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전문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지 3년이 됐다. 종편 개국의 목적은 방송시장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방송 콘텐츠 품질 제고, 여론 다양성을 통한 민주주의 활성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당면한 과제는 경제 살리기였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경제적 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적 조건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정부는 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 살리기를 프레임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이 효과는 크다.

종합편성채널은 표면상 위의 맥락에서 개국됐다. 종합편성채널은 당시 방송법에 의하면 개국이 어려웠기 때문에 법령이 개정되었다. 대기업과 신문사가 종합편성채널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었던 법을 30%로 소유할 수 있게 완화된 방송법이 2009년 7월 날치기로 통과됐다. 비슷한 시기 신문과 방송의 겸영규제는 5공화국의 잔재라는 프레임도 등장했다. 5공화국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정권의 정당성이 없(었)다. 때문에 공공성 강화의 명분이 필요했고, 언론을 통폐합하고 장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신문(조선일보, 동아일보)과 대기업(삼성-중앙일보)에게 방송시장 진출을 허용해주고 싶었다. 본인이 이들의 ‘성은’에 힘입어 대권을 잡았고, 이후 조중동은 종편출범을 위해 적극적인 구애를 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 살리기는 훌륭한 명분으로서 제공된다. 2008년 1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제도연구󰡕라는 보고서를 발간했고, 2009년 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두 보고서 모두 종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후자의 보고서는 생산유발효과가 2조 9천억 원, 취업유발효과를 2만 1천 명 수준으로 추정했다.

과연 그럴까? 종편 4사의 3년간 당기순손익 현황이다(단위: 천원). 2013년 기준 TV조선은 168억 원, JTBC는 1,540억 원, 채널A는 293억 원, MBN은 20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종편의 자본잠식은 심각한 상태이다. 종편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생산과 취업에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까?

이들은 적자경영에서 벗어나려고 종편이라는 취지에 무색하게 제작비가 적게 드는 특정 장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SO로부터는 수신료도 받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종편을 전국 각지의 가정에 의무적으로 전송해준다. 시청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2월 1일 기준 종편 시청률은 MBN 2.24%, TV조선 1.76%, JTBC 1.38%, 채널A 1.25로 조사되었다(MBN 홈페이지). 시청률 증가와 더불어 광고 판매도 적극적이다.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프로그램을 선발 라인업으로 구성해 각종 광고를 유치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 미디어렙에 네이버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현행법에 의하면 미디어렙은 온라인 광고를 판매할 수 없지만 허용된다면, 온라인 광고시장과 종편 광고시장이 연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생과정과 지금까지 종편의 역사는 규제완화(라고 쓰고 특혜로 읽는다)의 역사다. 1991년 개국한 SBS(당시 서울방송)가 건국이후 최대의 특혜라는 의혹 속에서 탄생했다. 한국사회에 상업방송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그 결과 방송의 상업화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균열이 발생했다.

종편 역시 한국사회에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방송법도 날치기로 처리한 정권이 사회적 논의를 귀담아 들을 이유가 있을까. 따라서 종편의 특혜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종편은 당시 정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장치이고, 2012년 12월 대선을 통해 입증됐고, 앞으로도 이러한 기득권 유지를 위해 종편은 맡은 소임을 다할 것이다. 내년 4월이면 종편의 주요주주변경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2010년 말에서 2011초 승인을 받을 당시에도 주주구성이 상당부분 변경되어 논란이 있었다. 종편이 방통위에 자본금을 완납하고 승인장을 교부받기 직전의 시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종편에 생명을 불어 넣으려는 정부는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기업을 압박했거나 언론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4월에는 어떻게 주주가 재구성될지 궁금하다.

그러나 모든 결과는 자명하다. 정치적 목적에 의해 탄생한 종편은 정치적 소임을 다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특정 이해관계가 있는 대기업, 사학재벌, 금융투자기관 등등이 종편과 깊은 관계를 가져갈 것이다. 종편 개국의 목적이었던 방송시장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방송 콘텐츠 품질 제고, 여론 다양성을 통한 민주주의 활성화는 완벽한 대중기만이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무엇을 배우는 사람들 옆에 있으면 무엇이라도 배우는 것이 있고 발전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라는 옛 속담이다. 3년간 뭐라도 배웠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서당에 훈장도 학동들도 없나보다.

한찬희 _ 언론학을 공부하고 직업인이 되었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 한 죄 때문에 십대 시절 심취했던 음악분야로 탈주하기 위한 경로를 아무도 모르게 구축하고 있다. 문화의 표상방식과 이데올로기 비판에는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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