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자프로농구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은행이 가장 큰 점수차로 이긴 경기는 하나외환전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팀의 주축인 김정은과 용병 토마스가 모두 부상으로 결장했기 때문에 납득할 수 있는 경기였다. 그 다음으로 우리은행이 큰 점수차로 이긴 경기는 믿을 수 없게도 2위팀인 신한은행과의 경기이다. 2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1위 우리은행과 2위 신한은행의 대결은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며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의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현재 1,2위팀이자 지난 시즌에서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2라운드 대결은 분명 빅매치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여자프로농구 팬들은 당연히 이 매치에 관심을 쏟았다. 안산에서 인천으로 연고지를 옮긴 신한은행 홈구장인 도원체육관은 그런 관심을 반영하여 많은 관중이 들어찼다. 개막전에 과도한 관중 동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신한은행 팬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 우리은행은 2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B국민은행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인천 신한은행을 67-51로 제압했다. ⓒ연합뉴스
홈팀 신한은행으로서는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비록 1라운드에서 패배했지만 우리은행을 넘어서기에 매우 좋은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어 분명 붙어볼 만했고, 이길 수 있다는 기대도 컸다. 반면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아직 패를 기록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1라운드 2,3위팀이 모두 우리은행만 만나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으니 나머지 하위팀들이 우리은행을 위협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양 팀 모두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만났지만 사실 여자프로농구 팬들 입장에서는 은근히 신한은행의 승리를 기대했다. 신한은행마저 우리은행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올 시즌은 정말로 순위경쟁에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요소가 없지는 않았다. 신한은행의 득점력이 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4연승을 달리는 데는 1라운드 MVP에 뽑힌 김단비의 공이 컸다. 다만 커도 너무 컸다는 것이 문제다. 김단비와 용병들의 활약 외에 다른 멤버들의 활약은 예년에 비해 너무 저조하다는 것이다. 현재 득점랭킹 20위 안에 포함된 신한은행 선수는 김단비가 유일하다. 리그 순위 꼴찌를 다투는 하나외환과 KDB생명조차 최소 2명의 선수가 각축을 벌이지만 신한은행은 심지어 30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김단비 말고는 다른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다.

▲ 2014-2015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김단비(24·신한은행) ⓒ연합뉴스
오죽하면 농구팬들은 요즘의 신한은행을 단비은행이라고 부를 지경이다. 지난 시즌의 경우 신한은행 선수들은 30권 안에 주전 선수 4명이 모두 올랐었다. 이번 시즌은 다른 때와 비교해서 득점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오직 우리은행만이 평소와 비슷한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차이는 26일 벌어진 1,2위 팀 간의 대결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결과는 67대 51점. 1,2위 팀 간의 대결이라고 보기는 힘든 큰 점수차가 말해주듯이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을 맞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는 졸전을 기록했다.

팀 에이스 김단비가 8득점으로 막히자 신한은행은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 중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용병 크리스마스가 유일했다. 상대가 누구라도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경기력을 보인 것이다. 리바운드도 12개 차이로 밀렸으며, 어시스트도 우리은행에 현저하게 뒤졌다. 4쿼터에 뒤늦은 분발을 보였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양 팀 간의 격차는 너무 벌어져 있었다.

무려 16점 차이의 대패. 도저히 1,2위 팀 간의 대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일방적인 경기였고, 미리 보는 결승전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실망만 안겨주고 말았다. 결국은 김단비가 막히거나 부진할 경우 신한은행은 무력해진다는 전략적 약점만 노출한 셈이다. 또한 조은주가 23분을 뛰면서 2득점을 했고, 반면 식스맨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연주는 16분을 뛰면서 6득점을 기록했다. 김연주는 신한이 몰릴 때마다 3점슛으로 팀 분위기를 바꿔주는 역할을 해왔다. 왜 김연주를 좀 더 활용하지 않았는지 신한 벤치에 의문이 남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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