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관한 열두 가지 조언 ⓵”에 이어서 다시금 출발하겠습니다. 먼젓번 글에서 “1. 문장을 짧게 쓴다. 2. 표현이 아니라 생각을 쓴다. 3. 많이 생각한다. 4. 필사를 하지 않는다. 5. 패러프라이즈하는 연습을 한다. 6. 퇴고를 거듭한다.” 여섯 가지 원칙을 말씀드렸습니다. 나머지 여섯 가지 원칙을 추려보겠습니다. 7번째 원칙 “개요를 잡아라.”를 거쳐 오늘은 각론으로 진로를 틀겠습니다.

7. 개요를 잡아라.

인터넷 글쓰기는 보통 개요를 거치지 않고 이뤄집니다. 생각나는 대로 술술 글줄을 풀며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지요. 글의 질에 구애받지 않고 느슨하게 표현하는 게 목적이라면 이래도 됩니다. 좀 더 면밀하게 규율의 날이 선 글을 쓰고 싶다면 개요를 짜는 게 낫습니다. 무엇을 얘기할지, 어떤 순서로 얘기할지 차분하게 정리하고 기록하면, 머릿속을 스쳐 간 얘깃거리를 빼먹지 않고 써먹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꼼꼼하고 가지런하게 논거를 배치할 수 있겠고요. 개요라고 하면 서-본-결이나 기-승-전-결을 떠올리실 텐데요. 저는, A4 종이 1장에서 2장 분량 짧은 글이라면 ‘문단 단위’, 그 이상 긴 글이라면 ‘생각의 단위’로 개요를 구성할 것을 추천합니다. 어떻게 단락을 진행할지 얼개를 잡고, 각 문단 핵심 주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며 배열합니다. 문단 세부 내용을 그 문장 아래 메모해도 좋습니다. 나머지는, 개요를 보면서 완결된 글의 형태로 살을 붙여가기만 하면 됩니다. 개요를 쓰는 것은 작문의 주춧돌을 놓는 일입니다. 개요를 완성하면 글의 절반을 완성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8. 구조를 형성하라.

문단의 흐름을 주무르며 구조를 형성하면 글을 드라마틱하게 전개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분류하면, 크게 네 가지 전략이 있겠습니다. 하나. 기승전결을 따라 직진하는 선형 구조. 둘. 첫 문장(단)과 끝 문장(단)을 짝 지우는 대구 구조. 셋. 조금씩 논지를 에두르다 선명한 방점을 찍는 점층 구조. 넷. 결론까지 걸어온 길을 틀어서 다른 결론이나 추가 결론을 제시하는 선회 구조. 가장 쉽고 유용한 것이 대구 구조인데요.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쓴 <월드컵의 미장센>이란 글을 봅시다. “나는 축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라는 첫 문장을 “처음에 한 말의 반복.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축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라고 끝 문장에서 불러옵니다. 망치로 머리를 때리듯 독자 주의를 환기하고, 수미상응하며 깔끔하게 글을 매듭짓습니다. 구조를 형성하면,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주장을 인상적으로 파급할 수 있습니다. 논지의 진로와 강세를 안배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9. 낯설게 표현하라.

문장을 예쁘게 조탁하는 요령입니다. 언어를 비일상적으로 잘 사용하면 멋스럽고 도드라져 보입니다. 보통의 맥락과 다른 방식으로 ‘낯설게’ 낱말을 조합하고 문장을 결합해보시지요. “문필가란 많은 재능이 필요한 직업이다.”라고 하면 주장은 명료하되 어딘가 심심합니다. 살짝 손질해보겠습니다. “문필가란 직함엔 많은 재능이 수납되어 있다.” ‘수납’은 서랍이나 옷장 같은 무정명사와 짝짓는 낱말인데, 그걸 좀 비틀어서 ‘문필가’라는 유정명사와 맺어주었습니다. 문장 의미는 그대로 보전되면서 표현에 윤기가 흐릅니다. 이 전략은 조금만 발상을 바꾸면 은유, 직유의 요령으로 거의 무한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 "주제의식이 기립한다." “나는 의지가 굳다.” -> “나는 무쇠처럼 굳세다.” “어둠 속에서 파도가 몰아친다.” -> “어둠 속에서 파도가 으르렁거린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린다.” -> “바람의 숨결에 나뭇잎이 들썩인다.” “옥희가 반갑게 아저씨를 맞았다.” -> “옥희가 강아지풀처럼 겅중거리며 아저씨를 맞았다.” 다른 갈래 쓰임에 놓인 낱말들 공통속성을 적절하게 따와서 엮어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10. 자기만의 말투를 문체로 옮겨보라.

