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병순 사장 취임 후 벌어진 보복 인사, 고발프로 폐지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박승규)가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 대해서는 ‘방영 절대 불가’를 주장하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운 배경은 무엇일까?

▲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미디어스
지난 12일 KBS본부는 대통령 라디오 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의 방영에 대해 “일방적 녹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방영해선 안 된다”며 사측에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방영 강행시 철야농성과 피켓시위까지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KBS 관계자들은 KBS노조의 갑작스런 ‘변신’의 이유에 대해 “다음달 노조 집행부 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MBC가 노조 반대로 물러섰는데 KBS만 그대로 방영하면 노조 집행부가 타격받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KBS관계자 A씨는 “방송하기로 한 MBC, KBS 중 MBC가 노조 반대로 물러섰는데 KBS만 그대로 방영하면 노조 집행부가 타격받을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 같다”며 “청와대가 방송자율권을 침해한 이번 건은 명백하게 불합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다음달 노조 집행부 선거도 있고, 여기에서조차 반항하지 않으면 더욱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 보여줘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B씨도 “현재 KBS는 직제개편, 편성, 인사 모두 엉망인데 노조가 사측을 너무 견제하지 않고 있다”며 “갑자기 노조가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사측 관계자는 “노조 전체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기 보다 PD직군 조합원이 문제제기를 해서 그 동력이 노조에게 전달된 것”이라며 “또 명백하게 불합리한 사안이라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애초에 사측은 정례화가 아니라고 못박았는데 연설문이 12일 배포된 결과 정례화를 확실하게 하는 발언이 있어서 노조로선 더욱 반발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박승규 KBS노조 위원장 ⓒ서정은
이에 대해 이재원 KBS노조 공추위 간사는 “청와대가 9일 일방적으로 대통령 연설을 발표했을 때는 경제위기에 관련한 내용은 여러 국민들이 궁금할 것이고, 시의성·일회성·편성독립이 보장된다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입장이었는데, 12일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은 오디오파일을 보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며 “방송사와 전혀 상의도 없이 정례화를 확실시하는 발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간사는 내부 반발로 대통령 연설의 독립 편성이 취소되고 제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서 뉴스 아이템 중 하나로 소화된 것에 대해 “상당히 불만족스럽다”면서도 “민주당에 반론권도 줘서 일방 홍보가 아니었고 독자 편성이 아니라서 그나마 나았다”고 밝혔다.

한편, 박승규 위원장은 13일 오후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방영중단을 요구했으나 우여곡절끝에 방영이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의견이 없다”고 밝혔다. 추후 대통령 연설 방영과 관련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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