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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업이 직접 ‘뉴스’ 한다[통합방송법안 해설] 비실시간 종편·보도VOD PP 등록제의 명암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12.01 16:51

“입법기술적으로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하는 수준”이라던 통합방송법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가 방송에 대한 철학과 로드맵 없이 플랫폼 대형화를 유도하려 한다”는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사업자들이 반발하는 쟁점만 하더라도 셀 수 없이 많다. 사업자들은 용어의 정의에서부터 득실을 따지고 있다. OTT(Over-The-Top)사업자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도 쟁점 중 하나다.

지난달 28일 열린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법안’ 공청회는 뜨거웠다. KT가 타깃인 ‘합산규제’는 토론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가장 치열했다. ‘입법 공백’을 메우려는 정부와 국회, KT 독주를 막으려는 다른 사업자들과 KT가 부딪혔다. 그러나 전국에 하나뿐인 위성방송 본연의 목적을 살릴 수 있는 ‘오픈플랫폼’ 논의 등을 생략했다는 점에서 ‘사업자 중심 논의’라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유료방송사업자가 제작하는 직접사용채널의 역할과 기능을 ‘공지채널’ 정도로 축소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정부는 “사업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을 공지채널로 한정하고 보도, 논평 또는 광고를 송출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럴 경우, ‘지역독점’ 케이블의 ‘지역성’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보수신문의 ‘유사보도’ 문제제기를 정부가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밖에도 공청회에서는 중소PP의 생존방안, 유료방송 시대 지상파의 지위, T커머스 허용범위 등에 관한 의견이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정책이 시청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일부 논의됐다. 이 중 딱 한 대목에서 사업자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비실시간 종편·보도PP 규제 부분이다. 여기서 정부는 방송시장이 ‘비실시간’으로 가는 추세인데도 실시간과 비실시간을 나누고, 후자에 대한 규제를 헐겁게 설계했다.

   
▲현행 소유·겸영규제 분류. (자료=미래창조과학부.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통합법안 2장 9조 7항과 사업자들의 침묵

정부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기조에 따라 케이블SO, 위성방송사업자, IPTV사업자를 ‘유료방송사업자’로 묶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실시간/비실시간 방송으로 나눴다. 통합법안 2장 ‘방송사업자 등’ 9조 ‘허가·승인·등록 등’ 7항은 “방송프로그램별로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비실시간VOD PP)에 대한 자격요건을 다룬 항목인데, 이중 2안은 종편·보도·홈쇼핑VOD PP를 ‘등록제’로 한다는 내용이다.

같은 조 5항과 6항에 따르면, 실시간(또는 데이터) 종편·보도PP과 상품소개PP는 각각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실시간PP 규제가 완화됐다. 1안은 비실시간 종편·보도·홈쇼핑VOD PP에 대해 방통위·미래부 ‘승인’이 필요하다고 내용이지만 2안은 ‘등록’만 필요하다. 비실시간으로 종편, 보도, 홈쇼핑을 하려는 사업자는 미래부에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제2안 내용은 이렇다. “제5항 제6항에도 불구하고 방송프로그램별로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을 하려는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하거나 신고하여야 한다. (…) 1. 종합편성이나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 또는 상품소개와 판매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을 하려는 자: 등록 2. 제1호 외의 방송채널사용사업을 하려는 자: 신고

통합방송법 2안은 애초 종편·보도PP 진입장벽이 높고, 정부가 입맛에 맞는 사업자만 ‘승인’해왔다는 비판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2안대로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 조선·중앙·동아일보에서 경향신문 한겨레 뉴스타파까지 누구나 ‘뉴스VOD’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9시’에 9시뉴스를 보는 시청자가 줄고, VOD 시청자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통합방송법 2안은 모두에게 ‘기회’인 점만은 분명하다.

   
▲ 문제의 통합방송법안 제2장 9조 7항의 2안.

VOD 메뉴 상단에 누구를 꽂을 것인가

그러나 2안으로 통합방송법이 통과되면 5억 원 이상의 자본금 등 일정조건을 갖춘 사업자는 누구나 비실시간 종편·보도·홈쇼핑VOD PP를 만들 수 있다. 물론 KT나 CJ 같은 플랫폼사업자도 계열사 등을 통해 뉴스를 할 수 있다. 이들이 ‘뉴스VOD’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더라도 플랫폼사업자 자신이 선호하는 비실시간 종편·보도VOD PP를 ‘VOD’ 메뉴 상단에 ‘꽂아’ 시청자를 유도할 수 있다.

VOD PP에 대한 규제완화는 ‘플랫폼 비대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1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기존 허가제가 과도한 진입규제라는 지적과 정부가 조중동 종편에 과도한 특혜를 몰아줬다는 점을 불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편과 보도의 영역을 유연하게 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핵심은 ‘플랫폼 비대화’”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플랫폼사업자들이 계열사를 만들고 종편이나 보도를 할 수 있게 된다”며 “생태계에 대한 고민 없이 비실시간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이득은 결국 플랫폼사업자들이 챙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이미 조중동 종편 허용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고, 지금 이 운동장을 개방하려고 하지만 ‘등록’ 조건을 활용해 특정 사업자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종편과 보도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숙원사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시간이든 아니든 누구나 보도를 갖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시청행태가 변하면서 뉴스 VOD서비스의 수요와 명분은 충분하다. 2안대로 되면, 대안언론의 뉴스도 안방TV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메뉴 상단에는 CJ나 KT 등 기업이 직접 생산하거나 이들이 선호하는 VOD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뉴스를 장악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는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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