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심리학자가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원작으로 한 10부작 OCN 드라마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방송 중인 웹툰 원작 <미생>과 동일한 조건으로 시작된 드라마이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천재 심리학자 소재의 미드와 일드, 유사하지만 너무 달랐던 첫 회

천재 심리학자가 사건을 해결하는 스토리는 익숙합니다. 미국드라마나 일본드라마로는 자주 방송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드라마 제작이 낯설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아쉬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닥터 프로스트>는 현재도 시즌제로 방송되고 있는 미드 <멘탈리스트>와 유사한 측면들이 많습니다. 천재 심리학자가 주인공이고 이들이 사건을 풀어간다는 점과 여성 조력자가 함께한다는 것 역시 익숙함으로 다가옵니다. 천재 심리학자인 패트릭 제인은 자신의 부인과 아이를 죽인 범인 레드존을 추적하며 CBI의 수사를 도와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딱 보는 순간 그 사람의 행동을 모두 읽어내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내는 수준은 <닥터 프로스트>의 장황한 설명보다 명쾌하게 이어집니다. 오래된 올드 카를 모는 패트릭과 닥터 프로스트의 조교인 윤성아의 올드 카는 주인이 다르기는 하지만 한 몸처럼 다닌다는 점에서 동일하기까지 합니다. 행동 심리학자의 맹활약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결국 한 몸에서 태어난 존재로 볼 수밖에는 없습니다.

<닥터 프로스트>는 학교로 복직한 프로스트가 첫 번째 심리 상담을 받은 톱 배우 유안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사건을 통해 등장인물들을 설명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은 일상적인 방식입니다. 하얀 머리의 닥터 프로스트라 불리는 백 교수는 유안나의 몸짓과 행동만으로 그녀의 심리 상태를 읽어나갑니다. 그리고 그녀의 사건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해결하는 형식은 일사천리로 이어집니다.

그녀의 집안에 숨어 있던 스토커를 단박에 잡아내고, 그 스토커가 남긴 흔적을 통해 유안나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 역시 새롭지는 않습니다. 이런 형식은 마치 매뉴얼처럼 제공되는 익숙함이기 때문입니다. 좌우 손의 사용의 다름을 통해 유안나가 단순한 정신병이 아님을 밝혀내는 과정 역시 시청자들이 먼저 눈치를 채게 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거울 보는 것 자체를 극도로 부정하고 힘겨워하는 유안나는 자신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해리성인격장애로 판단하게 되지만, 단순히 이런 문제로 풀어갈 수 없는 것은 전혀 다른 두 여자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나르시스트적인 기질과 모든 것이 귀찮고 싫은 유안나와 연기도 잘하면서 남들에게 친절하기만 한 또 다른 유안나의 존재는 단순히 해리성인격장애로 분류하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역 촬영을 하던 날 집안에 있는 유안나의 사진을 스토커의 증거에서 찾은 과정은 도플갱어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상황 증거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결론은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두 명의 유안나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가짜가 진짜를 죽일 수 있는 상황까지도 벌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첫 번째 사건을 해결하며 주요한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끝났다는 것은 2회부터 본격적인 활약이 펼쳐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첫 회 너무 진부한 사건 전개와 풀이 방식으로 기대치를 떨어트린 <닥터 프로스트>는 또 하나의 <미생>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정 장르의 한계는 여전히 한국 드라마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OCN 등에서 미드와 일드를 기반으로 한 유사 장르 탐색전을 수년 동안 펼치며 어느 정도 자신만의 색채를 찾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닥터 프로스트>를 보면 다시 초창기 장르 이식 과정의 우를 그대로 범하고 있는 듯해서 아쉽습니다.

<뱀파이어 검사>나 <특수사건 전담반 ten>, <신의 퀴즈> 등 나름의 독자적인 장르 구축에 성공한 작품을 배출했다는 것은 큰 성과였습니다. 장르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쉽지 않고 소비도 되지 않는 시장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닥터 프로스트>를 보면 과연 전작들을 넘어서고 있느냐에 의문이 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닥터 프로스트> 첫 회는 진부했습니다. 이 드라마가 제 2의 <미생>이 될 가능성은 당연히 없어 보입니다. 전작인 <리셋>이 변죽만 울리다 지루하게 마무리 되었던 것처럼 <닥터 프로스트> 역시 미드와 일드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왜 봐야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명분과 타당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과연 <닥터 프로스트>는 시청자들이 선택해야 하는 그 무엇을 갖추고 있는지 의아합니다. 시청자들을 위한 공감대 부족과 드라마 특유의 탄력적인 재미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성공은 요원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장르 드라마의 특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OCN의 고민 역시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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