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수현재컴퍼니
연극이 개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으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공연계가 뮤지컬로 워낙 쏠림현상이 심한 터라, 어지간한 캐스팅으로는 연극이 화제를 불러 모으기란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리타>에 공효진이 캐스팅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렸을 때부터 <리타>는 화제가 되었다.

화면으로 보던 그녀의 통통 튀는 매력과 사랑스러움을 무대에서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 관객 덕에, 한겨울임에도 극장 매표소는 표를 구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배우는 연기하는 캐릭터에 자신만의 장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시청자와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폭이 좌우된다. 공효진이 누구인가.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 소지섭에게 구박 아닌 구박을 당하는 가운데서도 공효진 자신만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캐릭터 안에 적절하게 반영하는 데 성공한 ‘공블리’ 아니던가.

공효진은 리타라는 캐릭터에 자신의 강점인 러블리한 매력을 반영하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상대역인 프랭크가 까칠대마왕처럼 리타를 몰아붙여도, 공블리의 리타는 프랭크에게 기 죽지 않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었다.

공효진이 연기하는 리타는 ‘소통’에 갈망하는 여인이다. 리타는 미용실 손님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수다로 풀고 싶어도 함께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개인 교습을 위해 프랭크를 찾지만 정작 프랭크의 교습은 항상 뒷전이다. 프랭크가 말하는 이야기를 가로채서 리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는 건, 리타가 학구열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그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소통을 필요로 한다는 지점만으로 본다면 <리타>는 수현재컴퍼니가 작년 이맘 즈음에 선보인 <그와 그녀의 목요일>과 맥락을 같이 한다.

리타는 자신이 미용사로 지내며 손님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지금보다는 다른 사람, 좀 더 나은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지적 갈망이 채워지기만 한다면 리타 자신의 주위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리라.

이런 리타의 지적 갈망은 ‘청출어람’이 무엇인가를 후반부에서 보여준다. 인정받는 시인이 되지 못한 콤플렉스를 품고 있는 프랭크를 통렬하게 지적하는 리타의 변화한 모습을 통해, 먼저 된 자인 프랭크가 나중이 되고, 반대로 나중 된 자인 리타가 먼저 되는 청출어람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 사진 제공 매니지먼트 숲
공효진은 공연 데뷔작을 선택할 때 쉬운 길 대신 어려운 길을 자초했다. 쉬운 길이란 많은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을 데뷔작으로 선택하는 걸 뜻한다. 배우가 많으면 많을수록 익혀야 할 동선과 대사는 줄어든다. 반대로 배우가 적을수록 동작과 대사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공효진은 출연 배우가 가장 적은, 2인극이라는 고난이도의 연기를 무대 데뷔작으로 선택한다.

수학 문제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고난이도의 문제를 접하면 그 다음부터 만나는 문제는 술술 풀리게 되는 법, 공효진은 공연 가운데서도 극악의 난이도에 해당하는 2인극에 도전함으로 어려운 연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렇다면 그가 차후에 선택할 공연작은 <리타>보다 대사 분량도 적고, 익혀야 할 동작도 적어지기에 <리타>보다 수월해지는 건 당연지사.

공효진이 <리타>라는 고난이도의 문제를 잘 풀어감으로 말미암아 차후 공연작에서는 일취월장하는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첫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에서 관객과 인사를 나눌 때 공효진이 흘린 뜨거운 눈물은 <리타>를 시금석으로 보다 나은 그의 무대 연기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으리라는 반가운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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