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부터 서울시청 앞을 지켜온 합동분향소가 오늘(21일) 오후 9시부로 사라진다. 동절기를 맞아 제단에 있는 꽃의 결빙, 고사 우려 등 실외에 있는 추모공간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고, 한때 20166명까지 치솟았던 분향 인원도 688명으로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대신 서울시는 416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새로운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21일 낮 1시 30분, 서울광장에서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개장식이 시작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세월호 유가족 및 시민 20여명은 합동분향소에서 같이 헌화하고 분향한 후,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 마련된 기억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희생자들이 계속 기억되고, 생생히 숨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억공간의 이름은 ‘별이 되다’로 붙여졌다. 기억·추모·참여·치유 등 4가지 주제를 형상화해 만들어졌으며, 서울시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서울도서관에 위치해 자연스럽게 ‘일상 속의 추모’가 가능하도록 했다.
“세월호 일시적인 기억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추모공간 마련”
박원순 시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4월 16일 결코 우리가 잊을 수 없는 비극의 시간, 304명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아니 잊어서는 안 되는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4월 27일 서울광장에 추모 합동분향소가 설치됐고 209일을 맞았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 오늘 서울도서관 관청에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을 새롭게 마련했다”며 “세월호가 결코 일시적인 기억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우리의 마음속에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되기 위해서는 이런 추모의 공간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공간을 마련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믿는다며 “우리가 세월호 참사의 이 아픈 기억을 되새기고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또 우리 사회는 결단코 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우리 유가족 분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꼭 같이 함께 마음속에 가슴속에 담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기억공간 조성) 과정에서 우리 유가족 분들이 많이 협력해 주셨고, 이해해 주셨고, 또 함께해 주셨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너무 외롭고 힘들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온 국민이, 온 서울시민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전했다.
“너희들의 마지막 숨을 마신 우리는 슬픔 속에서 진실을 찾아 여전히 살아 간다”
“초원아 보고싶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려무나”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들이 천국에서 해맑은 빛이, 이 땅에 빛이 되어 많은 아이들의 희망이 되렴” |
박원순 서울시장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4가지 주제로 펼쳐진 추모공간을 돌아본 후, ‘참여’의 공간인 ‘추모의 벽’에 떠나간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포스트잇을 적는 것으로 이날 개장식을 마무리했다. 영문도 모른 채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를 가슴 아파하는 시민들은 그저 “미안하다”고 “보고싶다”고 “잊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21일 개장한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별이 되다’>에 담긴 시민들의 안타까움, 추모의 사연을 잘 보존해 추후 중앙정부가 안산에 정식으로 추모 박물관을 만들 때 그대로 인계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만약 정부 차원의 추모공간 설립이 되지 않을 경우 서울시 안에서라도 제대로 된 박물관이나 기념관 등 참사의 공간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