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직전까지 방송여부를 놓고 논란을 일으켰던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13일 KBS를 통해 끝내 방송됐다. 방송을 중단하기 위한 KBS노조의 철야농성과 피켓 시위도 있었다.

▲ 이명박 대통령 ⓒ여의도통신

'뉴스가치'를 판단해서 방송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방송사인데 청와대가 나서 '정규코너로 해야 한다'. '필히 방송되어야 한다', 이렇듯 간섭하는 것이 마땅치 않아 일면 자존심이나 정치적 이유로 인해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연합뉴스>를 통해 "현직 대통령의 첫 라디오연설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뉴스 가치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유 등으로 방송을 하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라며 불만을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의 라디오를 통해 전달했던 메시지를 살펴 보자,.

인사 멘트를 마치고 자신의 과거 경험을 이야기했다.
"아버지가 직장을 잃으니까 안 그래도 어렵던 살림살이가 더욱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아버지가 왜 회사 걱정을 그토록 하셨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 후 대통령이 전달하고 있는 몇가지 '사실'들을 요약하면,
1. 내년도 성장률 미국 0.1% 등 선진국 0%대로 잡고 있음, 우리만 독야청청 할 수는 없어
2. 97년 IMF 당시 스물 입곱배나 많은 외환보유고 2400억 달러로 안정되어 있음
3. 4/4 분기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설 것 전망
4.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도 몰라보게 튼튼해져

그리고 당부의 말은 이렇다.
- 흑자도산 막을 터, 정부가 마련한 약 600여개의 법안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길 부탁,
- 국민들에게 해외소비 줄이고 국내 소비 늘려주십시오, 에너지 10%만 절약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작더라도 생활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말씀 드리겠습니다"라며 끝마쳤다.

아무리 보더라도 사실여부를 떠나 획기적인 '사실'이나 대통령의 특별한 '주장'은 찾아볼 수 없다. 도입부에서 밝힌 아버지의 해고 경험담은 해고 YTN노동자에겐 또 한번의 비수로 꽂힐 것이다. YTN 뿐만 아니라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회사의 약자를 억누르는 논거로 작용될 여지가 크다.

경제와 관련된 몇가지 사실 관계 또한 "경제는 안전하다. 다만 외국 경제난 여파가 예상되니 아끼고 잘 해보자"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렇듯 '국민의 알권리'와 큰 관련이 없는 내용을 가지고 방송의 중립성 논란을 일으켜 가며 강행하고있는 청와대를 보면, 지난 8월 방영된 지식채널e '괴벨스의 입'편을 떠올리게 한다. 괴벨스는 라디오와 TV 등을 정치에 활용한 최초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 지식채널e '괴벨스의 입'편 캡쳐ⓒEBS

▲ 지식채널e '괴벨스의 입'편 캡쳐ⓒEBS

그가 남긴 유명한 '명언'이다.
"대중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장악한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우리는 선전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침투시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99가지의 거짓과 1개의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나치의 선전을 진두진휘하며 세계 최초로 라디오와 TV를 통해 히틀러의 일거수 일투족을 끊임없이 방송을 한다. 이러한 '방송 선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전국민에게 라디오를 보급했다고 한다. 히틀러와 함께 일가족의 자살로 생을 마감한 괴벨스는 이후 미국 등 승전국들의 '대중 선동기술에 대한 연구'로 주목 받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과의 소통이 목적이라면, 이렇듯 대통령의 육성으로 '경제안전 선전'에 나설 것이 아니라, '747(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강국)' 공약 남발에 대한 반성과 평가 그리고 관련 책임자의 문책이 선행 되어야 한다.

△ 지식채널e '괴벨스의 입'편은 EBS 웹사이트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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