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이면 종편이 개국한지 3년이 된다. 그 사이, 종편4사(TV조선·JTBC·채널A·MBN)의 시청률과 광고매출은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미디어 환경의 선순환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급격한 후퇴’,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매비우스 노영란 사무처장은 “여론이 보수 쪽으로 기울면서 저널리즘 문제를 초래했고 사회갈등을 야기했다”며 “이것이 종편 이후 언론이 처한 위치”라고 규정했다.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조항제)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미디어산업 생태계 속의 종편채널 요인에 대한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의 결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종편 특혜 해소와 종편 사업자들 스스로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종편, 대표적인 정책실패사례”

발제를 맡은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은 “종편의 방송광고 시장 진입은 지상파 방송사 뿐 아니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축소되고 있는 광고 시장 내 경쟁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지적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 팀장에 따르면, 2014년 11월 종편4사의 시청률 합은 6.1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개국 초기 0.4%에도 못 미쳤던 것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이다. 광고매출도 크게 늘었다. 2013년 종편의 광고 매출 총액은 2355억 원을 기록해 ‘나홀로’ 상승했다. 같은 시기 지상파는 1158억 원의 광고가 줄어들었다. 일반PP 역시 489억 원이 축소됐다. 김 팀장은 이를 두고 “방송광고가 종편으로 쏠렸다”고 진단했다. 2014년에는 310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조항제)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미디어산업 생태계 속의 종편채널 요인에 대한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미디어스
종편의 광고매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김동원 연구팀장은 종편의 광고판매 방법은 △광고대행사를 통해 판매(15% 대행수수료 지급), △광고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광고주와 직접 거래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어떤 방식을 취하던 종편은 ‘OO채널, 1000만원에 월 30회’ 등과 같은 방법으로 광고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광고주들은 종편4사 중 특정 채널을 선택하는 방식이 아닌 균등하게 광고비를 집행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동원 연구팀장은 “2013년 종편4의 월별 광고 매출 분포를 보면 종편은 (방송프로그램 인기도와 시청률 기준이 아닌) ‘종편채널’이라는 한 묶음으로 광고비가 책정되고 균등하게 집행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고주 중에서는 종편에 광고비를 집행하면서 싣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며 “타 종편에서 ‘왜 자신들은 주지 않느냐’는 항의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종편4사의 시청률과 광고 매출의 상승이 곧 방송콘텐츠 경쟁력의 강화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경쟁력의 토대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비가 크게 줄었다. 채널A의 경우 광고·협찬매출이 제작비 지출 대비 42.5%에서 79.9%(제작비 689억 사용)로 급증했다. TV조선 역시 54.3%에서 85.5%(제작비 691억 사용)로 늘어났다. 다만, JTBC는 2013년 20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프로그램 제작으로 투자했다. 김동원 연구팀장은 “CJ E&M에 필적할 만한 규모(2184억)”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광고의존도이다. CJ E&M의 광고의존도는 60.1%인 데에 반해 JTBC는 78.4%로 지속가능성이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종편 이후 전반적으로 방송 콘텐츠 경쟁력이 급격히 축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김동원 연구팀장의 진단이다. 그는 “MBN <황금알>, JTBC <히든싱어> 등 몇몇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기 위해 그 정도의 정책배려가 필요했는가. 종편은 대표적인 정책실패사례”라고 비판했다.

“TV조선, 지나치게 필요이상으로 공익적인 채널”

“TV조선은 지나치게 필요이상으로 공익적인 채널이다”.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윤성옥 교수의 평가이다. 윤 교수는 “영국 공영방송 BBC1(KBS1과 유사한)의 뉴스와 시사 주간 편성시간을 계산해보면 4410분 정도”라면서 “그런데 TV조선은 5100분”이라고 지적했다. KAIST 정재민 교수 또한 “일주일이 1만80분인데 이 중 5100분이 시사보도면 이게 무슨 종합편성채널이냐”고 꼬집었다.

윤성옥 교수는 종편의 보도 프로그램 편성의 문제점으로 △편성량의 과잉, △뉴스와 시사의 애매한 경계, △정통 탐사 프로그램이 아닌 집담 형태의 스튜디오 제작물, △다양성의 결여(정치·북한에 쏠림) 등으로 꼽았다. 그는 “종편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에 정치적 이슈를 다룬다”며 “불필요한 정보에 노출되는 문제 뿐 아니라, 보수성향에 가까워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한 편성이라기보다는 ‘정치학습을 시키는 채널’로 자리매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도와 논평 장르의 혼합으로 종편의 주장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진실’로 받아들여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윤성옥 교수는 종편의 도입과 관련해 “불행하게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상파는 정부 비판 등 특정 이슈를 피해가고 종편은 그 분야를 특정방향(보수)으로 이끌면서 심각한 불균형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다”며 “사회감시 비판을 복귀하기 위해 현행 방송심의제도 개선하고 종편에 대한 특혜를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종편도입으로 인한 방송에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정치평론 활성화, △지상파가 커버 못하는 방송시간대 활성화, △뉴스 뒷 이야기 해설 등을 꼽았다. 이 같은 분석에 패널들 이견이 크진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방향성이었다.

하주용 교수는 “지상파에서 딱딱했던 정치평론이 종편을 통해 활성화됐다”며 “그러나 역으로 정치가 희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낮 방송시간대 활성화’에 대해서도 그는 “노년층이 낮 시간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을 소비한다. 그러나 만일, 지속적으로 평향된 시각에 노출될 경우 현실을 왜곡하는 문제가 초래할 수 있다”면서 “또, 뉴스 뒷 이야기는 저널리즘 원칙에서 봤을 때 시청자들이 바라던 바이지만 종편은 보도와 논평을 혼동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AIST 최영재 교수는 종편의 경영적 측면에서 “이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TV조선과 채널A의 편향적 보도를 소비하는 계층은 소위 구매력이 약한 노령의 보수층이다.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보수 편향적인 보도를 가지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종편의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다…그러나

종편이 그 자체로서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잘 파악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구대 김성해 교수는 “공동체가 지향해야할 평화와 평등, 합의 가치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반대의 담론을 확대재생산한다”며 “이를 심각하게 경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편의 주 시청자가 5~60대는 맞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있는데 TK가 그것”이라면서 “모든 식당이 TV조선이나 채널A를 튼다. 본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본다고 한다. 결국, 정치적 투표행위로 본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성해 교수는 “그렇다면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면서 “미디어다양성위원회 등 법에서 정해진 제도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 또, 진보적 담론이 축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것이 시민들로 하여금 희망을 줄 수 있는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JTBC 임석봉 팀장은 “종편이 단순히 지상파와 일반PP들의 광고를 빼앗는다고는 볼 수 없다”며 “지금 광고시장은 올드미디어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고 있고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2013년 SBS는 시청점유율 대비 광고매출 점유율이 1.2정도이다. 그런데 JTBC는 0.6”이라면서 사실상 광고매출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MBN 윤석정 팀장은 “종편이 낮 시간 시청률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시간을 지상파는 왜 방목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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