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반대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시장의 면담을 촉구하며 시청을 점거한 지 이틀이 지났다. 박 시장을 지지했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와 면담을 촉구했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그 가운데, 보수 기독세력들은 서울시청 로비 반대편에 농성장을 꾸렸다.
7일 오후 7시 30분 성소수자 차별반대 인권단체들의 농성장에서 두 번째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서울시 인권위원으로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에 참여했던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가 찾아와 지지의 뜻을 밝혔다. 농성장에는 현재 인권활동가들 250~300여명이 모여 있는 상황이다.
홍성수 교수는 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보수기독세력의)혐오와 폭력으로 인해 성소수자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제정을 맡고 있는)당사자로서 ‘그래도 선포가 되기만 하면 그 빚을 갚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텼다. 그렇지만 선포되지 못함으로 인해 뭐라 말씀을 드릴지 죄송하고 참담하고 원통하다”고 울먹였다. 홍 교수는 “가끔 학생들 중에 성소수자라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편에 서 있는 것이 전부다. 이 자리에 선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에이즈 감염인이자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대표가 찾아 눈길을 끌었다. 동성애와 관련한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가 ‘에이즈 감염의 원인’이라는 굴레이다. 지난 10월 말 인권헌장공청회에서 동성애 혐오자들 또한 “에이즈 아웃” 피켓을 들고 있었다.
윤가브리엘 대표는 보수 기독교의 ‘에이즈의 원인은 동성애’라는 주장은 “에이즈에 대한 예방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는 진실을 알리는 게 역할이지만 손을 놓고 있고 그래서 감염자들과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혐오 속에서 상처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가브리엘 대표에 따르면, 에이즈 환자는 병원와 요양원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정부에서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끝으로, 윤가브리엘 대표는 “이 사회에서 약점으로 취급되는 에이즈라는 질병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물어 뜨는 것은 비열하고 잔인한 짓이다. 그런데, 현재 너무나 많은 차별과 혐오, 낙인 속에서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