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기를 중계하는데 1등은 빼놓고 한다면 참 어색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은 아직 없다. 아예 중계를 하지 않으면 몰라도 말이다. 그러나 예능에서는, 무한도전에서는 실제로 그런 어색한 일이 벌어졌다. 음주음전으로 무한도전을 하차한 노홍철이 이번 쩐의 전쟁2에서 수익 1위를 기록했으나, 통편집되는 바람에 나머지 2위부터 6위까지의 고군분투를 담을 수밖에는 없었다.

그렇지만 또 신기하게도 노홍철 없는 무한도전이 무지하게 썰렁하거나 어색하지도 않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것은 시청자인 우리들이 매몰차게도 정이 없거나 아니면 우스갯소리로 해왔던 것처럼 무한도전은 유재석의 지분이 거의 전부라는 사실의 반증이겠거니 하고 넘길 일이다. 어쨌든 간간이 얼굴이나마 비쳐졌던 노홍철이 없는 무한도전에 익숙해져야 하니 어색하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아무튼 쩐의 전쟁2는 자본금 100만원을 지급받아 시작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정형돈을 제외한 무도 멤버들은 마치 누가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 음식과 관련된 장사를 선택했다. 먹는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을 그대로 반영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그런 속설을 배신하고 말았다. 실제로 수많은 식당과 치킨집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다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니 무리도 아니다.

그리고 비록 1위는 하지 못했지만 이번 쩐의 전쟁2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이는 정준하였다. 정준하는 시작부터 요리와 장사 수완 모두를 갖춘 백종원에게 장사 아이템에 대한 결정적인 조언을 받고 시작했다. 식신로드를 통해 오랫동안 맛집을 섭렵해온 정준하에게 1만원으로 해야 했던 쩐의 전쟁1 때와는 달리 100만 원이라는 나름 거금의 자본금이 주어진 이번에는 제대로 장사수완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런 정준하의 푸드 트럭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필자가 생각했던 소자본 사업과 너무도 유사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일본 드라마 ‘빵과 스프와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이 샌드위치와 해장거리가 될 국물을 파는 푸드 트럭을 아침 출근길의 직장인들을 상대로 판매하면 좋겠다는 구상이었다.

일본은 참 고집스럽게 가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고바야시 사토미)는 출판계에서 인정받는 편집자로 엄마가 해온 식당을 물려받을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돌연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엄마의 식당 자리에 새로운 가게를 낸다. 그 가게는 빵(샌드위치)와 스프만 판다. 그리고는 일본 드라마 특유의 훈훈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드라마다.

잠시 이야기가 빗나간 바가 있지만 그 드라마를 보고 빵과 국물을 파는 푸드트럭을 생각해낸 것은 사업적으로도 괜찮고 왠지 그 드라마처럼 따뜻한 인간관계도 경험할 수 있을 거라는 판타지가 숨겨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구상만 했지 내가 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남에게 말하기도 아깝고 불안하기도 한 상태였다. 잘 되면 배가 아플 것이고, 안 되면 미안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무한도전 쩐의 전쟁2에서 정준하가 그와 대단히 비슷한 아이템의 푸드 트럭을 끌고나와 잘 되는 모습을 보자 그제야 한발 늦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빼앗겼다고 징징대자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정준하와 비슷한 생각을 해봤거나 하고 있는 시청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쩐의 전쟁2를 보고 정준하의 푸드 트럭과 비슷한 노점이 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케 되는 것이다. 물론 정준하의 성공에는 연예인이라는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준하의 푸드 트럭은 비교적 소자본으로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취업도 힘들고, 사업은 더 더욱 어려운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한도전은 예전부터 예능이라는 장르에 가둬둘 수 없는 한없이 확장된 정체성을 갖고 있었지만 새삼 예능을 벗어난 예능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비록 길에 이어서 노홍철까지 해서는 안 될 음주운전으로 무한도전에 먹칠을 했지만 무한도전의 힘은 여전히 억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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