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반대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시장의 면담을 촉구하며 시청을 점거한 지 이틀이 지났다. 박 시장을 지지했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와 면담을 촉구했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그 가운데, 보수 기독세력들은 서울시청 로비 반대편에 농성장을 꾸렸다.

7일 오후 7시 30분 성소수자 차별반대 인권단체들의 농성장에서 두 번째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서울시 인권위원으로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에 참여했던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가 찾아와 지지의 뜻을 밝혔다. 농성장에는 현재 인권활동가들 250~300여명이 모여 있는 상황이다.

▲ 12월 7일 성소수자 차별 반대 인권단체들이 서울시청을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두번 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홍성수 교수(서울시 인권위원)가 참여해 지지의 뜻을 보냈다ⓒ미디어스
홍성수 교수는 “서울시 인권헌장 제정을 위해 처음 보인 게 3월로 기억한다”며 “그만큼 오랜 동안 준비를 했고, 말하자면 서울시의 기획작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시민위원으로 참석하신 분들 중에는 동성애와 관련해 혐오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종교의 입장과 다르다’는 분도 계셨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는 동성애 차별금지 조항이 들어 가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주셨다”고 말했다. 인권은 합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권헌정 제정 과정이 입증한 셈이다.

홍성수 교수는 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보수기독세력의)혐오와 폭력으로 인해 성소수자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제정을 맡고 있는)당사자로서 ‘그래도 선포가 되기만 하면 그 빚을 갚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텼다. 그렇지만 선포되지 못함으로 인해 뭐라 말씀을 드릴지 죄송하고 참담하고 원통하다”고 울먹였다. 홍 교수는 “가끔 학생들 중에 성소수자라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편에 서 있는 것이 전부다. 이 자리에 선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에이즈 감염인이자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대표가 찾아 눈길을 끌었다. 동성애와 관련한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가 ‘에이즈 감염의 원인’이라는 굴레이다. 지난 10월 말 인권헌장공청회에서 동성애 혐오자들 또한 “에이즈 아웃” 피켓을 들고 있었다.

▲ 12월 7일 성소수자 차별 반대 인권단체들이 서울시청을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두번 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윤가브엘 대표는 "에이즈의 원인은 동성애가 아니다"라면서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에이즈 예방은 안되고 감염자에 대한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미디어스
이와 관련해 윤가브리엘 대표는 “성소수자들이 공격을 받을 때 ‘에이즈’는 오래전부터 따라 다녔다”며 “<차별금지법>, <학생인권조례>, <군형법> 등 논란 때마다 (보수기독인들은)말도 안 되는 주장들을 하고 있다”고 비감해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첫 감염인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혐의가 씌워졌고 (기독교인들의 공격은)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에이즈의 원인은 동성애가 아니라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가브리엘 대표는 보수 기독교의 ‘에이즈의 원인은 동성애’라는 주장은 “에이즈에 대한 예방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는 진실을 알리는 게 역할이지만 손을 놓고 있고 그래서 감염자들과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혐오 속에서 상처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가브리엘 대표에 따르면, 에이즈 환자는 병원와 요양원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정부에서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끝으로, 윤가브리엘 대표는 “이 사회에서 약점으로 취급되는 에이즈라는 질병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물어 뜨는 것은 비열하고 잔인한 짓이다. 그런데, 현재 너무나 많은 차별과 혐오, 낙인 속에서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 12월 7일 성소수자 차별 반대 인권단체들이 서울시청을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두번 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로비 건너 편에서는 보수 기독단체들이 농성에 들어갔다ⓒ미디어스
한편, 이날 7시 경 보수 기독단체들은 성소수자차별반대 인권단체들의 농성장 건너편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종북, 빨갱이들을 왜 그대로 두느냐”, “불법 농성을 왜 그대로 두느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또한 때때로 인권단체들의 농성을 방해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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