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후 6개월간 6천여만원의 판공비를 사용해, 전신에 해당하는 구 방송위원장 보다 3배가 넘는 판공비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청사 15층에서 열린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최 위원장이 취임 후 6개월간 판공비로 6800만원을 사용했다. 내역을 보면 롯데호텔, 조선호텔 등 3분의 2가 호텔”이라며 “시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과연 이렇게 많은 판공비를 쓰는 게 옳은 것이냐”고 지적했다.

▲ 9일 방통위 청사 15층에서 열린 방통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최시중 방통위원장 ⓒ곽상아

이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은 “한 달에 1천만원 정도의 판공비는 많지 않다”며 “설립초기이기 때문에 기구 안정화와 통합을 위해 필요했던 돈”이라고 반박했다.

이종걸 의원은 “고치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 잘했다는 거냐. 장관의 경우 판공비는 대략 (6개월에) 3천만원인데, 과연 방통위원장이 장관보다 높은 지위냐”며 “기구 안정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은 이해하지만 굳이 호텔에 갔어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판공비 월 1천만원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최 위원장의 말과는 달리, 최 위원장의 판공비는 전신인 구 방송위원장의 3배가 넘으며, 현 방통위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업무추진비에 비해서도 3배~5배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전 방송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당시 위원장의 경우 월 업무추진비가 대략 300만원이었고, 부위원장은 200만원대 선이었다”고 밝혔다.

또 방통위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4월 약 900만원, 5월 약 1500만원을 판공비로 사용했다. 같은 기간 방통위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사용한 200만~300만원의 3배~5배에 해당한다.

▲ 방통위의 국감 자료에 나와 있는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의 월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단위: 천원)

이날 국감에서는 최 위원장이 취임 전에 불법으로 판공비를 사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 3월 26일 취임하기도 전에 726만원의 판공비를 불법으로 사용했다”며 “민간인에 대한 판공비 지원은 불가능한데 최 위원장은 광화문 근처 곰국시, 배상면주가 등의 음식점을 이용하며 법인 카드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올해 2월 인사청문회법 개정으로, 방통위원장도 청문 준비를 위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돼있다”며 “인사위원 준비팀에 대한 식사비로 썼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내어,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이 총 19개월여간 업무추진비로 3460여만원(1개월당 약 184만원)을 사용했다고 ‘폭로’했으나,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판공비 규모보다 훨씬 적은 바람에 빛을 잃었다.

진 의원은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의하면, 최민희 전 위원장은 방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한 총 19개월여간 업무추진비로 3460여만원을 사용했다”며 “세부내역 분석 결과, 최 전 부위원장은 과거 20여년간 몸담았던 민언련 간부들을 비롯해 친 노무현 성향의 언론노조 간부들과 거의 매달 간담회성 식사 등을 하면서 방송정책과 방통융합 정책에 대해 긴밀히 논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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