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표 ‘벼락농구’가 실종됐다. 도대체 왜?

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 인천 신한은행의 경기를 관전하고 난 뒤 KB스타즈의 패배에 든 의문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KB스타즈는 신한은행에 48-55, 7점차 패배를 당했다. 전반 2쿼터까지 30-27로 앞서던 경기를 뒤집혀 당한 역전패다. 나흘 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1라운드 경기에서 당한 57-62, 5점차 역전패에 이은 올 시즌 2경기 연속 역전패.

지난 17일 인천에서 신한은행에 첫 패배를 당했을 때만 해도 KB스타즈의 서동철 감독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 과감하게 선수기용을 하지 못했다.”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로 돌렸지만 40점대 득점에 묶이며 두 번째 역전패를 당한 이날 경기 직후에는 “내가 두 시즌 치르면서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실망스럽다. 게임 끝나고 많은 부분에서 질책을 했다. 선수 탓한 적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오늘은 질책을 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선수들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서동철 감독의 이 같은 태도는 분명 이례적인 것이기는 하나 경기를 지켜 본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 서동철 KB 감독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신한은행이 잘해서라기보다는 KB스타즈 선수들이 스스로 말아먹은 측면이 강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공격적인 면에서 이날 KB스타즈는 극도의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했다. 특히 25개를 던져 고작 두 개만을 성공시킨 3점슛(성공률 8%)은 ‘난사’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수준이었다.

서동철 감독이 KB스타즈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실질적인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초반 KB스타즈는 ‘벼락농구’로 표현될 만큼 빠르고 파괴력 있는 농구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정선화라는 걸출한 센터가 부상으로 빠져 높이의 열세를 안고 있는 상황임에도 변연하, 정미란 등 베테랑 선수들의 노련함과 홍아란, 심성영 등 젊고 패가 넘치는 가드들의 스피드, 여기에다 모니크 커리라는 ‘득점기계’의 높은 결정력이 어우러져 어느 팀과 맞붙어도 70점 이상을 득점할 수 있는 가공할 공격력을 보여줬던 것이 KB스타즈였다.

지난 시즌 KB스타즈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71.7점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KB스타즈는 개막 초반이기는 하나 지난 시즌 초반과는 너무나 판이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 1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KB 스타즈의 경기에서 신한은행 카리마 크리스마스와 KB 스트릭렌이 공다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 개막에 앞서 팀의 주축 선수들이 인천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출전으로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해 조직력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시즌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쨌든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고 쉐키나 스트릭렌, 비키 바흐와 같은 능력 있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지난 시즌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전력을 보유한 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격적인 면에서 노출되고 있는 이와 같은 무기력함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 서동철 감독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B스타즈 선수들이 공격이 잘 풀려야 신이 나서 수비도 잘하게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에 두 차례 패배를 당하는 과정에서 KB스타즈가 기록한 실점 수준은 리그 평균 수준인 61점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결국 공격이 문제다.

특히 지난 시즌 위력을 발휘했던 속공 득점이 이번 시즌 초반에는 현저히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득점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스트릭렌의 득점력이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들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속공을 통해 득점과 사기를 동시에 끌어올렸던 지난 시즌의 KB스타즈를 떠올려 본다면 속공이 살아나야 전체적인 팀 득점력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KB스타즈의 강점인 외곽슛이 좀 더 살아나야 한다.

▲ 1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KB 스타즈의 경기에서 KB 변연하가 신한은행 김연주의 압박 수비에 고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KB스타즈의 올 시즌 현재(6경기 소화)까지 3점슛 성공률은 23%. 신한은행과의 두 차례 경기에서의 3점슛 성공률은 13%에 불과했다. 참고로 지난 시즌 KB스타즈의 3점슛 성공률은 35%였다.

KB스타즈가 이번 시즌 현재까지 6경기를 치르면서 신한은행에 2패를 당하고 ‘디펜딩챔피언’ 춘천 우리은행에 1패(49-62)를 당했는데 우리은행에 패하는 과정을 되돌려봐도 우리은행의 타이트한 수비에 KB스타즈의 외곽슛이 봉쇄(3점슛 성공률 14.28%)당하면서 전체적인 공격이 침체에 빠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따라서 KB스타즈가 지난 시즌과 같은 득점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상대팀들이 구사하는 외곽슛 수비패턴에 대비한 좀 더 세밀한 맞춤형 공격 패턴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와 같은 패턴을 만들어가는 중심에는 홍아란, 심성영 등 가드진의 분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아란의 경우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체적인 득점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현저하게 떨어진 3점슛 성공률과 전체적인 리딩 능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어 보이고, 심성영은 다른 요소에 앞서 우선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KB스타즈는 오는 24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용인 삼성과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앞선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터진 비키 바흐의 골밑 득점에 힘입어 62-60, 2점차 승리를 거둔 바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즌 초반 공격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위기에 봉착한 KB스타즈가 심기일전, 서동철표 ‘벼락농구’를 부활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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