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쩐의 전쟁2 결과는 시즌1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순이익을 무려 200만원이나 남긴 노홍철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나 그 내용은 알 수가 없다. 2위는 정형돈.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을 연상케 하는 방송물을 담은 플라스틱 용기로 폭리(?)를 취해 100만원의 이익을 남겨 2위에 올라섰다. 그 뒤로 하하, 정준하, 박명수, 유재석 순으로 순위가 매겨졌다. 정준하는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호황을 누렸으나 가격책정의 실수로 순이익은 달랑 16만원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쩐의 전쟁1 때와 마찬가지로 박명수와 유재석은 오히려 적자를 보고야 말았다.

자본금 100만원으로 시작한 하루장사에 희비가 엇갈렸지만 각자의 장사에는 나름 멤버들의 개성과 성품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노홍철 분량은 굳이 보지 않더라도 특유의 수완과 말빨로 소비자들을 쉽게 설득했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인기는 최고지만 장사 아이템 선정부터 그저 정직하기만 했던 유재석의 실패는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데 지난주를 놓고 봤을 때에는 정준하의 아이템이 실제 소자본 창업의 아이디어 제공으로 가장 주목하게 했지만, 쩐의 전쟁2의 진정한 주인공은 장사에 나선 무도 멤버들이 아니라 소비자였다.

그것은 참 공교롭게도 박명수의 장사에서 발견됐다. 박명수는 처음부터 아이템 자체가 젊은 층이거나 어린이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것이었다. 커다란 나사모양의 감자튀김, 일명 회오리 감자라는 것이 분명 그랬다. 게다가 연예인이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것이니 자연 소비층이 거의 한정될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니 첫 번째 장소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한 박명수가 초등학교 앞으로 장소를 옮긴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으며, 애초에 염두에 둔 코스였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굣길의 어린이들은 박명수의 회오리 감자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박명수는 좀 황당한 가격표를 노점에 붙였다. 1개도 5천원, 2개도 5천원 그리고 3개도 5천원이라는 기상천외한 가격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1개를 살 사람은 없다. 아무리 어린이라도 이 정도의 계산은 틀릴 리가 없다. 사실 그다지 정직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일찍부터 사업을 했던 박사장 박명수의 수완이 나름 통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에 보통 5천원의 용돈을 받는 어린이들이 앞 다퉈 박명수의 회오리감자 3개씩을 손에 쥐고 친구들과 나눠먹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에 박명수를 당황케 한 고객이 등장했다. 어린 자매가 나타나서는 굳이 2개만 사겠다는 것이다. 언니와 동생이 와서는 자기들은 딱 둘이니까 두 개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자 오히려 혼란이 온 것은 박명수였다. 마치 자기가 이 어린 자매들을 속이는 기분이 들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박명수는 다시 가격을 설명하고, 3개를 가져갈 것을 넌지시 권했지만 자매는 한사코 두 개만 사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찜찜한 박명수가 도저히 이 어린자매를 그냥 보내지 못하고 급기야 통사정을 하고 언니가 하나 더 받아가겠다고 한발 물러서고서야 이 이상한 흥정은 끝이 났다. 그 광경을 티비로 지켜보면서 그저 웃고만 보던 자세에서 왠지 자세를 바르게 하는 자신을 느꼈다.

서울에도 저런 아이가 있다니. 21세기에 그런 욕심 없는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면서도 감동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요즘 애들이 영악하고 계산이 빠를 거라고 단정지어버린 자신을 반성하게 하게 했다. 그리고 부끄러웠고 한없이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그 어린이들을 보고는 이후로 쩐의 전쟁2를 어떻게 봤는지는 의미가 없을 지경이었다. 쩐의 전쟁2의 의도와 결과 다 필요 없고 천진무구한 어린자매 둘을 본 감격에 한참을 멍하게 있어야 했다. 그래도 우리들의 어린이들은 잘 자라고 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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