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가 700MHz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국회에 가졌던 비공개 간담회에서 ‘UHD방송을 지역 어디서나 시청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방송사의 UHD 전환이 가능하도록 주파수 분배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700MHz 주파수 남은 대역을 지상파에게 할당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입장인데, 이와 대해 미래부 윤종록 차관은 “입장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주파수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81개의 법안을 상정, 법안심사소위로 회부시켰다. 미방위 전체회의에서는 700MHz 주파수 108MHz 가운데 20MHz를 재난망으로 할당한 것을 두고 “미래부가 남은 주파수 88MHz를 통신에 할당하기 위해 국회를 들러리 세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주파수심의위원회는 국회 공청회가 끝난 지 3일 만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안대로 재난망 위치를 의결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정부, 700MHz 재난망 우선 할당…공청회 3일만에 정부안대로 강행)

미래부 윤종록 차관, 비공개 문건 공개하자 “입장 변화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700MHz 할당과 관련해 “국회는 정부의 요구대로 간담회와 공청회까지 열었다”며 “그런데 2012년 모바일광개토플랜1.0대로 주파수를 통신에 배정하기 위한 미래부의 들러리 역할을 한 것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모욕을 넘어 능멸했다”고 격분했다. 이어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부는 재난망이라는 공공적 대의명분에 편승해 사실상 통신용 주파수를 확보하려는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 또한 “미래부가 주파수라는 공적 자산을 보호하지 않고 훼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질타했다.

▲ 미래부 윤종록 차관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사진=연합뉴스)
전병헌 의원은 “재난망이라는 새로운 수요가 생겼기 때문에 그 전에 확정했던 모바일광개토플랜1.0이나 2.0은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것이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었다”며 “지역과 중앙 어디서나 UHD방송 시청이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방송사들의 UHD전환까지 가능하도록 주파수를 배분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전 의원은 “그러나 미래부의 재난망 할당은 통신에 주파수를 팔아먹기 위한 쐐기용(재난망 알박기)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윤종록 차관은 재난망 20MHz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알박기라기보다는 안전행정부의 일정과 전파간섭이나 장비조달, 국제표준 등을 감안해 선 할당한 것”이라며 “남은 주파수로도 지상파가 UHD전국방송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9개 채널(54MHz)이 가능하다. 방통위와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윤종록 차관은 전병헌 의원이 재차 ‘그렇다면 지상파UHD전국방송이 가능한 9~12개 채널 확보가 가능하도록 주파수를 배분할 것이냐’고 묻자 “미래부와 방통위가 정책협의하겠다”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전병헌 의원은 “(비공개 간담회와 달리)왜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면서 700MHz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국회 비공개 회의에서 미래부와 방통위가 제출한 <지상파UHD 대역 및 잔여 대역 분배 추진> 문건을 폭로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미래부와 방통위는 ‘중앙과 지역 어디서나 UHD방송을 시청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모든 방송사가 UHD전환이 가능한 주파수 분배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보인다. UHD전국방송을 위해서는 사실상 남은 88MHz 주파수 전체를 방송용으로 지정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전병헌 의원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제출한 대로)‘전환을 포함’ 지상파UHD전국방송 가능한 주파수 분배 추진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미래부 윤종록 차관은 모두 “(입장변화가)없다”고 답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통신에 기울어진 주파수 심의위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의 요구에 “국무조정실과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 “국회 소위결정나오면 정부는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이날 국회 미방위는 여야의원 5명으로 구성하는 주파수소위원회를 구성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회 주파수소위원회의 권한과 결정이 실제 주파수 할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국회의 공청회가 끝난 지 3일 만에 정부안 그대로 재난망을 할당하는 등 국회와 별다른 협의 없이 주파수 할당을 진행해 왔다. 국회의 주파수소위원회가 무력할 것이라는 우려는 새누리당 쪽에서 나왔다.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은 “국가정책은 새로운 시대변화와 새로운 수요, 국민적 요구가 있으면 수정해야한다. 주파수 정책도 마찬가지”며 “오늘 국회에서 주파수 소위원회가 구성됐다. 소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정부는 받아들일 것이냐”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이에 미래부 윤종록 차관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더해 의견을 주면 정말 다행”이라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 합리적인 길을 찾겠다”는 원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에 심학봉 의원은 “국회에서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어떤 방향이 결정되면 존중해서 대승적 차원으로 수용해줘야 한다. 당초 정부안대로만 끌고 가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는 700MHz 주파수 가운데 재난망에 선 할당하고 남은 88MHz 주파수의 용도를 2015년 상반기에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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