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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에서는 볼 수 없는 흥행다큐 ‘다이빙벨’, 왜?“문화적 독재…국민들의 선택권 보장해야”
권순택 기자 | 승인 2014.11.13 13:14

세월호 참사 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대형 멀티플렉스다. 다큐 <다이빙벨>은 개봉 당시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단 1개의 스크린도 잡지 못했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나 개인소유의 극장 20개관에서야 겨우 개봉했고 5일 만에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 배급사 시네마달 김영곤 대표는 “다큐 영화로서는 신비로운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다큐 <다이빙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이후 현재 관객 동원 3만 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다큐 <다이빙벨>은 30개관에서 상영되고 있으나 경기도영상위원회와의 다양성영화 지원협약에 따른 4개 스크린을 제외한 멀티플렉스의 경우에서는 어디에서도 상영되지 않고 있다.

극장 90%를 차지하는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되지 않자 전국적으로 ‘대관상영’ 신청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큐 <다이빙벨>의 상영은 100% 거절·취소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취소사례는 15군데이지만 실제로는 30군데 이상일 것이라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대관상영’은 영화관 자체를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극장 차원에서는 전혀 손해될 게 없는 장사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다큐 <다이빙벨> 차별, “영화 <파업전야> 사태 생각…문화적 독재”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은 13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큐 <다이빙벨>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 차별행위에 대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라서 차별하는 것이냐”면서 불공정행위를 규탄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만일 후속 조치가 없으면 법적 조치에 돌입한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 11월 13일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불공정행위 규탄 및 시정 촉구 기자회견이 프레르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렸다ⓒ미디어스
기자회견에서 다큐 <다이빙벨>을 제작한 안해룡 감독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90년 영화 <파업전야>(제작 장산곶매)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연세대 강당을 빌렸던 시절이 생각났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시대적 목표들이 달성돼 왔다고 믿고 있었는데 아니었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영화 <파업전야>는 공장에서 노조를 설립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정부는 영화를 상영할 경우 형사처벌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었다. <파업전야> 상영예정이던 전남대에는 상영을 막기 위해 사복경찰 12개 중대와 경찰 헬기가 동원되는 등의 탄압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해룡 감독은 “보이지 않는 권력과 자본에 의해 영화 상영 및 표현의 자유와 발언이 금지된 사태”라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볼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중대한 사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제작자 이상호 <GO발뉴스> 기자는 “이 영화는 4월 16일 직후 현장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며 “스크린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멀티플렉스에서 단 1개관도 배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영화적 독재, 문화적 독재다. 북한과 다른 것이 뭔가”라고 반문했다.

법적 대응을 맡은 민변 김성진 변호사는 “이 사태가 너무나 불합리하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을 다 공감할 것”이라면서 “기업은 기본적으로 영리조직이다. 그럼에도 다른 관점(외부 압력 등)에서 상영 여부를 결정하면 문제가 된다. 주주들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멀티플렉스가 90% 극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를 상영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실질적으로 관람권·문화향유권을 봉쇄하는 것이 된다”며 “<공정거래법>에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에 해당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다른 영화와 다큐 <다이빙벨>에 대한 차별이 명확하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김성진 변호사는 “민변 차원에서 ‘신고’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이라며 “극장 측에서 전향적인 조치가 없다면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서도 “늑장대응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직권조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고 김도언 군 어머니 “영화를 볼 자유는 국민에게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김도언 군 어머니 이지성 씨는 “다큐 <다이빙벨>을 보며 억장이 무너졌다”며 “해당 영화를 볼 것인지 아닌지는 선택권은 국민에게 있다. 그런데 무슨 권한으로 그것(선택권)을 막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지성 씨는 “우리가 밝히고자 하는 것은 진실뿐인데 참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며 “다큐 <다이빙벨>은 정권퇴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으로 누구나 볼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성 씨는 “국민들이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정예진 양의 어머니 박유신 씨 역시 “다큐 <다이빙벨>은 4월 16일 지옥같은 현장을 담고 있기 때문에 볼 때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 이유는 그 안에 진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씨는 “오늘은 수능일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 수능을 볼 기회조차 뺏어갔다”며 “영화를 보고 국민들이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회비판적 내용의 영화를 꾸준히 제작해온 정지영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영화 <다이빙벨>에 대해 “언론이 못하고 있는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 전달이 봉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감독은 “이번 사태를 보며 스크린쿼터 싸움이 생각났다. 힘 있는 자가 시장을 장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조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독립영화제작사 임창재 이사장 또한 “이번 사태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국민들이 봐야할 것을 못 보게 한다는 것”이라면서 “그 중심에 극장 측의 횡포가 있지만 사실은 더 위에서 압력을 넣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혜진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윤까지 내팽개치고 진실을 가두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외압에 굴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주최 측에서 밝힌 다큐 <다이빙벨> ‘대관상영’을 취소·거부한 멀티플렉스는 △울산 CGV, △울산롯데시네마, △익산CGV, △CGV 동백, △CGV 오리, △CGV 죽전, △롯데시네마 구리, △프리머스 목포(2회), △CGV 목포(2회), △CGV 천안, △롯데시네마 김해, △메가박스 남양주, △롯데시네마 남양주 등이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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