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소개되었던 LTE-A의 기술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적인 개념이 있습니다. 기지국의 형태나 숫자가 다를 수는 있지만, 어쨌든 기지국과 단말기가 통신한다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는 최대한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기술들이 개발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기술은 이런 개념이 깨집니다. 기기간 직접 통신, LTE Device-to-Device (D2D. DTD 아닙니다)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단말기가 기지국을 통해 통신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단말기끼리 직접 통신하게 됩니다.

▲ LTE D2D(LTE Direct)의 탐색 기능은 기존 LTE의 인프라스트럭처와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면서, 1% 미만의 업링크 자원을 소모합니다. (출처: https://www.qualcomm.com/media/documents/files/creating-a-digital-6th-sense-with-lte-direct.pdf )

D2D 발견(Discovery): 주변 단말기 탐색

D2D를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번째는 근처의 다른 사용자를 발견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 LTE 신호를 보내는 단말을 탐지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쓸 수 있는 기존의 기기간 직접 통신 기술으로는 블루투스나 Wi-Fi Direct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둘 모두 확장성과 범위의 문제가 있는데, Wi-Fi Direct의 경우는 탐색할 수 있는 단말이 매우 적고(10개 미만), 범위 또한 최대 100m 미만이며, 블루투스의 경우는 범위가 수십 미터 수준입니다. 그래서 좁은 범위에서의 기기간 1:1통신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넓은 범위에서 많은 단말기를 지원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하지만 LTE D2D는 최대 500m 가량의 훨씬 넓은 범위에서 최대 수천 대의 기기를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탐색에서 큰 우위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둘에 비해서 탐색 속도 역시 월등히 빠릅니다.

이러한 탐색 기능은 주로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셜 데이팅 앱이 근처의 사용자를 보여줄 수 있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 근처에 나타났을 때 알림을 보내는 친구 찾기 앱을 만들 수도 있고, 또는 주변의 상점에 접근했을 때 세일이나 이벤트 알림등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 접근할 경우 자동으로 체크인을 하거나 아이템을 주는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아이가 특정 지역을 벗어날 경우 부모에게 알림을 보내는 것 등도 가능합니다. 용도는 정말로 무궁무진합니다.

기존의 위치 기반 서비스로도 이런 기능을 구현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서버로 사용자의 위치를 계속해서 전송해야 합니다. 이것은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데, 먼저 가장 큰 문제는 프라이버시 논란입니다. 최근 애플의 아이클라우드가 유출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렀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이 위치정보 수집으로 소송을 당했었지요. 또 이런 위치 기반 서비스에 대한 법적인 규제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배터리 수명의 문제도 있습니다. 개발자들이 지적하는 위치 기반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배터리 소모가 심하다는 것인데, 계속해서 GPS와 기지국의 위치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LTE D2D를 활용할 경우 근접 기기 검색을 위해서 서버에 위치 정보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크게 줄어들고, 배터리 소모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됩니다. 게다가 기존의 LTE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하며, 기존의 주파수 대역(FDD의 경우 업링크, TDD의 경우 업로드 서브프레임)을 사용하고, 그 주파수 대역도 1% 미만으로 점유하기 때문에, 소모되는 자원이나 투자 비용 역시 크지 않습니다. 이러한 강점 덕분에 많은 회사들이 LTE D2D를 상용화하려고 준비중이고, 특히 퀄컴은 D2D의 탐색 기능을 특화해 LTE Direct라고 부르며 한국에서는 KT와 협력하는 등 D2D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 D2D 개요. 왼쪽은 D2D 발견이고, 오른쪽은 D2D 통신입니다. (출처: http://blog.3g4g.co.uk/2013/01/direct-communication-in-3gpp-release-12.html )

D2D 통신: 재난 상황을 위해서

D2D를 활용하는 방법의 두 번째는 물론 기기간에 직접 서로 통신하는 것입니다. 기지국 커버리지 안에서 기지국의 제어를 받으면서 통신할 수도 있고, 커버리지 밖에서 오로지 단말기만으로 통신할 수도 있습니다. 1% 미만의 아주 적은 네트워크 용량을 점유하는 D2D 발견과 달리 D2D를 이용한 통신은 네트워크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게 되고, 그래서 D2D 탐색과 D2D 통신은 같은 D2D임에도 요구하는 점과 기술적인 사항이 다릅니다.

현재 3GPP Release 12에서 논의되는 D2D 통신은 커버리지 밖에서의 브로드캐스트(broadcast, 방송)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LTE 방송 글에서 언급했듯이 기기가 각각의 연결을 가지는 유니캐스트와 달리 브로드캐스트는 기지국이(D2D에선 단말기가) 한 번 전송하면 동시에 여러 단말기들이 받을 수 있는 전송 방식입니다. 이것은 현재 D2D 통신의 가장 우선적인 목적이 재난 통신이기 때문인데, 재난 상황에서는 수신하는 단말기의 피드백이 필요한 유니캐스트보다 피드백 없이 계속해서 정보를 모두에게 뿌리는 브로드캐스트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D2D 탐색과 마찬가지로 D2D 통신 역시 업링크 대역만을 점유해 통신하고, 기지국간의 커버리지 밖에서는 물론 커버리지 안에서도 단말기간의 직접 통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재난 통신의 특성상 커버리지 안에서도 커버리지 외 모드로 동작하게 되어 있습니다. 소방관등이 커버리지 안임에도 불구하고 커버리지 외 모드로 통신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입니다. 커버리지 안에서의 통신 모드, 그리고 한 단말기는 커버리지 안, 한 단말기는 커버리지 밖에 있는 경우(일부 커버리지)의 통신 모드는 현재의 우선 순위에선 밀려나 있지만 나중에 연구될 것입니다.

한편 재난망용 LTE (Public Safety(PS)-LTE)가 차세대 재난망 구축 사업의 통신 표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물론 PS-LTE는 기지국과 대역이 따로 할당된 사업이지만, 만일의 경우에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D2D 통신은 여전히 재난 상황에서 핵심 기술이 됩니다. 하나 지적되는 문제가 아직 PS-LTE의 표준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만, Rel.12에서 ProSe(Proximity Services)라는 이름으로 논의되고 있는 D2D 기술 중 재난 통신을 위한 브로드캐스트는 Rel.12의 표준화가 2015년 3월 예정이므로 2017년까지의 기한은 맞출 수 있겠습니다. 다른 기술들은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D2D에 집중하기 위해 더 이상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처럼 현재 D2D에 대한 연구는 탐색과 재난 상황을 위한 브로드캐스트 통신 두 영역에만 특히 집중되고 있고, 그마저도 아직 표준화가 완료되지 않았으며, 나머지는 Rel.13으로 미루어질 정도로 아직 갈 길이 먼 기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TE-A의 주요 기술로 꼽히며,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면서 중요도 역시 높아서 주목을 받고 있는 D2D의 빠른 시장 도입을 기대해 봅니다. 이번 글로 기나긴 LTE-A 주요 기술 개요 시리즈를 마치게 됩니다. 이제 와이파이와 같은 비면허 주파수 대역에서의 LTE(LTE Unlicensed), 사물인터넷(IoT)을 위한 LTE인 LTE Machine Type Communication (LTE MTC) 등 “4G 이후”(B4G)로 불리는 기술들에 대해서도 다뤄야 하겠지만, 당분간은 한동안 LTE-A에 집중하느라 다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먼저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와이브로의 미래 같은 것을 말입니다.

참고 문헌: 예충일 외, B4G 이동 통신 기술 동향. ETRI. 전자통신동향분석 제28권 제6호.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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