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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말하지 않는 언론, 그 속에서 태어난 영화 ‘카트’[인터뷰] 평범한 이웃의 노동 이야기, ‘카트’ 김경찬 작가
김수정 기자 | 승인 2014.11.20 11:47

목포MBC에서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던 PD는 14년 간 근무했던 회사를 제 발로 나왔다. 월급쟁이로 살 것이냐, 창작자의 길로 갈 것이냐 하는 기로에서 그는 '용감'하게 후자를 택했다. 현업에서 빠지고 결재만 하면서 지낼 삶보다,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2008년 12월, 회사를 떠나 ‘삭풍이 부는 광야에 홀로 선’ 그는 PD일 때보다 2배 이상 일에 매달리며 5편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 중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온 것이 전태일 열사 기일인 지난 13일 개봉한 <카트>다.

   
▲ 전태일 열사 44주기였던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카트' (사진=카트 공식 홈페이지)

2007년 6월 30일부터 2008년 11월 13일까지, 상암 홈에버 월드컵점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은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와 탄압에 맞서 512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홈에버 사태’는 26명의 해고자 중 16명을 복직시키는 대신 12명의 노조 간부가 퇴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홈에버 사태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카트>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중심에 두어 ‘노동이슈’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최초의 상업영화다. 영화는 ‘이미 트렌드가 됐는데 우리만 너무 뒤처졌다는’ 판단에 따라 인력을 아웃소싱하려는 대형마트 더마트와 하루아침에 계약해지를 당하고 회사에 맞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카트> 각본을 담당한 김경찬 작가(전 목포MBC PD)는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면 <카트> 같은 영화가 나올 리 없죠”라며 ‘노동을 말하지 않는 언론’을 영화의 배경으로 짚었다. 14년 동안 제작과 보도의 최일선에 있었던 그는 “노동이슈를 이렇게 다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팩트만 충실하면 된다”면서도 “조금만 더 움직여서 (노사가 제공한 자료의) 팩트를 확인하면 진실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을 텐데 그걸 잘 안 한다. 그래서 언론이 못하고 있는 걸 다른 데서 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디어스>는 19일 오전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김경찬 작가를 만나 각본을 쓰게 된 계기에서부터 노동이슈를 보도하지 않는 언론까지 <카트>를 줄기로 해 뻗어나간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스포일러 일부 포함)

“당신이 잘 쓸 것 같다”는 말에 ‘만세!’ 하고 쓰기 시작한 <카트>

회사를 떠난 후 외주제작사를 세워 프로그램 제작을 계속하면서 그는 ‘뭘 할까’를 계속 고민했다. 어릴 적부터 품어 온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때는 2010년 봄이었다. PD의 입장에서 영화 산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가정하고 독학을 시작했다. 8개월 간 조사해 보니, 한국 영화시장은 부흥기에 막 접어들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실제로 그가 회사를 나온 2008년과 비교하면 2014년의 영화 시장은 두 배 이상 커졌다.

   
▲ 김경찬 작가 (사진=미디어스)

‘산업은 괜찮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문제는 ‘재능’이었다. 김경찬 작가는 ‘아무리 산업이 활황이어도 재능이 없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재능을 검증하는 차원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방송사 일을 다룬 것이 첫 작품이었다. 김경찬 작가의 첫 시나리오는 영화 평론하는 그의 친구와, 유명한 영화 제작자 4명에게 보내졌다. 그러고 나서 3명의 제작자에게 연락이 왔다.

“아주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글을 잘 쓰는 게 보인다고는 했지만 ‘이 시나리오로는 영화를 만들 수 없다’고 하더라. 영화를 체계적으로 공부해 본 적도 없고, 그 흔한 시나리오 작법책 한 번 읽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했다. 형식에 맞지도 않았을 거고. 그때는 방송 대본 쓰듯이 썼으니까. 그래도 내용이 재미있고 디테일이 좋으니 꾸준히 쓸 생각이라면 계속 써서 보내달라는 답을 받았다. 그 중 한 명이 심재명 대표(<카트> 제작사 명필름 대표)였다”

첫 작품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2~3주 만에 한 편을 더 썼다. 하루 꼬박 새워 50분 분량 대본을 만들었던 방송쟁이로서의 경력과, 글을 쓰고 싶다는 큰 열망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재명 대표에게 작품을 보냈더니 3장 짜리 기획서를 주었다. 그게 영화 <카트>의 시작이었다.

김경찬 작가는 “(심 대표가) 기획서와 수필집 한 권을 주면서 ‘당신이 잘 쓸 것 같은데 써 볼 생각 없냐’ 해서 속으로 ‘만세!’하며 썼다”며 “그동안 발표한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교육 받은 사람도 아니었는데, 습작으로 썼던 시나리오를 보고 <카트> 프로젝트와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고 전했다.

