”라는 기사가 떠있다. 이게 뭐냐? 이사회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감사실에 다녀온 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다니, 첨 들어보는 기사인데, 잽싸게 들어가봤다. 근데 이게 뭐냐, 7월달 기사 아닌가, 이런… 쯧쯧…. 다른 단신들도 마찬가지, “감사원 정연주 사장 출두 최종 통보” 등등 모두 7월 기사다. 미디어스는 8월 이후 단신을 하나도 안썼나보군.

일단 하나 건졌다. “관리 부실과 매체의 기본중의 기본인 스트레이트 기사 누락”

이렇게 된거 메뉴 하나씩 들어가 봐야겠다.

일단 ‘미디어’를 클릭했다. 맨 윗기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PD수첩 징계관련 기사다. 역시 7월 기사군. 두 번째 기사 역시 KBS 관련 7월달 이야기. 나머지 밑에 기사들 역시 모두 7월 이전 이야기다.

다음은 ‘대중문화’. 첫 기사가 지난 3월 대학생 등록금 관련 기사다. 두 번째 기사는 4월달 기사이긴 한데 이상하다. 청와대 기자실이 ‘3월의 미디어진상’에 선정됐다는 기사다. 왜 이런 기사가 대중문화란에 있는 걸까?

이제 이 작업은 그만해도 되겠다. “관리 부실과 매체의 기본중의 기본인 스트레이트 기사 누락” 혐의 확정.

다음은 내용분석을 해야겠다. 다시 첫 화면으로 복귀. 에구 직업병이다. 들어가자 마자 오른쪽에 ‘오늘의 핫 이슈’가 보인다. 최근 뉴스는 이곳에 모아 놓았나보다 하고 클릭. 다행히 지난 6월 이후의 기사는 없다. 혐의 재확정이다.

다시 돌아온 미디어스 첫 화면, 참 좋다. 다시 봐도 좋다. 우선 디자인이 맘에 든다. 기사도 힘이 넘쳐난다. 미다시도 잘 뽑는다. 필진도 끌리는 사람이 많다. 보고싶은 기사가 많다. 그런데 이 좋은 기사들이 며칠 지나면 어디에 가서 숨어있는 것일까? 10분 넘게 이곳저곳 다 뒤져봤지만 못 찾겠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런 쪽에는 좀 약하다.

시효지난 기사는 나중에 찾아보고 일단 대문에 올려진 기사를 하나씩 클릭해 읽어봤다. 역시 좋다. 그런데 다소 어정쩡하다는 느낌 어쩔 수 없다. 스트레이트와 평론의 중간쯤이라고나 할까? 뉴스를 스트레이트로 전하는 것도 본격적인 평론도 아니다. 전해진 소식에 대한 나름 괜찮은 기자와 필진의 괜찮은 글이라는 정도. 물론 이런 성격이 미디어스를 보는 맛이긴 하다.

그래도 좀 명확하게 하는 게 어떨까 싶다. 뉴스는 뉴스대로 평론은 평론대로…, 뉴스는 좀 더 정확하고 좀 더 풍부했으면 한다. 좀 더 현장성이 있었으면 한다. 다른 매체가 취재하지 못한 숨겨진 사실에 대한 보도가 좀 더 많았으면 한다. 특종과 정확한 보도, 그게 언론 매체의 힘 아니던가. 사실 미안하지만 오늘 본 기사에 미디어스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뉴스나 단독보도는 없는 것 같다.

혹시 내가 미디어스를 잘 못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미디어스 소개’란에 들어갔다. ‘깊이있는 미디어비평’, ‘감시·비판의 미디어비평’, ‘비평지형의 확대’. 미디어스의 3대 컨셉 모두에 비평이 들어간다.

역시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군, 사실 처음 알았다. 미디어스가 미디어계의 소식을 전하는 매체로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물론 비평도 한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창간 취지가 비평이었다는 것은 정말 몰랐다.

그러나 아무리 다시 들어가봐도 미디어 비평이라는 창간취지에 맞는 매체는 아니다. 즉 나의 과실은 아니라는 뜻이다. ‘보도비평’ 코너에 다시 들어가 봤다. 6월 이후의 비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역시 나의 과실이 아니다.

“미디어스 창간 1주년, 함께 심은 미디어 희망” 대문에 걸려있는 문구다. 참 좋은 표현이다. 창간 취지와 이후 변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매체의 성격이 좀더 명확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미디어비평을 하는 작업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자꾸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재는 뭐야? 지는 뭐가 그리 잘나서”라는 말이 나오기 직전에 끝내는 것이 기술이다. 사실 더 분석해볼 시간도 많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이렇게 포장하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으로 깔끔한 첫 화면으로 다시 돌아온다. 가슴이 아프다. 다소 외관에 손상이 가더라도 광고로 넘치는 미디어스 첫 화면이 됐으면 좋겠다. 건투를 빈다. 그리고 2주년 때 다시 비평을 해달라고 하면 그땐 더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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