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사가 '임금피크제' 실시에 합의했다. 앞으로 SBS와 SBS A&T 노동자들은 만58세까지 현행 임금을 받고 그 다음 달부터 전년도(57세) 기본급의 33%가 감액된 임금을 정년까지 받게 됐다. MBC에 이은 SBS 임금피크제 노사합의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유연화 시도와 맞물려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BS노사는 지난 27일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임금 33% 삭감·학자금 및 복지포인트 등 복지 동일유지), △55세 도달 시 희망퇴직 신청, △만59세 의무안식연, △신입사원 임금제도 일방적 변경 금지, △노조 전임자 승진·대우 동일 적용,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로 불이익 처분 받은 조합원의 노동위원회·법원 구제 명령에 따른 즉각 구제조치 조항 추가에 합의했다. 근 2년간 진행돼왔던 SBS 임금피크제 협상이 일단락된 것이다.

▲ SBS 노보
SBS노조 채수현 위원장, “고용 안정을 취해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채수현)는 노보를 통해 “임금 감액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뤄 피크액을 올리고 55세부터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부정적 의식을 갖지 않도록 했다”며 “55세에 희망퇴직 기회를 주기로 한 것에 대해선 조합원들 간 온도차가 있지만 회사에 구조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긍정적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력직 연봉제 타파 부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정년 연장에 따른 고용 안정’과 ‘신입사원 임금제도 일방 변경 금지’, ‘콘텐츠 사업부서 신설’ 등 상당히 전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며 “타사가 진행 중인 임금피크제보다 혜택이 크다”고 총평했다.

채수현 본부장은 “임금피크제가 임금 일부를 포기하고 고용 안정을 취해야하는 점과 회사가 신입사원들의 임금체계를 변화시키려는 일련의 일들을 막거나 완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협상에서 많이 고려했다”고 말했다. 채수현 본부장은 “그동안 회사는 노조 전임 기간에 대해당하는 만큼 승진을 누락시킨 의심을 사고 있어 SBS에서는 노조 위원장 후보를 찾는데 매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단체협약을 개정함으로서 전임자에 대한 인사 상 불이익을 방지해 조합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일정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SBS 노사의 이번 단체협약은 ‘신입사원 임금제도 일방적 (연봉제 등)변경 금지’와 ‘노동위원회·법원 구제 명령에 따른 즉각적인 구제조치’, ‘노조 전임자 승진·대우 동일 적용’ 등에 합의했는데, 이는 노조 입장에서 진일보한 성과라는 평가이다. 임금피크제 합의 역시 임금피크제의 개념 자체가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 이상 임금을 삭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 방송사들보다는 좋은 조건으로 협의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방송사에서도 위기감 팽창

하지만 임금피크제에 합의가 현 박근혜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과 맞물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언론노조는 그동안 정년연장을 근거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이 노동계로 하여금 ‘울며겨자먹기식 임금삭감’을 불가피하게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번 합의 자체가 고용불안에 대한 위기감이 방송가에도 팽배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언론노조 최정기 조직쟁의부장은 “‘정년연장법’은 임금피크제를 강제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총이나 언론노조는 근로조건 후퇴 없는 정년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SBS를 비롯한 방송사 내 고용불안이 팽창하면서 이 같은 교섭안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최정기 부장은 “특히, SBS의 임금피크제 실시 합의는 60세 연장 도입과 연동된 최초의 사례로 향후 지역민방 등 언론계 전반에 걸쳐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정기 부장은 “언론계에서는 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경영논리가 우선시되고 있다”며 “정부가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 완화법과 중규직법 등 노동시장 유연화하는 정책을 펴다보니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고용안정’을 우선으로 두는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2015년은 선거 없는 해로 구조개혁을 추진할 적기”라며 노동유연화를 국정과제로 제기한 바 있다.

최정기 조직쟁의부장은 “사무금융에서는 사측이 위법성으로 인한 법적 다툼을 감수하더라도 구조조정·정리해고를 감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노동계 전반에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다. 방송계 뿐 아니라 전반적인 노사 임담협에서는 고용을 보장하는 방향의 교섭이 진행되는 추세”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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