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복싱 국가대표 출신의 한국계 ‘하드펀처’ 게나디 골로프킨이 세계 메이저 프로복싱 기구 가운데 하나인 WBA 미들급 챔피언으로서 31전 전승에 28KO라는 가공할 펀치력을 앞세워, 세계 프로복싱 팬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늘날 한국 복싱이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한 채 깊은 침체에 빠져 있는 가운데 골로프킨과 같은 복서의 존재는 한국 복싱 인기 부활의 실마리를 풀어줄 수 있는 한 명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골로프킨과 같이 세계 최정상의 수준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복싱의 본고장 미국에서 챔피언의 꿈을 키우며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또 한 명의 한국계 복서를 소개하려 한다.

주인공은 아브라함 한(Abraham Han / Abie Han, 이하 에이비한)이다. 그가 링에 오를 때 그의 트렁크에는 아버지의 조국인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가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네 살이 되던 해부터 태권도, 가라데, 합기도, 킥복싱 등 각종 무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던 그는 12살이 되면서 한국인인 아버지의 권유로 복싱에 입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참고로 그는 위로 누나가 한 명, 밑으로 한 명의 남동생과 두 명의 여동생이 있는데 남동생은 트레이너이자 코치로서 도움을 주고 있고, 나머지 누이들은 복싱을 포함한 각종 무술 분야에서 챔피언에 자리에 오른 바 있다. 한마디로 ‘파이터 남매’인 셈이다.

오른손을 쓰는 미들급 복서인 에이비한은 1984년생으로 올해 서른 살이 됐다. 최근 활동하는 복싱선수들의 전반적인 연령을 감안할 때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다.

그의 프로 통산 전적은 24전 23승(14KO) 1패로 미국 미들급 랭킹 12위(출처: boxrec.com)에 올라 있다. 무술로 다져진 강력한 신체조건과 투지가 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높은 자세와 상대 스트레이트 공격에 취약한 수비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기자는 최근 미국 현지에서 복싱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석(미국명: Paul Lee)씨의 도움으로 에이비한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에이비한은 우선 어린 시절부터 수련한 각종 무술에 대해 “태권도, 회전무술, 합기도”라고 열거했다. 그는 킥복싱에서 미국 챔피언(2005년)과 세계 챔피언(IKF, 2007년)을 지냈다.

에이비한은 무술수련이 복싱에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 “굉장히 큰 도움을 줬다. 복서로서 자신감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꾸준한 훈련을 유지하고 복싱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줬다. 무술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서로서 자신의 강점에 대해 “정말 모르겠다”면서 “모든 경기는 다르다. 각각의 경기 스타일에 적응해야 한다. 나는 여전히 나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그 스타일을 알아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는 “계체량 이후 일반적으로 상대는 체중이 늘어 파워를 강화하는데 난 계체량 후에도 체중이 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계체량 이후 적절한 음식 섭취로 어느 정도 체중이 늘어야 파워와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에이비한은 이 부분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에이비한은 최근 복서로서 세계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고비 하나를 넘겼다. 멕시코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 마르코스 레예스를 상대로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따낸 것.

이에 대해 에이비한은 “나는 이길 것을 확신했다.”며 “나는 그들이 나를 과소평가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내가 전형적인 인파이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반대로 싸웠다.”며 “궁극적으로 나는 상대가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스피드와 각도를 이용했다”고 승리의 비결을 설명했다.

에이비한은 복서로서 세계챔피언에 오르는 한편, 그런 성취를 통해 꿈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에이비한은 태극기가 새겨진 트렁크를 입고 링에 오르는 이유에 대해 “나는 50 % 미국 50 %의 혼혈”이라며 “한국인인 아버지는 내 삶의 큰 부분이다. 나는 사람들이 내가 어디에서 왔고, 누구인지 알기를 원한다. 그래서 나는 내 트렁크에 태극기를 그려 넣는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불고기, 가장 좋아하는 한국 문화로 ‘예상대로’ 태권도를 꼽은 에이비한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인 밴드로 슈퍼 주니어를 꼽았다.

아직 아비지의 조국을 한 번도 찾아본 경험이 없지만 내년 여름 아버지의 일가친척들을 만나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한 에이비한은, 마지막으로 이번 인터뷰 기회를 통해 한국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쁘게 생각하고 한국에서 경기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앞서도 언급했듯 에이비한은 그가 활동하는 미들급에서 정상급에 올라 있는 복서는 아니지만 챔피언벨트를 향한 쉼 없는 전진을 이어가고 있는 전도유망한 복서다.

특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코메리칸’ 복서로서 한국의 복싱팬들에게 한 명의 희망의 존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복싱팬들로부터 주목받고 응원을 받아야 할 선수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복서로서 복싱의 본고장 미국 무대에서 세계 정상을 향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에이비한의 행보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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