평소 노동이슈에 관심이 있었느냐는 ‘우문’에 “굳이 관심이 있다기보다… 저도 노동자잖아요”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김경찬 작가는 “저는 80년대 후반 학번이다. 그때 파업이 벌어지면 가서 연대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사실 대학생들이 특별히 도움되는 일은 없지만 결국 ‘마음을 나누러’ 간 것”이라며 “뉴스에서는 죽창에 철근에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을) 범죄 집단 묘사하듯 했는데 대학 때 제가 직접 그들과 얘기하고 밥 먹고 같이 잠을 자면서 보고 느껴 보니, TV 속 모습이 아니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파업 관련 뉴스가 나오더라도 실제로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이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게 된 것이다. <카트>도 그런 얘기다. 뉴스에서 말하듯이 특별한 사람, 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며 “대학 때 현장에서 만났던 수많은 노동자들, 회사를 다니면서 만났던 구석구석에 있던 많은 사람들… 그들과 직접 만나 부대끼면서 느끼고 배웠던 것은 삶의 자산이자 제 영화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 아이들 통해 ‘가난은 죄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카트>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 번도 벌점을 받지 않고 성실히 일했고 곧 정규직 전환을 앞둔 선희(염정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연장근무를 할 수 없는 혜미(문정희), 면접을 50번이나 봤지만 계속 떨어져 임시로 마트에서 일하는 미진(천우희), 하루아침에 20년 넘게 해 온 청소일을 그만두게 된 순례(김영애)까지. 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싸움을 돕고 정규직 노조를 만드는 더마트 대리는 동준(김강우)이다.

더불어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에 더 자주 노출되는 ‘청소년 알바’ 이야기도 나온다. 쪼들리는 집안 사정 때문에 편의점 알바에 나선 태영(도경수)과 그의 친구 수경(지우)가 그 주인공이다. 김경찬 작가는 사실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더 넣고 싶었다고 한다.

   
▲ 김경찬 작가는 '카트'에 등장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더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태영(도경수), 수경(지우) (사진=카트 공식 홈페이지)

김경찬 작가는 “최종 분량으로 놓고 보면 처음에는 (아이들 부분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영화가 104분 짜리인데 보통 영화처럼 120분 정도 됐다면 아마 아이들 이야기를 더 많이 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이 안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미적미적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 살벌하고 힘든 세상에서 살 것이다. 점점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지금 이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비정규직이 훨씬 더 많은 세상이 될 것이다. 지금도 빈익빈 부익부 격차가 심한데 10년, 20년 뒤에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부모의 부가 아이들에게 전이되는 것처럼 가난도 대물림되고. 그런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아이들을 통해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특히 ‘수경’이라는 아이를 통해서.

수경은 영화에서 그런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영화 <은교>에서 그런 대사가 있지 않나. ‘젊음이 너희들이 받은 상이 아니듯 늙음이 벌이 아니다’라고. 가난도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 가난은 죄가 아니고 부유함도 상이 아니다.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선희 같은 사람들이 ‘시스템’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게 죄는 아니지 않나. 수경이를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적어도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먹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과 방법을 만들어줘야 된다는 것이었다”

김경찬 작가는 인터뷰 내내 수경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기초생활수급자여서 ‘나랏돈’으로 먹고 산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수경이 <카트>에서 지닌 의미는 작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돈을 떼이는 친구를 돕는 조력자의 역할 그 이상이었다.

“노동자들의 싸움에 다른 사람들이 연대하면 ‘외부세력’이라면서 부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누군가 힘들어하면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정당한 권리행사일 뿐이다. 이런 걸 보여주는 방식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외부인들의 연대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서 선입견을 깨부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은유적 묘사였다. 첫 번째 방법을 쓰면 선입견을 갖고 있는 관객들에게 더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극의 중심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조력자’에게 쏠릴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대단히 ‘은유적인’ 캐릭터를 집어넣었다. 그게 수경이다”

김경찬 작가는 수경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아쉽게도 오프 더 레코드였다. 한창 영화가 상영 중이기 때문에 이 내용을 공개하면 관객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거나 자유로운 관람을 방해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극장 상영이 끝나면 SNS(트위터 @PDtheripper)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하니 기다려 보시라.

