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 대해 사과했다. 박 시장은 농성단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가 시민위원회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점 가슴 아프다”며 “논의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인권헌장의 선포에 대해서는 당장 선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이자 인권헌장을 선포하기로 예정됐던 날, 박원순 시장은 농성단에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이 농성에 돌입한 지 5일째 되던 날이다. 그동안 박 시장은 농성단이 위치한 1층 로비를 피해 업무를 진행해 왔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농성단 대표자들과의 약 1시간 가량의 면담이 끝난 후,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링크)을 통해 사과했다. 박 시장은 ‘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라고만 언급한 뒤 “시민여러분들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시민위원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아울러 서울시가 시민위원회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점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좀 더 신중하고 책임있게 임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다. 논의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이번 일로 제가 살아 온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상황은 힘들고 모진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민운동가와 인권변호사 경력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과 현직 서울시장이라는 엄중한 현실, 갈등의 조정자로서의 사명감 사이에서 밤잠을 설쳤고 한 동안 말을 잃고 지냈다”고 덧붙였다.

‘인권헌장’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법률과는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사회적 협의이자 약속이니 만큼 서로간의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권헌장 선포하는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고 변명을 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시민위원들이 보여주신 헌신적인 과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혹하게 존재하는 현실의 갈등 앞에서 더 많은 시간과 더 깊은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선택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장의 ‘인권헌장’ 선포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며 그로 인한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박원순 시장은 그러면서도 “모든 차별행위에 맞서 ‘차별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처음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헌법정신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수사를 붙이기도 했다. 박 시장은 또,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상호신뢰 원칙으로 논의와 소통의 장을 열고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해 농성에 돌입한 인권단체들은 박 시장과의 면담에 대한 짧은 보고 이후 향후 계획을 세우기 위해 회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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