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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전, 교황과 함께 보낸 98시간은 '무엇'이었나?그의 '개혁' 메시지는 '망각'한 한국 사회의 '속도'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1.21 17:26

지난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 사회는 천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였다. 가히 ‘신드롬’이라 볼 만했다. 보수언론은 교황이 내수경제를 살려준다며 ‘비바 파파’를 외쳤고, 진보언론은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대하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였다. 

   
▲ 지난 8월 16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앞서 카 퍼레이드를 하던 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 씨로부터 편지를 전달받고 있다.(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그후 석달 가량의 시간이 지났다. 말하자면 교황 방한 100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속도’와 ‘망각’이 특징인 한국 사회에서 교황이 한국 사회와 한국 천주교회에 던져놓은 메시지는 벌써 잊혀진 느낌이다. 교황 방한 이후에도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 논란, 세월호 특별법  합의 논란, 개헌 논란,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 논란, 인천 아시안게임 논란, 북한 대북전단 사격으로 인한 삐라 살포 논란, <산케이신문> 전 서울 지국장 검찰 기소 논란, 판교 사고 논란, 카카오톡 등 메신저 사찰과 텔레그램 망명 사태 논란, 반기문 현상, 신해철 사망, 윤 일병 사건 가해자 판결 논란, 헌재 선거구제 판결로 인한 선거구재 개편 논란, MC몽 복귀 논란,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CCTV 사찰사건 논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다투게 된 무상급식 및 무상보육 누리과정 예산 배정 논란, 박근혜 대통령 1억 헬스기구 논란, 신혼부부 임대주택 정책 논란, 한중 FTA와 한-뉴질랜드 FTA 논란, 경비노동자 분신으로 인한 논란, 쌍용자동차 대법원 판결 논란, 수능 출제 오류 논란, 학교 비정규직 파업 논란 등이 숨가쁘게 지나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 ‘망각’에 저항하기 위한 한 권의 책이 나왔다. 교황 방한 직전 <교황과 나>(메디치미디어, 2014)라는 책으로 ‘개혁교황’의 성격을 알렸던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와 교황 방한 기간 동안 가장 많은 공식 일정을 근접 취재한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가 함께 쓴 <교황과 98시간>(메디치미디어, 2014)가 그것이다. 메디치미디어는 20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교황과 98시간> 출간기념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북콘서트에는 두 저자와 함께 역시 교황 방한 직전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다섯수레, 2014)를 저술했고 가톨릭 신문 <지금 여기>의 주필이며 김근수와 마찬가지로 ‘평신도 신학자’인 한상봉 주필이 패널로 참석했다.    
 
북콘서트에서 김근수 저자는 “보이지 않는 손을 경제학의 개념이라고 말하지만 신학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이란 말을 사용해야 할 분야가 아닌가 싶다”라며 논의를 시작했다. 김근수 저자는 “부족한 면이 많지만 우리가 기록을 하지 않으면 교황의 방한 기록이 남지 않을 것 같았다. 1980년대 요한 바오로 2세의 두 번의 방한에 대해서도 기록이 없더라. 그래서 김용운 기자의 취재 내용에 (김근수의) 해설을 덧붙여 이런 책을 내게 되었다”라고 저술을 소개했다. 
   
▲ 한상봉 주필, 김근수 저자, 김용운 기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상봉 주필은 가톨릭 신문 <지금 여기>가 월급을 많이 주지 못함에도 기자를 채용할 때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심지어는 우리신학연구소는 경리 사원을 뽑는 데에도 15명이 지원을 한 적이 있다며 “돈을 많이 받지 않더라도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교회 내엔 그런 일자리가 없고 비제도권 역시 규모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운 기자는 “교회 안에 일자리가 없다는 사실에 동감한다”면서, 자신이 <평화신문> 면접까지 갔다가 주임신부와 수녀가 영어 면접을 하기에 당황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이에 한상봉 주필은 “(<평화신문> 성향으로 볼 때) 떨어진 것이 잘 된 일이다”라며 김 기자를 격려(?)했다. 김용운 기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사진들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당시의 사진들과 비교함녀서 프란시츠코 교황의 소탈한 면을 소개했다. 김용운 기자는 “교황님은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분인 것 같았다”면서, “대전에서 있었던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 때, 교황님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을 때는 극히 어두운 표정이셨으나 청년들을 만나자 또 급격히 밝아지셨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분이셨다”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김근수 저자는 “사진에는 교황의 ‘겸손’은 보이나 ‘개혁’은 안 보인다”라면서 교황의 이미지가 한쪽으로만 소비되는 것을 경계했다. 김근수는 “사실 아이를 보면 안고 하는 것은 히틀러도 하던 것”이라면서, “언론은 교황의 겸손만을 전달하나 개혁의 측면이란 걸 놓치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근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호오가 분명한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 좋은 사람에 대해선 좋게 대하지만 (자신이) 나쁘게 평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맞선다”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사진을 보면 표정이 안 좋지 않았느냐”라고 농담했다. 김근수는 “개혁교황이 등장했지만 그 개혁성이 추기경 주교들에게 금방 흘러내리지는 않으니, 경제분야 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낙수효과’는 효과가 적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볼 수 있겠다”라고 비꼬았다. 
 
