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YTN노조는 MB특보 출신 낙하산 구본홍 사장이 올 경우, 보도전문채널 YTN의 방송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 투쟁’에 나섰다. YTN은 2008년 10월 6일,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노종면 기자를 비롯해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기자를 해고했다. ‘6명의 해고가 무효했다’는 1심 판결은 항소심에서 ‘3명의 해고는 무효이나 3명의 해고는 정당했다’고 뒤집혔다. 3년 7개월 동안 아무 말이 없던 대법원은 27일 선고에서 YTN 노사 양측이 낸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2심 판결을 유지하기 위해 1270일을 끈 것이다.

구본홍 씨를 YTN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KBS 김인규, MBC 김재철과 같은 ‘낙하산 사장의 탄생’을 예고하는 MB정권 방송장악의 신호탄이었다. 공정방송 쟁취를 외치며 한 목소리로 싸웠던 YTN 해직기자 중 절반을 저버린 대법원의 판결에 언론계 반발이 높다.

“대법원은 진실을 외면했지만 역사는 해직기자들의 싸움이 정당했다고 기록할 것”

낙하산 김재철 사장 퇴진을 걸고 170일 파업을 벌인 후, ‘공정방송은 제1근로조건’이라는 판결을 받아 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28일 성명을 내어 “법적으로 보장받는 막강한 경영권을 지닌 사장과 경영진에 맞서 기자와 PD, 언론노동자들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하는가”라며 “과연 우리 사회의 그 어떤 시스템이 ‘정치적 중립,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하는가”라고 말했다.

MBC노조는 “우리는 YTN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나섰던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과 조승호 공정방송점검단장, 현덕수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과, 그들과 함께 했던 YTN 구성원들의 뜨거운 싸움을 기억할 것”이라며 “바로 그 정신은 그 몸부림은 우리가 언론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제 1의 근로조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는 27일 성명에서 “6년간 힘겹게 버틴 복직의 꿈이 납득할 수 없는 대법원 판결로 무너졌다”며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상황에 침묵할 수 없었던 기자들에게 사형선고와 같은 해고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러고도 사법 정의를 말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국기자협회는 “공정방송을 위한 YTN 해직기자들의 싸움은 고결했다. 대법원이 진실을 외면했지만 역사는 해직기자들의 싸움이 정당했다고 기록할 것”이라며 “한국기자협회는 YTN 해직기자 전원 복직을 위해 1만여명의 회원과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 27일 대법원 선고 이후, 노종면 해직기자가 오열하는 동료 기자를 안아주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방송기자연합회(회장 전동건)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대법원은 오늘 판결로 위축될대로 위축된 대한민국 언론자유를 더욱 더 무너뜨렸다”면서도 “그래도 언론자유를 향한 우리의 꿈을 막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언론의 자유가 무너지면 피해는 국민에게 곧바로 간다. 세월호 참사가 바로 그렇다. 만약 언론이 참사 초반부터 정부의 거짓 구조작업을 칭송하지 않고 비판했더라면, 전원구조 오보를 하지 않고 처음부터 정부의 엉터리 발표를 비판했더라면, 정부의 구조작업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며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것처럼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면 국민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한 배석규 사장에게는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3명의 기자를 즉각 복ㅈ기시켜야 한다”며 “그것만이 각종 보도참사에 대한 속죄의 길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 이하 언론노조)은 “YTN 해고 정당 판결은 제2의 ‘사법 해고’”라며 “사법부는 언론자유를 말살하고 언론 독립을 지키려 온몸을 던진 YTN 동지들을 잔인하게 짓밟은 권력에게 면죄부를 주고 이들의 행위를 정당화시켰다”고 강력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역사의 시계바늘을 30~40년 전 군부 유신독재 시대로 돌려놓은 사법부에 끝까지 대항할 것”이라며 “당당하고 의연한 투쟁으로 사법적 판단이 잘못됐음을 기필코 역사 앞에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대표 이완기·박석운)은 “최근 쌍용차 판결에서 봤듯 법원이 더 이상 정의와 약자가 아니라 철저히 정권과 재벌의 편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며 “‘공정방송 수호’를 위한 파업을 하다 해직되거나 징계를 받은 언론인들의 향후 거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로 남았기에 이번 대법 판결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 전규찬)는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용덕 대법관 등 재판부는 사법정의를 내팽개치고, 언론 민주화를 후퇴시킨 권력의 부역자로 두고두고 언론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는 권력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그들을 YTN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YTN은 대법 판결 ‘환영’… “해직기자들의 모든 행위 정당하다는 면죄부 아냐”

언론계의 질타와 우려 속에서도 YTN만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YTN은 “이번 판결은 겉으로 내세운 주장이 다소 명분은 있다고 할지라도 사회의 근본적인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그동안 해직자 문제와 관련해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른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천명해왔던 만큼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YTN은 “노조는 그동안 ‘4.1 합의서’상의 ‘법원의 결정’이 1심 판결을 의미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며 “또한 해고 무효가 확정된 3명에 대해서도 징계 해고의 수위가 적절치 않았다고 판단한 것일 뿐 당시에 이뤄졌던 이들의 모든 행위가 정당한 것이었다는 뜻의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YTN은 “회사 구성원들은 지난 2008년 이후 회사의 정당한 인사권과 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개입으로 극한적인 노사대립이 빚어지면서 회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며 “회사는 이번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계기로 YTN을 또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뜨리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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