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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의 딜레마, 왜 그들은 사이코패스 이정문을 지켜야 할까?[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4.11.16 12:54

김상중, 박해진, 조동혁, 마동석 등 쟁쟁한 출연진에, 범죄자들이 범죄자를 소탕한다는 흥미로운 소재로 관심을 끌었던 <나쁜 녀석들>은 중반을 넘긴 지금, 평균 시청률 3.8%로는 설명할 길이 없는 화제성을 끌고 있다. 심지어 동시간대 남자 시청자 10명 중 3명이 이 드라마를 시청할 정도로, 젊은 층이 주시청층인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그러나, 각자 자신이 가진 장기를 이용해 종종 1대 100을 넘는 상황에서도 한번 가는 인생, 뭐 아낄게 있냐면서 거침없는 액션으로 시선을 끌던 <나쁜 녀석들>이 중반을 넘기면서 딜레마에 빠진 듯하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 <나쁜 녀석들>의 여주인공은 이정문 역의 박해진이란 우스개가 있다. 실제 여주인공인 유미영(강예원 분)보다 더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며, 심지어 사연 많은 사이코패스로서 늘 다른 동료 나쁜 녀석들이 구해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이정문은, 캐릭터로 보면 여주인공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대놓고 '브로맨스'는 아니지만, 매회 이정문을 향해 안타까운 눈빛을 발사하며, 그를 죽여야 함에도 죽이지 못하는 박웅철(마동석 분)에 이르면 <나쁜 녀석들>의 주멜로라인은 이정문과 박웅철이 아닌가라는 착각까지 든다.

   
 
그런데 이정문이 누군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이다. 하지만 만나서 으르렁거리는 것도 잠시, 마치 전쟁터의 전우처럼 함께 몇 번의 작전을 벌였던 이들은, 동료애에 빠져 이정문을 죽이라는 청부살해 요청을 수행하지 못한다. 청부살해 요청을 수행하지 못하는 건 그렇다손 쳐도, 매회 이정문을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쯤이면 '나쁜 녀석', 심지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정문에 대한 감정적 특혜가 지나친 게 아닐까?

드라마 상에서 이정문은 7회에 도달했는데도 오리무중이다. 천재 사이코패스라는데, 드라마 중 그의 활약은 언제나 어설픈 액션이기 십상이고, 천재성은 발견하기 힘들다. 그런데 반해,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상관없이 동료들의 그에 대한 편애와 믿음은 절대적이다.

드라마는 이런 범죄자에 대한 연민을 우회적으로 풀어가고자 한다. 박웅철에게 이정문 살해 요철을 한 것은, 그가 오랫동안 모시고 있던 형님이다. 하지만 이미 이정문에게 동료애를 느낀 박웅철은 그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러자 형님은 그러면 너를 대신 죽여야 한다며, 박웅철을 묻는다.

7회에 등장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정태수가 이정문을 살해하라는 청부 요청을 거절하자, 정태수를 죽이라는 명령이 하달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 움직이려던 정태수의 대부 같은 임종대 등이 살해되었다.

   
 
즉 애초에 이정문에 대한 동료애, 측은지심에 대한 개연성 부족을 <나쁜 녀석들>은 박웅철과 정태수의 측근들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힘으로써 메꾸어 가고자 한다. 몇 번의 범죄자 소탕 과정을 거치면서 박웅철과 정태수는, 정태수의 말대로 범죄자로서 가져서는 안 되는 죄책감, 연민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더 이상 그 예전, 함부로 사람을 죽이던 조폭이나 청부 살해업자가 될 수 없다.

물론 그들의 작전 참가에 따라 복역 기간이 줄어드는 특혜를 얻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사람을 죽이고 상해를 입혔던 범죄자이다. 그것은 그들이 죄책감과 연민을 얻게 되는 것과 별개의 영역이다. 이정문 역시 마찬가지다. 보호해주고 싶은 애처로운 존재요, 자신이 사이코패스인 줄 확신을 가지지 못한 미궁 속의 인물이지만 그 역시 범죄자이다. 귀요미 박웅철에, 자신이 살해한 남자의 아내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오열하는 정태수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나쁜 녀석들은 그래서 추동하는 스토리에 딜레마를 내포한다.

결국 남은 회차 동안 <나쁜 녀석들>은 이런 이정문에 대한 무한 보호, 사랑이란 딜레마를 이야기로 설득해내야 한다. 또한 진심으로 개과천선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쁜 녀석들이었던 그들에 대해, 범죄자에 대한 미화가 아닌 설득력 있는 마무리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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