언론이 제대로 보도했다면, <카트>는 탄생했을까

<카트>에서는 짧게나마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알 수 있는 장면이 스친다. 실제로 보도전문채널 YTN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연수 기자가 출연해 더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 및 파업 상황을 전한다. 뉴스에서는 왜 그들이 싸움에 나서게 되었는지, 어떤 요구를 왜 하고 있는지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일방 해고 통보, 파업 중 대체인력 사용 등 회사의 불법행위는 모두 빠진 채, 이번 파업으로 얼마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회사 보도자료 내용만을 읊을 뿐이다. 방송사에서 10년 넘게 교양물을 제작해 온 PD인 그는 ‘노동’을 이야기하는 언론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혹시 방송사 내부에서 노동이슈를 다룰 때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건 아니다. (내용이) 팩트이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내 노동자들의 파업 보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뉴스에서 전하는) 팩트를 회사에서 주는 보도자료에 의존한다. 파업 며칠하면 얼마 손해가 났다고 하지 않나. 굉장히 부풀려진 경우가 많은데 회사가 만든 보도자료를 정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왜곡하거나 감추는 부분을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쓰면서, 노조 보도자료는 쳐다보지도 않거나 팩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 자료를 인용해서 냈을 때에는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질 필요가 없는데 노조 제공 자료로 기사를 써서 팩트 아닌 게 밝혀지면 기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자료 다 검증하면 된다. 조금만 더 움직여서 팩트 찾아보면 기자들은 진실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거고, 그걸 세상에 알리면 된다. 그걸 잘 안한다. 아쉽죠. 그래서 언론이 못하는 걸 다른 데서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경찬 작가는 <카트>에 나온 것처럼 천편일률적인 보도를 하지 않으려면 결국 안에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찬 작가는 “대한민국 기자 대부분이 노동자다. 다른 직종보다 노조 가입률도 높은데 대체로 안 싸운다. 그게 좀 아쉽다. 그렇다고 밖에서 ‘왜 안 싸우느냐’만 할 수도 없다. 다만, 자신들이 노조 조합원이라는 정체성을 새겨서, 노동자에 관한 기사를 쓸 때 조금만 더 생각해서 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자연히 언론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2010년 김재철 사장 이후 끊이지 않는 불공정 보도 논란에 이어,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한 축이었던 교양제작국을 해체한 ‘친정’ MBC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 MBC는 최근 교양제작국 해체를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MBC 신사옥 모습 (사진=MBC 공식 블로그 M톡)

김경찬 작가는 “MBC는 회복 불능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과거의 MBC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내적 동요를 통해 강하게 싸워 쟁취하는 방법이 있고, 외부적 충격으로 되돌리는 방법 2가지가 있는데 다 쉽지 않다.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교양국 해체에 대해서는 “공영방송 포기선언”이라고 혹평했다.

김경찬 작가는 ‘언론 개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면 <카트> 같은 영화가 나올 리 없죠”라는 한 마디에는 특히나 노동이슈에 몸 사리는 언론의 ‘현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보도가 아니라 드라마로 접근했어도 방송사에서는 어려웠을 거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방송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카트>를 드라마화했다고 하면 우리가 영화를 왜 만들겠나. 아마 소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김경찬 작가는 “언론이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고 믿는다. 제가 10년 넘게 일해 보니 그렇더라. (언론이) 잘만 작동하면 얼마나 세상이 바뀌는지 모른다. 투표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그게 한시적이라면 언론이 바뀌는 것은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언론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우리 후세에도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너무 어려워서 잘 안 됐지만 어려우더라도 한 발 두 발 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말 언론이 자유롭게 자기들 이야기를 했던 과거가 있잖아요. 완벽하진 않아도 비교적 언론자유를 누리던 시절이요. 이상적인 시스템까진 못 가더라도 (이전으로) 회복하는 수준까지는 가야 되지 않느냐. 불과 몇 년 전에는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을 곧바로 저격하는 기사들이 스스럼없이 나왔다. 지금은 단 한 줄 내기도 힘들지 않나. 외신이 무슨 얘기했다고 해서 조사하고 <그것이 알고싶다> PD 수사 의뢰하고…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는 상태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개선해야 한다”

다음 영화는 언론인과 월급쟁이 기로에 선 ‘방송기자’ 이야기

스스로를 ‘절대적인 워커홀릭’이라고 표현하듯 김경찬 작가는 이미 다섯 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 중 첫 번째로 <카트>가 관객과 만났고 두 번째 작품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이 작품이 김경찬 작가가 처음 썼던 시나리오다). 돌발변수가 없다면 내년 가을쯤 개봉한다고 한다. 살짝 귀띔해달라는 부탁에 언론인으로서의 길을 갈 것인지 월급쟁이로 살 것인지 기로에 선 방송기자를 다루겠다고만 말했다. 본인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풀어내겠다는 것.

“저는 밖에 있는 사람이니 사실 편하다. 하지만 고통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안에 있다. 출세하기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우리 MBC가 이렇게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 얼마나 힘들겠나. 밖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거의 없다. 제가 생각하는 올곧은 방송은 이런 거고 나쁜 방송은 이런 거다, 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주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본다”

김경찬 작가는 ‘콘텐츠 생산자’로서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카트>의 경우 완벽하게 어두운 공간, 소음과 빛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진해서 돈을 내고 들어가는 매체 특성을 고려해 영화로 나왔다. 손실률 없이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웹툰이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가장 적합한 매체에까지 발을 넓힐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아직 <카트>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김경찬 작가는 잠시 고민하더니 “(저희 영화를)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라며 말문을 열었다.

“마치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전쟁영화를 못 보듯, 실제로 비정규직으로 고통 겪은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것 같다. 굳이 강요하진 않지만 깨고 나올 수 있으니 한 번쯤 봐주셨으면 좋겠다.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니, 한 번쯤은 거울 보듯이 정면으로 맞서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특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저 역시 이 세상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앞으로 살 날들은 아이들이 살 세상이지 않나.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영화니 한 번쯤 봐주셨으면 좋겠다”

제작사가 밝힌 손익 분기점은 170만명이다. 현재 <카트>의 관객수는 533,587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19일 기준)이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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