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의 징계처분을 하는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원대가 사학비리를 폭로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3명을 파면한 것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이인수 총장이 교수협의회 교수들에게 “인간쓰레기”, “말종”이라고 욕설을 한 것은 모욕이라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지난 20일 수원대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배재흠·이상훈·이재익 교수에 대한 ‘파면취소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수원대는 지난 12월 사학비리를 폭로한 교수 3인에 대해 “학교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파면 처분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교원소청심사위는 이를 취소 결정한 바 있다.

▲ 10월 29일 수원대 앞에서 해직교수들과 동문들이 공동으로 수원대 정상화를 위한 '길거리 특강'을 개최했다ⓒ미디어스
참여연대와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는 23일 성명을 내어 “수원대 이인수 총장은 우리나라 성역이 돼버렸다”며 “검찰, 교육부, 국회, 경희대(이인수 총장 박사학위 수여 학교) 등 모두 총장에 대해 제대로 된 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와중에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의 상식적 판결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수원대 또 다른 파면자인 이원영 교수에 대해서는 교원소청심사위 절차 없이 민사재판 선고가 곧 있을 예정”이라며 “재임용이 거부된 손병돈·장경욱 교수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선고도 다음 달 4일 열릴 것이다. 다시 한 번 엄정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수원대가 교수들을 파면한 근거와 법원의 판결

수원대 이인수 총장은 배재흠 교수를 파면하면서 △수원대자연생태농장 임의개간해 일반인에게 분양·경작 개인통장으로 입금 불법행위, △‘수원대교수협의회’ 카페 개설 및 학교·총장 등에 대한 비방글 게시, △총장면담 불참 및 회피, △수원대의 교수들에 대한 미행 감시 등의 허위사실 유포, △수원대를 비리백화점·여성인권유린사건 주장에 대한 명예훼손, △한겨레·교수신문 등에 학생 등록금을 사적 전용 주장 비방행위, △부총장 면담 불응·총장의 국감증인 채택 로비, △기자회견 개최 당일 대학원 강의 무단 결강, △MBC <뉴스데스크>에 대학 명예와 위신 실추 인터뷰, △연합뉴스에 종편 TV조선 투자 감사원 결과 인터뷰, △논문 표절 등 11개의 근거를 들었다.

수원대는 이상훈 교수에 대해 △‘수원대교수협의회’ 카페 개설 및 학교·총장 등에 대한 비방글 게시, △교수협의회 활동에 동조하지 않는 직원에 대한 명예훼손·비방·모욕 및 직원노조 설립 등 선동행위, △총장면담 불응 등 복종 의무 해태, △교수협의회 3인 공동대표에 대한 협박·미행·감사 등 허위사실 유포, △행정적 사안 협의절차 없이 외부 표출로 명예 실추, △수원대를 사학비리백화점 등 비방 인터뷰, △사실무근 여성인권유린사건 폭로로 명예훼손, △부총장 면담 불응 및 총장 국감증인 채택 로비, △기자회견 당일 무당 강의 결강, △연합뉴스에 종편 TV조선 투자 감사원 결과 인터뷰 등 총 10개의 혐의 파면 근거로 삼았다.

수원대는 이재익 교수에 대해서도 △교수충원 홈페이지 게시글 삭제 요청 지시 거부, △사학비리 온상 주장 및 학생 등록금을 사적 전용 주장 비방행위(“학교 교비를 자신의 지갑처럼 사용하고 있다” 등), △“총장은 쓰레기 발언 공개 사과하라” 공개적 총장 비난 등 3건을 파면 근거로 제시했다.

수원대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파면을 취소하며 해고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해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징계의결이 있을 후 개최된 이사회에서 파면을 의결했다. 또한 파면의 징계양정은 적정하다”고 주장해왔다.

