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목숨이다”
“혐오는 폭력이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입장은 단호하고 분명했다. 6일(토) 오전11시 서울시청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의 요구는 간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과 사과 그리고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를 ‘인권변호사’ 출신 시장으로부터 부정당한 이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며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조혜인 변호사는 박원순 시장에 대해 “인권변호사라는 타이틀로 정치인이 된 분”이라며 “이 같은 분이 이 사회 소수자들에게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모든 사람들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소수자의 인권은 표를 위해서 버려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걸었던 슬로건은 ‘당신 옆에 누가 있습니까?’였다. 그리고 고작 6개월이 지났을 뿐”이라며 “그리고 우리는 성소수자 옆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없음을 똑똑히 확인하는 지독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이 엄혹한 시간을 보편적 차별금지 원칙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서울시는 성소수자들이 점거 농성에 돌입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경찰병력을 배치했다. 농성장을 찾은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혐오세력은 난동을 부려도 가만히 두더니, 성소수자들이 농성에 돌입하자 10분도 안돼 112에 신고가 됐고 곧바로 경찰병력이 배치됐다”며 “(성소수자들에게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뜻 아니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숙 활동가는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농성과 서울시의 대처를 보고 “서울시의 이중적 차별로, 사실상 혐오세력에 공감하는 것을 보인 것”이라면서 “박원순 시장은 더 이상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명숙활동가는 “누군가가 잘못을 했을 때 잘못했다고 지적해 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혐오세력은 점점 늘어갈 수밖에 없다. 만일, 박원순 시장이 반성을 하고 사과를 한다면 다시 지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이번 사태를 그대로 두면 또 다른 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침묵해야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선 것이지 박원순 시장을 몰아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명숙활동가는 또한 “이번 사건에서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성소수자를 박원순 시장이 몰아세운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TV조선은 촬영하지 마세요”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서울시청 농성은 보수편향 매체들의 좋은 먹잇감으로 작용돼 왔다. 그들 눈에 이번 사건은 ‘진보의 내부분열’이었다. 또, 동성애와 관련한 혐오세력만큼이나 혐오스러운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현장을 찾은 TV조선 취재진은 아예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한편, 서울시청에 배치된 경창병력들이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자보를 떼어내면서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아래는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서울시청 농성 현장 사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