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은 성적지향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이 시민들에 의해 ‘강제’선포됐다. 서울인권헌장제정 시민위원회는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가 선포를 거부하고 있는 인권헌장의 제정을 축하하며 직접 선포에 나섰다. 시민위원 48명과 전문위원 29명이 함께했다. 이날 선포된 인권헌장에는 지난달 28일 공정회 결과대로, ‘성적지향 차별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물론, 이 자리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없었다.
비틀즈 ‘all you need is love’와 함께 인권헌장 선포
점심 12시, 서울시청 앞에는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영화 <러브액츄얼리> OST)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같은 시각, 보수기독세력들은 ‘동성애 OUT’ 피켓을 들고 동성애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었다. 박원순 시장이 성소수자 차별반대 인권단체의 면담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위원들은 “4~5개월간 180명의 시민위원들이 인권헌장 제정을 위해 노력했고, 28일 6차 공청회를 통해 인권헌장 제정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시민위원들은 “서울시가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시민모임은 인권헌장 제정이 매우 자랑스러우며 이를 직접 선포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했다”고 강조했다.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 이종걸(‘친구사이’ 사무국장)은 “인권헌장 제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오늘의 주인공은 인권이다. 혐오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귀를 기울이지 말자”고 요청했다. 그는 “서울시는 모든 합리적인 토론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제정된 인권헌장을 약속대로 선포하고 이행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11월 28일부터 서울시가 보여준 태도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느닷없이 ‘미합의조항에 대해서는 표결 불가’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전원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곳에 모인 100여 명의 위원들이 한 사람의 이견도 없이 만장일치를 하라는 것은 사실상 인권헌장을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도대체 어떤 정책과 법률이 만장일치로 이뤄지나. UN이 제정한 세계인권선언도 당사국 모두의 만장일치로 의결되지 않았다…시민위원들이 한가해서 헌장제정에 참여한 줄 아는가. 강의를 마치고 온 학생, 퇴근하고 온 직장인, 아기를 데리고 온 주부,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 등 다들 각자의 생업과 학업으로 바쁜 가운데 오로지 제대로 된 인권헌장을 만들어 보고자 어렵게 시간을 쪼개어 참여해온 것이다. 서울시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제멋대로 인권헌장을 폐기할 것이었다면 도대체 시민원은 왜 뽑았으며, 인권헌장은 왜 만든다고 했나” <기자회견 성명서 중>
안경환 위원장, “일시적인 혼란…잠시 분노를 참자”
이날 인권헌장 제정 축하 및 선포 기자회견에 참여한 인권헌장제정위원회 안경환 위원장(전 인권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기쁘고도 슬픈 날”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은 인권헌장 제정을 축하하는 떡 케이크 커팅식을 갖고, 서울시를 향해 “인권헌정을 선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