▲ 판결문 중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먼저 ‘절차적·실체적 하자’와 관련해 법원은 “이사장이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징계의결을 요구한 사실은 당사자(수원대와 파면교수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파면 징계의결 이후 이사회에서 파면을 의결했더라도 절차적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사립학교법> 상 징계로서 행해지는 파면과 해임은 이사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배재흠·이상훈·이재익 교수를 ‘파면’한 것은 “수원대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배재흠 교수와 이상훈 교수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로 단 하나 ‘무단결강’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배재흠 교수는 미리 수강생들에게 휴강을 공시했고 보강수업을 한 사실이 있다”, “이상훈 교수가 맡은 과목은 박사과정 과목으로 강의를 교수 재량에 맡기되 대개 한 학기에 3~4회 강의를 하고 과제물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수는 (수원대가 징계사유로 들고 있는 2013년도 2학기) 총4회의 강의를 했고 나머지는 과제물로 대체한 사실이 인정 된다”고 판시했다. 이재익 교수에 대해서는 “인정되는 징계사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수원대, “파면은 정당” VS 법원, “무단결강만 인정”·“인정되는 징계사유 없다”

법원은 판결을 통해 수원대의 ‘파면’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법원은 “수원대가 교수들에게 ‘교협의 활동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한 사실과 직원을 통해 교협 공동대표(배재흠·이상훈·이원영)를 미행하고 감시한 사실이 모두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그와 같은 내용공표의 공익성도 인정돼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교수협의회가 △수원대가 학생들로부터 받은 등록금을 교육에 쓰지 않고 과다한 적립금으로 쌓아놓고 있어 학생들은 열악한 학습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 △이인수 총장과 <조선일보> 방상훈은 사돈관계이고 2011년 조선일보 종편 TV조선 출범 당시 수억 원(50억원)의 대학발전기금을 재단회계로 처리해 출자해 감사원으로부터 전액 교비회계로 되돌려 놓으라고 지적한 사실, △이인수 총장이 노아무개 씨에게 폭행 등 인권유린을 했다는 사실, △이인수 총장이 수원대 교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 등에 대해 “모두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내용 공표의 공익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 판결문 중
법원은 ‘비리백화점’, ‘단순 외도의 차원을 넘어 성노예적 인권수탈을 동방한 일상적 폭력’ 등의 표현에 대해서도 “일부 과장되거나 과격하고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발언과 발표의 전체적인 취지와 내용, 그와 같은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면 표현만을 특정해 징계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수원대자연생태농장(텃밭)’ 개간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원영 교수는 수원대 후문 근처에 있는 황무지에 텃밭을 하는 것에 대해 허락을 받았다”면서 “수원대는 교육용 교지를 무단사용이라며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지만 배재흠 교수가 생태농장의 회원들로부터 받은 공동경비가 수원대 수입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총장과 부총장의 면담에 대한 불응’에 대해서도 법원은 교수협의회가 총장에 ‘총장의 발신인으로 정식 공문을 보내면 대화에 응하겠다’, ‘일정상 다음 주 화요일 이후 언제라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공문을 발송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법원은 “배재흠·이상훈 교수가 면담을 거절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 판결문 중
법원은 이인수 총장이 배재흠·이상훈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왜 (교협은)장OO교수하고 손OO 교수 데리고 여러 저 쓰레기 같은 놈들 만나가지고 이 소리 저 소리 하고 다녀?”라며 “개떡 같은 교협 이야기하지 마”라고 모욕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자리에서 ‘교수를 쓰레기라고 하면 되느냐’고 항의하자 이 총장은 “인간쓰레기만도 못 하지. 인간쓰레기 말종 같은”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재익 교수가 홈페이지에 올린 교수충원 게시글에 대해 법원은 “학과장으로서 정당한 요구와 문제제기”라면서 “교무처장의 글 삭제요구를 거부했다고 해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인수 총장의 ‘쓰레기 욕설’ 항의 글에 대해서도 “총장이 교협에 대한 모욕적 발언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표현 내용을 살펴봐도 이인수 총장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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