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이라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악덕 기업’일 뿐입니다”. JTBC에서 컴퓨터그래픽(CG) 업무를 하다 갑작스레 해고된 프리랜서 허 아무개 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JTBC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링크) <경향신문>에 따르면, 허 씨는 SBS아트텍에서 스카웃 돼 JTBC에서 일을 하게 됐다. 업무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팀에서 일하던 프리랜서 A씨가 노동청에 퇴직금을 지급신청하자 그 팀 전원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비정규직의 전형적 처지, ‘갑’과 ‘을’의 이야기였다.
이랜드 사태 다룬 영화 <카트> 등 ‘갑을’관계에 주목하고 있는 JTBC
지난 2007년의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2007년 이랜드 계열의 홈에버와 뉴코아에서 계산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비정규직보호법)>과 관련해 민주노총·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참여정부는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라는 이유로 강행했다. '이랜드 사태'는 그 법안이 시행된, 그 해 여름 터졌다. 스머프라고 불리던 마트 해고 노동자들의 파업은 511일 간 계속됐다.
방송계 역시 가장 익숙하게 그리고 다양한 비정규직 문제를 앉고 있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방송계에는 '이랜드 사태'와 유사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2009년 KBS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42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380여명을 자회사로 이관시켜 간접 고용하거나 해고할 방침을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KBS 드라마 FD(연출보조)로 일했던 오진호 씨의 사연은 <조선일보>에서도 소개될 정도였다. 국회 문방위(현 미방위)에서 비판이 거셌지만 당시 KBS 이병순 사장은 “KBS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방만경영”이라고 주장했다. KBS가 138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홍보하던 때였다. 결국, KBS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1년 8월이 되어서야 ‘전원 복직’이 결정됐다.
비정규직 그리고 갑을관계, 방송사라고 다를까?
<경향신문>이 JTBC에서 해고된 프리랜서 허 아무개 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별도의 기사를 배치해 방송사 내 프리랜서로 불리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를 전했다. 방송사 내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대부분 프리랜서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MBC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2007년 CG담당 인력 전원을 프리랜서로 전환했고, YTN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향은 방송사 내 프리랜서의 현주소를 ‘소모품’이라고 규정했다. 방송계 비정규직은 이처럼 일상적이다. 작가는 물론 스타일리스트, 조명·음향·카메라 등 이른 바 새끼 스태프들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새끼작가의 주 업무는 자료조사와 섭외 등 숨 쉴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들의 월수입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보조작가’의 수입은 그보다도 밑이다. 2014년의 JTBC는 2009년 KBS에서 한 걸음도 오지 못했다.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에 “이 질문을 꼭 드려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다”며 “영화 <카트>에서 ‘갑을관계’를 이야기하는데 갑을관계하면 영화계가 대표적이더라. 어떻게 받아들이냐?”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묻고 싶다. ‘갑을관계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시리즈’를 보도하고 있는 손 앵커에게 같은 물음을 던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