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카카오톡 사찰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새누리당이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 감청장비를 의무 구비하도록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일상적인 감청법’이라는 논란으로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그대로 다시 제출했다. 그러나 미래부 윤종록 차관은 해당 개정안이 “국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 “감청설비 해외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발언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81건의 법안들을 일괄상정해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이날 상정된 법안 중 가장 논란이 된 법안은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제출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었다. 개정안의 골자는 통신사업자들의 감청설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 21일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열려 방송 주파수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안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가정보원(구 안기부) 등 수사기관을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할 시점에 통신사업자들에게 감청설비를 구비하도록 의무화해 끌어들이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최근 카카오톡 감청으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모르냐”라고 비판했다.

최민희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정되면 순기능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순기능이 10점 중 0.5가 순기능이라면 나머지 9.5는 역기능”이라면서 “통신사업자들도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감청설비를 구비하지 않은 사업자들에 20억 원 이하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2008년 이한성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추진했던 개정안 그대로를 담고 있다. 당시 통신사업자들은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특히, 사업자들에게 감청설비 구비를 의무화한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관련기사 : 휴대폰 감청, 범죄수사에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미방위에 출석한 미래부 윤종록 차관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국가 공공성과 안녕질서 등 공공이익 관점에서 필요하다”며 “도감청 설비를 수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처”라고 답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질타가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은 “텔레그램 사태 모르나. 우리 국민들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외국 프로그램을 선택한다”며 “그런데, IT·소프트산업 발전을 염두에 두어야할 미래부에서 그 같은 답변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윤종록 차관는 “경우에 따라 국내 통신사업자들에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부작용을 시인하기도 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했고 최근에는 검찰의 카톡 감찰 문제로 국민들이 굉장한 불신감을 보이고 있는 시기”라면서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이라는 문제를 넘어 민간기업을 국가기관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특히, 국정원은 필요한 경우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감청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그 법 조차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 또한 “제대로 관리나 하면서 개정을 하자고 하라”고 말했다.

‘도감청 설비 수출’ 발언에 대해서도 유승희 의원은 “해외수출을 위해 자국민을 상대로 도감청을 임상실험하겠다는 말이 된다. 표현의 자유 훼손이자 공권력의 남용”이라며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새누리당 서상기(대표), 김태환, 조명철, 윤재옥, 박인숙, 송영근, 조원진, 권성동, 이한성, 이철우, 정문헌, 김성찬, 이장우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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