누구나 ‘자기만의 말투’를 갖고 있습니다. 친구와 잡담을 하거나, 업무 때문에 언쟁하거나, 혼잣말로 감탄사를 터트리거나, 빈번한 확률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투 말입니다. 저는 성격이 급한 편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기 짝이 없다.” 같은 입말이 몸에 배었습니다. 글말로 옮기니까 썩 통렬하고 선동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왜 대통령은 일곱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는가?” -> “도대체 어떻게 대통령이 일곱 시간이나 자리를 비우는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작태다.” 저희 어머니는 “퀘스천 마크다.”라는 말을 자주 쓰십니다. 이 말이 꽤 재밌게 들리더군요. 문어(文語)화하니까 의외로 트렌디하고 재치있어 보입니다. “애 안 낳으면 세금을 먹이겠다는 발상은, 내 소견으로는 인류학적 퀘스천 마크다.” ‘자기만의 말투’를 문체로 써보시지요. 상당히 동원하기 쉽고 차별화된 어휘 자원입니다. 문장에 찰기와 개성이 생기고, ‘자기만의 글’이 나옵니다.

11. 매체를 바꿔가며 써라.

오늘날, 세 가지 글쓰기 매체가 있습니다. 손 글씨 - 스마트 폰 타자 - 키보드 타자. 신기하게도 글쓰기 매체에 따라 글 쓰는 컨디션과 결과물도 조금씩 다릅니다. 키보드 > 스마트 폰 > 손 글씨. 활자를 박는 속도가 느리게 강제될수록 글 쓰는 호흡이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키보드 타자는 속도가 빠른 만큼 호흡이 들뜨고 버성깁니다. 생각보다 손이 먼저 나가며 공회전이 생기는 기분이랄까요? 연필로 종이에 한 자 한 자 또각또각 박아 넣으면, 글과 생각이 이인삼각으로 발맞춰 나가는 것 같습니다. 소설가 김훈의 말을 빌리면, 몸으로 글을 밀고 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시간이 날 때 원고지에 한 번 글을 써보길 권합니다. 쉽게 바꾸고 쉽게 오려 붙일 수 없으니까, 좀 더 신중하게 긴 안목으로 펜을 들게 됩니다. 필치에 집중력이 붙고 숙고를 병행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원고지에 쓴 초벌원고를 타자를 해서 컴퓨터로 이관해보시지요. 글을 옮기며 교정하다 보면 자기가 쓴 글을 자기가 첨삭하며 퇴고 효과가 배가됩니다. 저는 지금도 문장이 들쑥날쑥하다 싶으면 한 번씩 이 과정으로 돌아갑니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겠으나, 개인적으로 큰 효과를 체감한 방법입니다.

12. 피드백을 받아라.

글을 썼으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세요. 가족이든 친구든 온라인 친구든. 내가 쓴 글을 내가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필자'가 아닌 '독자'는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가 있죠. 기왕이면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것도 좋습니다. 괜스레 심술을 부리며 악플을 다는 사람도 있겠으나, 공감과 호응을 얻는다면 자신감이 붙어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될지 모르지요. 어차피 인터넷 유저들 필력은 고만고만하니까, 무슨 구체적인 가르침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반응’만 챙긴다는 기분으로 가려듣는 게 현명하겠죠.

열두 가지 조언을 모두 전해드렸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글쓰기 원칙의 정론을 가려 모으거나, 지엽적 지침을 하달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접속부사를 쓰지 말라”는 유명한 글쓰기 금언이 있습니다. 제 생각엔, 저 말은, ‘접속부사를 쓰지 않은 글’이라는 상태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접속부사는 문장과 문장을 잇대는 접착제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작위적 접합 없이도 물결치듯 논리와 감정이 흘러가는 글이 좋은 글이겠지요. 즉 “접속부사를 쓰지 말라”는 말은 “접속부사가 필요없는 글을 쓰라”는 말로 고쳐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접속 부사를 꼭 쓸 만한 상황도 자연스레 가려지겠죠.) 이 글의 목적도 그와 같습니다. 글쓰기의 개별 원칙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그 원칙을 실속있게 활용할지 글쓰기 방법론을 궁리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두 편의 글을 상기하시길 당부합니다.

글쓰기는 추상을 구상화하는 추상적 작업입니다. 그 점에서 노래 부르기나 그림 그리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벤치프레스를 하면 대흉근이 대뜸 부풀어 오르듯 노력의 결과를 정직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혼자 힘으로 끄집어내야 하니까 남이 가르쳐 주는 데도 한계가 있겠죠. 결국,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진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더 논리적인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 더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호리고 싶다는 욕심. 이런 건강한 욕망의 크기만큼 글솜씨도 자라나지 않을까요. 두 차례 글로 공유한 열두 가지 조언이 보탬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들 건필하시길.

  윤광은 _ 일상과 세상의 경계를 모로 걸으며 두리번대고 글을 쓴다. 사회, 문화, 정치의 단층을 채집하여 살펴본 이면의 수런거림을 블로그(blog.naver.com/yke0123)에 편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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