한상봉 주필은 자신이 존경하는 교황은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1세라고 소개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을 천천하게 하되 분명하게 하자는 노선이라고 생각된다”라고 평했다. 한상봉 주필은 “개혁을 천천하게 하자는 건 노회하게 하자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력이 있는 분이며 그 점에선 요한 23세와 흡사하다. 개혁을 분명하게 하자는 건 방향을 제대로 정하자는 것으로 그 분야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한 바오로 1세와 흡사하다. 요한 바오로 1세는 사진을 보면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보다도 더 소탈한 분이었다. 그러나 바티칸 은행을 내사하다가 33일만에 서거하셨다.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력이 있어서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1세의 장점을 겸비할 것 같다. 마피아를 파문하고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라고 평가했다.
 
김근수 저자는 교황의 방한의 의도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김근수 저자는 “왜 오시나, 오시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거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때처럼 한국의 정부를 정당화하는데에 소모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로마에 머물면서 아무리 접촉을 해봐도 교황 방한의 의중이나 일정을 아는 사람들이 없더라”라고 전했다. 김근수는 이어서 “그래서 많이 걱정을 했는데 역시 교황은 노회한 분이었다. 한국 정부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서울, 대전, 청주 세 교구를 방문했는데, 사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교구들이다. 이들을 방문하는게 걱정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을 호되게 질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근수 저자는 “교황은 로마 유학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가톨릭 교회 내부에서 로마 유학 경험이 없으면 주교나 추기경이 되는 것도 힘들다. 또 교황은 로마 교황청의 직책을 맡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참으로 엄청난 비주류 교황이 나온 것이다”라면서 교황의 가톨릭 교회 개혁에 대해 기대를 품었다. 김근수는 “지금 잠 못자는 추기경 주교가 많을 것”이라면서, “이번에 주교 16명이 세월호 특별법에 서명하지 않았나. 나머지는 아직도 안 하고 ‘개기고’ 있다. 저분이 나이가 있으니 하늘에서 부르실지도 모른다고 행여 아직도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라며 가톨릭 교회를 질타했다. 김근수는 “로마 가톨릭 교회는 한국 정부처럼 노인 복지가 잘 되어 있다. 70 넘은 추기경과 주교들이 많다. 그래서 교황께서 모종의 소임을 다하고 사표를 내셔서 모범을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김근수는 “교황이 관절염이 심하신데, 사람들을 만나면 몸을 낮추시느라 고생이 많다. 건강하셔야 한다”라고 걱정했다. 
 
한상봉 주필은 한국 천주교회의 분위기가 김수환 추기경 때와 매우 다른 이유는 무엇이냐는 김용운 기자의 질문에 대해 “사실 김수환 추기경도 교회 내 개혁은 하지 않았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진보적인 정치적 입장을 가졌던 사제들도 교회 내 개혁을 하지는 않았다. 예외가 있다면 1965년 원주 교구장을 맡았던 지학순 주교 정도였다”라고 소개했다. 한상봉 주필은 “강남의 부유한 신자들이 교회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교회 개혁의 어려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상훈 주필은 “그렇기에 교회의 신도가 너무 보수화되어, 신부가 세월호 집회에 나갈 때 신도들과 함께 나가는 것이 아니라 몰래 얼굴을 가리고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김근수 저자 역시 “교황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교회 개혁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비관적”이라면서, “교회 내부에서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신자들의 행동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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