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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대북 관계 재정립할 기회다세 강대국과 한 적성국 사이, ‘투트랙 전략’으로 남북 경색 풀어야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1.20 08:59

현지시간으로 18일(한국 시각 19일 오전) 유엔총회 제3위원회를 통과한 유엔인권결의안이 화제다. 유엔인권결의안은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와 '책임자들에 대한 표적 제재(Targeted Sanction)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 결의안엔 대다수 회원국이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12월 중순경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안보리에서 결의안을 논의하려면 일단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 정식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 등을 제외한 상당수 이사국이 찬성하는 만큼 연내 상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상임이사국 중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결의안이 안보리릍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은 반발하고 있으며 한국 외교부는 환영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표결에 북한 대표로 참석한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의 발언을 이날 오후 상세히 공개했다. 통신은 "EU(유럽연합)와 일본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편승해 결의안을 조작해 제출했다"며 "(결의안을) 단호히 전면 배격한다"고 했다. 또 "결의안은 극소수 탈북자의 조작된 증언에 기초한 것"이라며 "유엔의 공식 문건으로 인정될 만한 초보적인 자격도, 신뢰성도 갖추지 못한 정치적 불순물, 모순투성이 문서"라고 했다.
 
최명남 부국장은 결의안 통과 후 "EU가 제창하는 인권 대화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허물어버리려는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며 "누가 뭐라든 우리가 선택한 길을 따라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유엔총회 북한인권 결의 채택에 대한 외교부 당국자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인권결의안의 통과는 분명히 북한을 압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 통과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점쳐지듯이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실마리가 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이 정국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간 한국이 마치 초강대국의 외교전략처럼 일본과 북한에 대해 ‘너희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아’ 전략을 고수하는 동안 양국은 상당히 다양한 국가와 접촉하며 한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메구미 사망 논란’과 유엔인권결의안은 그러한 일본과 북한의 행위를 무력화시키며 한국에게 또 하나의 기회를 준 것이 사실이다.
 
이참에 기존의 원칙론을 가장한 무기력을 떨쳐내고 적극적인 행동에 임할 때다. 유엔인권결의안에 한국이 찬성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정치행위다. 한국에서 ‘북한인권법’을 채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차마 이것을 윤리적인 행위라고 강변하지는 말자. 윤리를 위한 정치행위일 뿐이다. 
 
우리가 보편적인 인권에 너무나도 감화되어 북한 인권을 차마 두고 볼 수 없다고 논하려면 중국의 티베트 사태나 홍콩 시위에 대해서 한국 사회가 ‘인권’을 논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허다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물론 이렇게 주장하면 보수주의자들은 중국과 교역하며 얻는 경제적 이득이 얼마이며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북한과 비교하면 반인권이라 볼 수 없는데 그딴 소리를 하느냐고 난리를 칠 것이다. 그런 자들이 보편적 인권을 논하며 북한 인권을 논하지 못하게 하는 이들은 사탄이며 종북이라고 난리를 치는 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 
 
   
▲ 1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북통모)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법 제정촉구 거리 음악회에 서명 부스가 마련돼있다. (연합뉴스)
 
‘인권’으로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북한을 지원하는 일이 가능하다. 민간이 북한에 해괴한 사상전 삐라를 보내는 걸 통제할 수 없다면, 민간이 북한에 쌀과 의료품 등을 인도적 지원으로 보내는 것도 금지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 그보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북한에 대한 금수조치를 풀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각기 실리를 따라 움직이는 동북아시아의 세 강대국(중국, 일본, 러시아)와 적성국(북한) 사이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북핵을 핑계로 일본과 함께 한국을 끌어들여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그 미국과 체스를 두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방황하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적어도 남북관계 경색만큼은 풀어야 한다. 그래야 러시아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을 견제해달라” 이상의 할 말이 생긴다. 미국 주도의 군사체제에 포섭되지 않겠다고 말할 명분도 생긴다. 
 
박근혜 정부는 국내정치만을 바라보며 외교를 하고 있다. 유엔인권결의안이 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을 빙자한 방관정책을 지지한다고 믿는다면 그보다도 허망한 착각이 없을 것이다. 유엔인권결의안 정국에서도 한국이 대북관계에서도 어떠한 역할을 하려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이 정권 임기 내내 북한과의 관계 재정립은 물건너가는 상황이라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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