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구본홍 YTN 사장과 노종면 YTN 노동조합 위원장 등 YTN 사태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참석해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로 이날 방통위 국감에서는 증인 질의를 통해 구본홍 YTN 사장이 현 정권 주요 인사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사장에 선임됐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밝혀졌다. 구본홍씨는 사장 선임 이전에 최시중 방통위원장 및 박선규 청와대 비서관 등을 만나왔으며, 사장 선임 뒤에도 현 정권 주요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 또한 확인됐다. (▷관련기사 : ‘구본홍이 기억 못한 국감장 숱한 진실들’ 보도)

국감장서 밝혀진 ‘언론 장악’ 의혹, 일부 신문엔 없다?

▲ 10일치 중앙일보 1면 기사
그러나 일부 신문들은 이날 국감장에서 밝혀진 정부의 ‘방송 장악’ 등 언론정책과 인사개입 관련 검증 내용보다는 회의 지연과 격론 등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10일자 1면 기사 ‘국감 난장판’에서 9일 진행된 국감을 ‘난장판’으로 규정짓고 있다. 해당 기사는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초반부터 파행으로 얼룩지고 있다”면서 “정권교체에 적응 못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전·현 정부의 공과를 놓고 양보 없는 정쟁을 벌이는가 하면, 피감기관 인사가 국회의원에게 난동을 부리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지적대로 정부의 공과를 놓고 벌이는 여야간 정쟁과 피감기관 인사의 난동은 같은 ‘파행’의 잣대로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일단 여야가 정부의 공과를 낱낱이 밝히고 감시하는 것이 국정감사 본연의 임무이므로, 공방 자체를 파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피감기관 인사의 난동은 우발적 사고이다. 또한 난동을 부린 이유는 오히려 민주당 최철국 의원이 정당하게 벌인 국정감사 활동, 즉 공단 임원의 비리 지적에서 비롯됐다. 이런 치명적인 ‘비교 오류’의 배경은 지적 능력의 부족이거나 악의적 의도,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어 중앙일보는 이날 6면 관련기사 ‘또 ‘YTN 국감’된 문방위…정책 질의 실종’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6일 한국관광공사 등에 대한 국감에 이어 이날도 최근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YTN 사태에 공방의 초점을 맞췄다”면서 “그 바람에 정작 방송통신 정책에 관한 일반 질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방통위 국감이 YTN국감이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돼 왔다. 지난 6일 현안인 YTN 중징계 사태와 관련한 별도의 긴급 조사위를 꾸리자는 민주당에게, ‘증인들이 모두 참석하는 방통위 국감장에서 하면 된다’고 고흥길 위원장 등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나선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중앙일보 기사에는 이에 대한 지적을 찾아볼 수 없다.

문방위 국감의 ‘험악한 분위기 전달’에 매달린 기사는 같은날 <조선일보>에도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6면 ‘살벌했던 ‘문방위 국감’’에서 YTN 노조원들의 국감장 앞 피켓시위, 경찰병력 투입, 고흥길 위원장의 청심환 복용 등을 다뤘다. <동아일보>도 같은날 8면 ‘문방위 열자마자 파행…6시간 지나서야 첫 질의’ 기사에서 질의내용보다는 경찰 배치로 인한 회의지연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 10일치 한겨레 8면 기사
반면 같은날 <한겨레>는 문방위 국감에서 밝혀진 내용들을 주요하게 전했다. 이날 8면 ‘최 방통위장·구 YTN사장 “두어번 외부서 만나” 실토’에서 “청와대 등 여권은 그동안 ‘와이티엔은 민영방송이며, 청와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으나, ‘비밀회동’이 잇따라 밝혀짐에 따라 와이티엔 사태에 청와대와 방통위가 깊숙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9면 ‘최시중·구본홍·유재천 “사임할 뜻 없다”’에서 “방통위 국정감사에서는 KBS·YTN 사태 등 ‘방송장악’ 논란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월권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고 전했다.

물론 국감장의 불필요한 고성이나 감정에 찬 막말은 자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방송장악’ 논란 등 쟁점 검증을 우선해서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국감을 막말의 ‘난장판’으로 그린 일부 신문의 지면이, 정작 ‘쟁점 검증’을 실종시킨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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