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 세월호 유가족, 시민들이 합동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지난 4월 27일부터 서울시청 앞을 지켜온 합동분향소가 오늘(21일) 오후 9시부로 사라진다. 동절기를 맞아 제단에 있는 꽃의 결빙, 고사 우려 등 실외에 있는 추모공간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고, 한때 20166명까지 치솟았던 분향 인원도 688명으로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대신 서울시는 416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새로운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21일 낮 1시 30분, 서울광장에서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개장식이 시작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세월호 유가족 및 시민 20여명은 합동분향소에서 같이 헌화하고 분향한 후,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 마련된 기억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희생자들이 계속 기억되고, 생생히 숨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억공간의 이름은 ‘별이 되다’로 붙여졌다. 기억·추모·참여·치유 등 4가지 주제를 형상화해 만들어졌으며, 서울시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서울도서관에 위치해 자연스럽게 ‘일상 속의 추모’가 가능하도록 했다.

“세월호 일시적인 기억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추모공간 마련”

박원순 시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4월 16일 결코 우리가 잊을 수 없는 비극의 시간, 304명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아니 잊어서는 안 되는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했다”고 말했다.

▲ 박원순 시장이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개장을 맞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박원순 시장은 “4월 27일 서울광장에 추모 합동분향소가 설치됐고 209일을 맞았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 오늘 서울도서관 관청에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을 새롭게 마련했다”며 “세월호가 결코 일시적인 기억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우리의 마음속에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되기 위해서는 이런 추모의 공간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공간을 마련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믿는다며 “우리가 세월호 참사의 이 아픈 기억을 되새기고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또 우리 사회는 결단코 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우리 유가족 분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꼭 같이 함께 마음속에 가슴속에 담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기억공간 조성) 과정에서 우리 유가족 분들이 많이 협력해 주셨고, 이해해 주셨고, 또 함께해 주셨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너무 외롭고 힘들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온 국민이, 온 서울시민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전했다.

“너희들의 마지막 숨을 마신 우리는 슬픔 속에서 진실을 찾아 여전히 살아 간다”
“하늘에 가장 반짝이는 별이 된 사랑하는 아들 재능아, 엄마아빠는 영원히 널 사랑하고 가슴속에 함께 할 것이다. 사랑해!”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길”
“사랑한다. 너희들은 영원한 엄마, 아빠의 아들 딸이었단다. 부디 평온하게 지내길 바란다. 부모로서 영원히 잊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갈게. 보고 싶다. -아빠가”
“미안합니다 이 말밖에 안 나오는 미안한 마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사랑하는 아들 고통 없는 세상에서 친구들과 편히 쉬기를”
“2014/11/21 세월호 유가족들 슬퍼하지 마세요. 하늘에서 보는 그들은 더 슬픕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4월 16일의 악몽. 2014/11/21”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2014. 11. 21”

▲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별이 되다' 중 일부 (사진=미디어스)

“초원아 보고싶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려무나”
“얘들아! 엄마, 아빠 그리고 모든 의로운 분들이 있어. 분명히 밝혀줄게”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천국에서는 행복하시고 잊지 않겠습니다”
“보고싶다 사랑한다 잊지 않을게 -아빠”
“내새끼! 김동혁 사랑해!!”
“착한 아이들아.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고 어른들 말 믿고 기다려주는 착한 아이들아. 미안한 마음이 가득해. 해 줄 수 있는 게 기도뿐... 편히 쉬렴”
“주현아! 엄마가 많이 미안해. 잊지 않고 꼭 꼭 기억할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절대 잊지 않을게... 사랑해”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아름다운 꿈을 가진 당신들을 잊지 않을게요. 미안합니다”
“가슴 아픈 상처들을 잊지 않는 국민이 되자”

▲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별이 되다' 중 일부 (사진=미디어스)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들이 천국에서 해맑은 빛이, 이 땅에 빛이 되어 많은 아이들의 희망이 되렴”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길... 앞으로 우리나라를 위해 하늘에서 기도해 주세요”
“이생에서 못 다한 꿈 하늘에서 꼭 이루기를”
“죄송합니다”
“좋은 세상에서 꿈을 펼치길”
“단원고 2-3반 이쁜 딸들 잊지 않을게”
“사랑하는 딸 승희야 엄마가 너무나 보고싶구나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사랑하는 거 알지? 미안해”
“승희야.... 사랑한다 갈수록 더 보고 싶어 힘들고 슬프다 사랑하는 딸 승희야 무능한 아빠라서 미안해”
“잊지 않겠습니다 2014. 11. 21. 서울시장 박원순”

박원순 서울시장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4가지 주제로 펼쳐진 추모공간을 돌아본 후, ‘참여’의 공간인 ‘추모의 벽’에 떠나간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포스트잇을 적는 것으로 이날 개장식을 마무리했다. 영문도 모른 채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를 가슴 아파하는 시민들은 그저 “미안하다”고 “보고싶다”고 “잊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21일 개장한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별이 되다’>에 담긴 시민들의 안타까움, 추모의 사연을 잘 보존해 추후 중앙정부가 안산에 정식으로 추모 박물관을 만들 때 그대로 인계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만약 정부 차원의 추모공간 설립이 되지 않을 경우 서울시 안에서라도 제대로 된 박물관이나 기념관 등 참사의 공간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 세월호 유가족들이 합동분향소에 헌화를 하러 가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 '별이 되다' 개장식이 끝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가족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이날 행사에 모인 수많은 취재진들의 모습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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